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전향적 협의' 트라우마 깨고 선제적 대응 필요한 시기

비대면 진료 추진에 위기 맞은 약사회, 슈퍼판매 경험에 소극적 대응

이호영 기자 (lh***@medi****.com)2022-05-30 11:47

[메디파나뉴스 = 이호영 기자] 약사사회가 의약품 슈퍼판매 이후 비대면 진료에 따른 약 배송 추진을 두고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면서 신사업을 요구하는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약사사회 역시 약국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변화에 대한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때로는 투쟁으로, 때로는 설득과 협의를 통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과정에서 약사들의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시도약사회, 약사단체, 일선 약사들의 약 배송 이슈에 대한 대응에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의료계의 협의가 바탕이 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약사사회에서는 여전히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의료계와 달리 비대면 진료에 대한 사전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코로나19가 지나온 2년 여 동안 애써 외면해 왔던 부분이 현실화가 되면서 오는 갭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약사회 리더들 조차도 약 배송을 막아주기를 바라는 회원들의 요구가 큰 만큼 쉽게 어떠한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부분은 10여 년 전 의약품 슈퍼판매라는 이슈에서 등장한 '전향적 협의' 트라우마의 여파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시 의약품 슈퍼판매를 강력히 추진했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약사회는 약사법 개정 과정에서 '안전상비의약품 20개 이내'라는 조건이 담긴 내용을 수용하게 되면서 선거 과정에서 '전향적 협의'라는 프레임이 약사사회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10년이 지난 현재, 다시 정부의 강력한 비대면 진료 추진 속에서 약사회는 전향적 협의 트라우마를 다시 직면하게 됐다. 자칫 회원 정서를 건드리는 목소리가 약사 리더들 사이에서 나가는 것이 아닐까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8일과 29일 양일간 진행된 전국 임원 워크숍에서 보여준 약사회의 대응 계획은 어느 정도 정면 돌파에 나서겠다는 선언으로 읽혀 반가운 마음이다. 

전자처방전 전달체계를 기반으로 비대면 진료에 따른 처방약 전달체계와 비대면 복약지도까지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쟁점이 공론화되고 약사 리더들과 공유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대안을 찾아가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시대적 흐름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고 향후 약국의 미래를 준비하려는 시도가 시작된 것이라는 점에서 이제는 전향적 협의 트라우마를 깨고 선제적으로 정부와 협의하고 약사사회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다. 

그래야만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약국의 역할을 고민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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