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몰랐던 코로나19에 긴장·혼비백산… 재정 안정화 속 구조개혁 적기"

[인터뷰] 손영래 보건복지부 의료보장심의관
숨가쁘게 이어온 '문케어·코로나19', 1년 미국 파견으로 쉼표
"지난 10년간 보장성 확대 마무리… 개선 요소에 기준 강화 필요"
"보장률 지표 분화시켜야… 5~10년 뒤 필수의료 등 악화, 상생 방안 고민"

이호영 기자 (lh***@medi****.com)2022-11-14 06:07

[메디파나뉴스 = 이호영 기자] 의사 출신으로 문재인 케어 실무 지휘부터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변인으로 '복지부의 입' 역할을 하며 쉼없이 일해왔던 손영래 보건복지부 의료보장심의관이 오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 1년 단기 파견으로 잠시 쉼표를 찍는다. 

서울의대를 졸업한 손 심의관은 2002년 4월 보건사무관(5급 경채)으로 공무직을 시작해 복지부 공공의료장, 보험급여과장, 의료자원정책과장, 건강보험보장성강화 추진단 비급여관리팀장, 예비급여과장 등을 역임하며 탄탄대로의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예비급여과장으로 문재인 정보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인 문재인 케어의 핵심인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 활동에서의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지난 2020년 2월 국장급 자리인 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코로나19 초기부터 최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와 브리핑 업무 대응으로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의료보장심의관으로 발탁됐지만 두 달여 만에 미국 파견이 결정되며 숨가쁘게 이어온 업무를 잠시 쉬어가게 됐다.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는 파견을 앞두고 정신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는 손영래 의료보장심의관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손 심의관과의 유쾌한 만남 속에서는 그동안 굵직한 현안의 최일선에서 활동해 오면서 가진 고민의 흔적도 엿볼 수 있었다. 

Q. 그동안 문재인케어, 코로나19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파견을 준비중인 것으로 들었다.

- 오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1년 단기 파견을 가게 됐는데 그동안 바쁘게 지냈던 만큼 개인적으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Q. 최근까지도 코로나19 대응에 힘을 보탰는데 처음부터 코로나19 대응에 참여했던 만큼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 2주전부터 코로나19 브리핑은 그만하게 됐다. 코로나 브피링 문안을 만드는 작업부터 참여하게 됐는데 사회적 거리두기와 브리핑을 맡았다. 28개월간 코로나19 대응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시간이었다. 브리핑 대응만 해도 쉽지 않았기에 나중에 보도가 어떻게 나갔는지 확인해서 대응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Q. 처음 마주한 코로나19에 대한 기억은 어떤가.

- 워낙 잘 모르는 위기 상황이다 보니 1년 반 정도 바짝 긴장을 했었다. 2020년 1월 처음 코로나19가 등장했을 때는 어리둥절했고 대구에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때는 혼비백산했던 기억이 있다. 대구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됐을 때는 외국의 확산 상황의 심각성이 커 너무 놀라기도 했다. 바짝 긴장한 시기에서 계속해서 놀라운 사건의 연속이었다.

Q. 코로나19 대응 상황에서 의대생과 전공의 총파업 이슈도 있었고 국회와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어렵지 않았나.

- 어려웠던 시기였다. 보건의료정책국에서 의대 정원 증원 부분이 나왔던 것이고 중수본에서는 응급실 문제 등 파업에 대응하는 역할이었는데 조마조마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확진자가 많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병원 내 대응 자원이 빠져나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Q. 아무래도 예비급여과장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문재인 케어의 실무를 맡았던 기억이 많이 남는다. 문재인 케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 문재인 케어는 정부 입장에서 이름을 붙인거고, 보장성 강화는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선별급여라는 부분으로 진행됐다. 개인적으로 보면 10년 정도의 프로젝트였고 일단락되고 있다고 본다. 

남아있는 비급여는 논란 거리다. 관절 등은 해당 과에서조차도 의학적으로 효과 논란은 있고 비급여 시술이 많은데 급여화 여부는 골치아픈 부분이다. 개원가에서는 대표적으로 도수치료나 영양제 등을 급여화할 것인가도 고민을 하는데 그런 부분이 남아있을 뿐 큰 틀에서는 마무리가 됐다고 생각한다. 

Q. 보장성 강화 부분과 관련 이번 정부에서 어떻게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 전체적인 보장성 강화는 10년 정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의료빈곤 문제로 가계가 파탄되는 사례는 억제됐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본인부담 상한제, 재난적 의료비 지원체계 등 3종 체계가 돌아가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장성 강화를 공격적으로 하기 보다는 빠르게 확대해왔으니까 앞으로 누수되는 부분을 잡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 단단하게 다져야 다시 문제가 되는 부분을 확장시킬 수 있다. 

앞으로는 확대 과정에서 실제 예비급여 청구가 들어오는 것이나 남용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본인부담 상한제에서 요양병원이 남용했던 부분이 있다. 제도개선을 했지만 허점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잡아가는 방향성이 필요하다. 

Q. 문케어 5년간 보장성은 강화됐지만 보장률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던 것 같다. 

- 보장률은 따로 따져봐야 한다. 보장률은 반이 비급여, 반이 본인부담금인데 본인부담금은 상한제 기전이 있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을 낮춰야 하는 것은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 비급여 중에는 7~8할이 아직 비필수적인 비급여다. 이 비급여를 없애고 급여로 끌어들일 것인지도 문제다.

