[초점] 한 달 새 달라진 약사사회 분위기, 처방전·약 전달체계 등 부각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과정서 약사사회 '온도차'
새 정부 출범·협의체 구성에 시대적 요구 인정… 대응 필요성 강조
약사회 전국 임원 워크숍 통해 대응 방안 쟁점 화두

이호영 기자 (lh***@medi****.com)2022-05-30 06:09

[메디파나뉴스 = 이호영 기자] 한 달 새 비대면 진료와 조제약 배송이라는 화두를 대하는 약사사회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포함과 맞물려 정부가 보건의료단체와 협의체룰 구축하는 과정들이 진행되면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향후 제도적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힘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표면적으로 약 배송 반대를 외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약 배송 뿐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를 맞아 변화되는 환경과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바탕에 깔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27일 메디파나뉴스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매체들이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의 인터뷰를 통해 보도한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산하 비대면 진료 협의체 구성 내용은 약사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새 정부 국정과제 발표 전임에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고 약 배송까지 포함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메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시도약사회, 약사단체를 비롯해 약사 커뮤니티나 단체방 등에서는 조제약 배송이 포함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에 반발하며 우려의 목소리가 극대화됐다. 

서울시약사회는 긴급 결의대회와 보발협 회의 현장 집회 등을 통해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추진 반대 입장을 전달했고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 항의집회와 함께 비상대책투쟁위원회를 발족했다. 

대한약사회 역시 긴급 지부장 회의를 통해 비생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고 이후 5명의 공동 비대위원장을 선임, 정부 움직임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금방이라도 투쟁 분위기가 커질 것 같았지만 한 달 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 약사사회에서는 내부적으로도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불같이 들끓었던 한 달 전의 모습과 달리 감정보다 이성적으로 현 상황을 돌아보고 약사의 미래를 위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당위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 투쟁을 내세운 반대가 더 이상 먹힐 수 없을 만큼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 진료, 나아가 약 배송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는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비대면 진료와 조제, 약 배송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이 커지기 시작한 셈이다. 
지난 28일과 29일 양일간 대웅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2022년도 대한약사회 전국 임원·분회장 워크숍'은 이러한 약사사회의 달라진 인식이 분명히 드러난 자리였다.

대한약사회 임원을 비롯해 전국 분회장 등 약사사회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화두 역시 약 배송 추진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으로 모아졌다. 대한약사회 정책 담당 임원들이 약사사회 리더들에게 공개한 향후 약사회 추진 방향에는 당장 해결해야 할 한시적 비대면 진료 공고 폐지부터 플랫폼 대응, 보발협 참여와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대응까지 다양한 고민들이 담겨있었다. 

그동안 약사회 내부에서는 '플랜B'라는 말을 언급하는 것을 꺼릴 만큼 약 배송 반대가 아닌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 부담이 컸다. 약 배송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회원 정서를 건드리지 않는 회무를 하려는 분위기였지만 급격한 환경 변화와 확고한 새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미래를 대비한 대응 방향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던 셈이다.

이날 약사회 회무 추진 방향을 설명한 정일영 정책이사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문제점을 부각시키며 업체들과 직접적인 대응을 하면서도 정부와 국회 의견 전달과 협의체 참여로 대면 투약 원칙이 비대면 진료와 개별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투트랙으로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는 "대한약사회는 대면투약 원칙을 수호한다는 입장에서 한시적 허용 공고의 빠른 폐지를 요구하고 정부가 관리하는 안전한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구축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책 현안 토론 발표에 나선 조양연 정책 담당 부회장은 보다 냉정하게 현 상황을 바라보며 향후 미래 약사 정책과도 연결해 고민해볼 만한 쟁점을 던졌다. 
조양연 부회장<사진>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 공고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은 조제약 배송과 공장형 조제약국의 등장"이라며 "공고를 폐지해 달라고 대관 뿐 아니라 투쟁 조직을 구성해 정부에 전달했지만 당장 공고를 폐지할 의사가 없음이 확인된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조 부회장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 체계가 유지된 상태에서 일상화된 비대면 진료 체계를 정부, 의료계, 산업계가 추진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고 복지부는 협의체를 구성해 6월 초부터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조 부회장은 "약사회는 약 배송을 반대하면서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응한 처방전 및 조제약 전달체계, 비대면 복약지도 고도화 등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준비 중에 있다"며 "오늘 워크숍을 통해서도 비대면 진료 체계에 대응한 처방전과 조제약 전달체계, 비대면 복약지도 체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쟁점 사항을 강조했다. 

처방전 전달 체계와 관련해서는 "비대면 진료 시 처방전이 전자처방전 형태로 전달될텐데 표준화를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표준화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비대면으로 전달된다고 하면 앱을 통해 특정 약국으로 전달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조 부회장은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고 했을 때 조제약 전달체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부회장은 "비대면 진료에 따라 조제약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가 핫 이슈가 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에게 약을 받기 위해 약국을 방문하라는 것이 현실적인 장애가 있다. 정부나 산업계, 의료계 등에서는 배달을 통해 문제를 풀려고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어떤 방법을 제시할 지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인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약사법 상에 대리인 수령이나 배송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만큼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면 복약지도 문제도 발생될 수 있다. 형식적인 방식으로 복약지도를 할 경우 사회적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 체계에 대응한 처방약 전달체계를 구축하면서 비대면 복약지도 구축에 대한 대안 제시도 필요하다. 비대면 복약지도의 정확성을 지원하는 디지털 프로그램이나 기술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 부회장은 비대면 진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이에 대응해 약사의 역할을 찾아가는 고민도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와 관련한 약사회 정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이슈에 있어 정부는 의료마이데이터, 비대면 디지털 서비스 등 정책과제를 추진 중이지만 지역약국 약료 데이터 관련 정책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약국은 환자가 실제로 복용할 수 있는 의약품 등의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지만 데이터를 기록 형식으로 관리하고 있지 못하다"며 "약사회가 지역 약국의 약료 데이터를 포함한 정책을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아 갭이 크다. 갭을 극복하기 위해 조제약이나 일반약, 건기식 판매 약료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 부회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인 디지털치료제에 있어서도 약사가 개입해야 한다"며 "디지털 치료제 처방과 보상체계 관련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추진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한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약 배송 등에 대한 다양한 쟁점을 고민해 대응책을 만들고, 미래 약사직능 발전을 위한 고민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워크숍에 참석한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약사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흐름에서 막을 수 없지만 제도화 추진 과정에서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정책관은 "국정과제로 들어가 있어서 큰 흐름에서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의료계도 비대면 진료가 갈 수밖에 없는 사안은 인정하고 있다"며 "급여가 아닌 비급여 약을 조제하고 배달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약계와 논의하면서 비대면 진료와 연관된 약 배달에 대해 비급여가 아닌 보험이 적용되는 것을 중점으로 하고 비대면 조제만 전문적으로 하는 약국을 막고 동네 약국들이 어려움 없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