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환아의 안타까운 죽음… "국내에는 중증소아외상센터가 없다"

[인터뷰] 서울대병원 외상센터 이신애 전문의
"서울대병원, 외상센터 개소했지만 소아외상환자 위한 자리 없어"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 1위 서울시, "서울에서 외상 당한다면‥"

김선 기자 (s**@medi****.com)2022-11-22 06:09

[메디파나뉴스 = 김선 기자] "서울대병원 옆에 저희가 살았다면 아이가 살지 않았을까요? 단 5분만이라도 빨리 왔다면..."

지난 7월 11일 오후 5시 45분 경 서울시 은평구 역촌동에서 발생한 엘리베이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만 6세 A군의 어머니의 말이다. 

당시 A군의 상태를 확인했던 서울대병원 이신애 외상센터 전문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이가 병원에 도착하고 하늘나라로 갈 때까지 계속 했던 어머니의 이러한 말이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 전문의는 "'아이가 빨리 왔다면 살았겠죠'라고 말씀드릴 수 없었던 것은 우리나라에 소아외상센터가 하나도 없는데 나라에서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아 떠난 것이라고 답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A군은 사고발생 이후 심정지 상태에서 이송되었지만, 35분 정도 소요되는 서울대병원에 도착해서야 제대로 된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이미 임상에서 뇌사 소견을 보였다.

이 전문의는 A군이 조금만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에 도착했다면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A군은 사고 발생 8일 후 4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지난 2012년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가 설립되면서 우리나라 2015년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평균 30.5%에서 2년 만에 19.9%로 10.6%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권역에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감소한 것에 비해 서울권역은 30.8%에서 30.2%로 0.6%p 감소하면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19년에는 4.2%p 감소했지만, 여전히 선진국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즉 서울에서 외상을 당하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전문의는 이와 함께 소아외상센터의 경우 한 곳도 없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Q. A군이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가.

- 환아가 2022년 7월 11일 5시 50분에 사고가 났다고 소방측에서 연락이 왔다. 35분 뒤인 저녁 6시 25분에 서울대병원 어린이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이미 도착 당시에도 심정지 상태여서 구급 이송단계에서부터 CPR를 하고 있었다. 서울대병원에 와서도 계속 CPR를 했고, 다행히 소생이 됐지만 그 이후에도 네 차례 더 심정지가 왔다. 총 다섯 번의 심정지였던 것이다.

다행히 CPR과 CPR 사이의 간격이 길지는 않아서 금방 소생이 됐지만, 반복적으로 심정지가 일어났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 원인은 환아가 응급실에 처음 왔을 때 얼굴 부상이 매우 심했기 때문이다.

온 얼굴이 다 찢어지고 부서져 있는 상태였고, 가장 큰 손상 부위 중 육안으로 확인이 되는 건 목 앞쪽에 한 10cm 정도 되는 열상이었다. 목 상처에서 피가 심하게 나고 있었고 입 안쪽으로 살펴보니, 턱뼈 아래가 다 깨져 뼈가 노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 안에서 활동성 출혈이는 동맥 출혈이 발생했고, 동맥 출혈에서 발생한 대량 출혈에 의한 심정지라고 판단했다.

Q. 4명에게 새생명을 주고 별이 된 A군이 장기기증을 하기까지 상황을 설명해달라.

- 사실 소생실에서 대량의 출혈에 의해 심정지가 발생하는 환자들은 출혈을 잡지 않으면 살아날 수가 없다. 그래서 특히 구강쪽 뼈 안쪽에 나는 피 같은 경우에는 전문적으로 보시는 선생님들이 봐주셔야 했다. 급하게 치과병원에 소속된 구강악 안면외과 교수님을 호출했고, 교수님은 위에서 응급으로 지혈술을 시행하고 아래에서는 CPR이 시행됐다.

1시간 넘게 CPR을 하고, 결국 환아가 살아서 CT를 찍으러 갔다. 가장 걱정되는 부위는 사고 기전상 쇄골뼈 위쪽으로 전부 다 다쳐, 뇌가 가장 걱정이 됐다. CT상에서는 역시나 뇌는 이미 많이 부어 있었고, 임상적으로는 뇌사가 강력하게 의심이 되는 상황이었다.

저산소성뇌손상이라고 하는데, 뇌가 굉장히 심하게 부어서 원래는 구조물들이 잘 보여야 되는데 보이지 않는 상태였고 동시에 심장에서 나오는 혈관 하나가 다쳐서 심장 주변에도 피가 굉장히 많이 고여 있는 상황이었다. 환아가 중환자실로 가고, 그 시점부터 전쟁이었다.

이렇게 대량 출혈로 심정지가 발생을 해서 돌아온 환자들은 항상 2차적으로 우리 몸 안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게 되는데, 피는 스스로 응고시키는 능력을 잃어버려서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출혈 포인트가 없다 해도 출혈이 지속되는 것이다.