보장률의 지표를 분화시킬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1인실은 보험적용을 해주지 않는데 건강보험 재정이 튼튼해도 1인실, 특실은 보험적용을 해줄 것 같지 않은데도 보장률에서는 비급여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아예 처음부터 지표에서 제외하고 보장률을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학적으로 효과는 있지만 비용효과성 문제로 경제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비급여가 되는 경우와 의학적 필요성이 떨어지는 비급여가 있는데 이것을 분리해야 하지 않냐는 문제는 학계의 논쟁 거리다. 보장률은 세계적인 통계가 아니라 우리나라만 생산하는 지표다. 국제 비교가 안되다 보니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인지 모른다는 문제가 있다. 지금 보장률은 모든 비급여가 포함된 수치다. 정부가 몇개를 픽업해서 빼는 것 자체가 자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합의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시각에 따라 5개를 빼자는 의견부터 200개를 빼자는 의견까지 다양한 안이 나올 수 있는 문제다. 

Q. 지금까지 해왔던 문재인케어가 보장성 양을 늘려놓은 상황에서 윤 정부에서는 문제가 있는 부분들을 뉘앙스만 보면 지금 급여화됐던 것을 돌리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인가. 

- 정부에서도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기존 급여를 비급여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급여되고 있는 부분 중에 개선 요소가 있는 부분의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지 멀쩡히 하고 있는 상복부 초음파를 비급여로 한다고 하는 것은 후폭풍이 크다.

Q. 의료계는 삭감을 걱정한다. 

- 삭감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요즘 행정소송도 많이 진행돼서 기준없는 상태에서 임의 삭감은 소송에서 심평원이 진다. 기준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동안 양적으로 키웠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져서 남용되는 부분을 막자는 것이다.

Q. 문정부 때는 재정이 안정되게 유지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현 정권에서는 고갈될 것이라는 주장인데, 현 정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가.

- 둘 다 맞는 이야기다. 건보재정은 단기재정은 항상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중장기 재정이다. 왜냐면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세대로 진행되고 있다. 십년 가까이 걸려야 전체 900만명 가까운 베이비부머 세대가 65세 이상으로 진입되기 때문에 10년 뒤를 보면 노인인구가 의료비를 많이 쓰니까 현재는 안정적이라고 하더라도 10년 뒤는 어떻게 될 것이냐가 논란이다. 

문케어만 보면 코로나 등으로 인해 쓰기로 했던 금액을 다 안썼다. 실제 처음에 문케어 발표할 때 2017년에는 5년간 10조를 쓰겠다고 했고 2022년에 누적흑자가 10조 정도로 떨어져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18조 정도 남아있다. 누적흑자 규모를 계속 유지시켜놓은 거다. 

Q. 여당은 문케어 때문에 재정이 고갈된다고 주장하는데.

- 당연히 고령화 얘기를 항상 곁들인다. 문케어 때문에 재정이 고갈된다고 하면 문케어를 중단한다고 재정이 남을거냐, 여당도 그렇게는 안보고 있다. 후폭풍으로 2~3년 뒤에 돌아올 일이다. 중단한다고 흑자가 쌓여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령화를 고려하고 있다. 

여러 위험 상황이 있는데 보장성 강화까지 함께 되면 구조적 취약성이 커진다는 입장도 있다. 양쪽의 말이 다 맞다고 본다. 재정의 중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더 중시하면 이렇게 시작할 수 있는거고 다만 보장성 자체가 낮은 편이면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Q. 문재인 케어 당시 의료계에서도 재정을 두고 논란도 됐었다. 

- 재정이 예측했던 것보다 많이 쓰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적게 쓰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시 계속 얘기했던 것이 2~3년만 지나면 재정수지가 괜찮을 것이라고 했었고 지금 재정은 거의 비슷하게 가고 있다. 

Q. 이례적으로 장관 후보자들이 연이은 낙마로 인사청문회 준비도 수차례 했던 경험이 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인사청문회는 제도 자체가 고민이 됐다. 이렇게 하다가는 나올 수 있는 후보가 있을까 싶었다. 실제로 제안이 들어가도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해는 된다. 가족들이 많이 언급이 됐다. 이번에는 후보자의 부당함 보다 가족이 뭘 잘못하지 않았냐는 것을 대응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Q. 의료보장심의관은 한시적인 조직인데 어떻게 되나.

- 조직에 대해서는 행안부와 이야기를 해봐야할 것이고 지금은 심의관이 문제가 아니고 여성가족부 일부 업무가 들어오면 조직이 커지기 때문에 복잡해질 것이다. 부 전체를 봐야 하니까 조직 구조에 대한 얘기가 더 있어야 한다. 국회 통과 여부를 떠나서 일단 조직 개편 작업은 만들어놔야 한다. 의료보장심의관을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 요청은 하겠지만 이것 한 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

Q. 복지부에서 의료계와 연계되는 다양한 업무를 해오면서 의료계와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의료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전체적으로 같이 변하는 상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현상유지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필수의료 문제도 그렇고, 서로간에 이해관계가 얽히고 하니 진도가 안나가고 주어진 체계로만 계속 가고 있는데 지금은 이렇게 갈 수 있지만 5~10년 뒤에도 이렇게 갈 수 있을지는 걱정스럽다. 

문케어 하면서도 신경썼던 것이 건강보험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보장성 강화를 활용해보자는 부분도 있었다. 수가나 인력구조 등에서 과감하게 잘 되는 쪽으로 뚫어봐야 한다. 이대로 가면 악화가 될 수 있다. 필수의료 부분도 갈수록 전공의들은 안몰리는 곳은 안몰리는데 이대로 놔두면 점점 나빠질 것 같다. 큰 틀에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구조개혁 쪽에 맞춰야 할 것이다. 

고령화로 인해 여유 기간이 많지 않다. 5~6년 정도 지나면 의료비 상승 속도가 가파를 것이다. 전체적으로 여력이 있는 상태에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 건강보험 재정이 압박을 받아 상황이 악화되면 큰 구조개혁 논의가 쉽지 않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