12시간 동안 피가 13팩이 들어갔다. 오전 7시까지 계속 그런 사투를 벌였고, 안정적인 상태로 돌입을 해서 수술을 진행했다. 그러나 역시 뇌사 소견이 확인이 되었고, 이렇게 뇌사가 임상적으로 의심이 되는 환자들에게는 연명치료 혹은 장기기증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조심스러웠지만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고 상황을 받아 들이기가 힘드셔서 많이 우셨다. 그래도 한 4~5일 정도 고민을 하신 끝에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하셔서 6일째 되는 때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라는 곳에서 이틀에 걸쳐서 뇌사 판정이 진행됐다. 그리고 난 후에 이제 환아는 심장하고 간하고 양쪽 콩팥 총 4개의 장기를 다른 아이들에게 기증을 하고 하늘 나라로 갔다.
Q. A군이 떠난 후 어떤 마음이 들었나.

- 어떤 환자이든 최선의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나라로 가면 마음이 좋지 않다. 특히나 외상환자들은 높은 중증도로 인해 다친 후 초급성기에 해당하는 24~72시간 동안에는 한시도 환자 곁을 떠날 수 없다. 우스갯소리로 외상외과 의사는 자신의 체력과 수명을 도려내어, 그만큼 환자의 숨을 붙들어 놓는다고 표현한다. 그 정도로 최선을 다한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잃으면 의사 역시 사람인지라 마음에 흉터가 생긴다. 소아 환자는 더 깊이 생긴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혼자 있을 때나 퇴근 후 집에 멍하니 앉아 있을 때 불쑥불쑥 마음이 아프다.

Q. 이번 사고를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영유아 같은 경우에는 이제 부모님의 부주의로 인한 의도치 않은 사고 혹은 이제 학대, 교통사, 킥보드 등 다양한 사례가 있는데 지금까지 외상을 길게 하지는 않았지만 엘리베이터에 목이 끼어 가지고 온 환아는 처음봤다.

주변 외상센터도 사실은 소아 외상환자의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들었다. 외상외과 의사들은 치료에 참고하기 위해 사고가 발생한 기전이나 원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하지만, 사고로 인한 외상은 법적인 문제를 수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사고 발생의 원인 및 책임소재에 대해 가치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이번 사고 또한 그렇다.

중요한 건 환아 거주지 주변에는 중증소아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심정지 발생 후 35분이나 경과한 뒤 에야 응급실에 내원했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곳이 은평구였고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서울대병원까지 아무리 빨리 와도 30분은 걸린다. 치료의 골든 아워를 놓친 셈이다.

미국에는 Level 1 소아외상센터가 35개인데, 우리나라는 0개이다. 소아외상전문의도 없다. 성인 외상에 비해 발생 빈도는 적지만, 단 1명이라도 아이가 심하게 다치게 된다면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국내에는 없다는 뜻이다. 이번 일은 그나마 운이 좋았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적어도 갈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사망하지는 않았으니까.
Q.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 환아와 함께 한 9일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이 상태가 좋지 않아 잠을 못 자고, 집에 가지도 못한 게 아니다. 그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소아외상환자를 위해 배정된 중환자실 자리가 단 1자리도 없어서 다른 과 중환자실 베드를 빌려서 사용했고, 그마저도 며칠 후에 비워줘야 해서 다시 다른 자리를 빌리기 위해 말그대로 '구걸'하러 다녔다.

수술방도 배정받은 것이 없어, 환아의 얼굴 수술을 위해 소아수술방을 빌리러 전화만 10통 넘게 했던 것 같다. 서울대병원은 작년 중증외상센터를 개소했지만 소아는 물론이고, 성인환자를 위한 외상환자 전용 중환자실은 단 1자리도 없다.

외과계중환자실과 응급중환자실 자리를 빌려 사용하고 있고, 그마저도 없으면 중증외상 환자는 응급실에서조차 받을 수 없다. 외상 전용 수술방도 없고 외상전문 간호인력도 없다. 외상환자는 낮이고 밤이고 언제 발생할 지 몰라 24시간, 365일 전문의가 병원 상주를 한다. 암환자처럼 외래 예약을 하고 오는 게 아니란 의미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환자를 위해 대기하는 시간까지도 노동의 시간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처럼, 외상전용 중환자실과 수술방도 항시 비워져 있어야 이번 환아와 같은 중증외상환자를 제때에 적절히 치료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중증외상최종치료센터 사업을 작년부터 하고 있지만, 참 할말이 많다.

Q. 이번 사고와 같은 안타까운 일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중요한 건 결국 돈이다. 환자를 살릴수록 적자가 나는 외상외과는 시에서, 나라에서 지원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근데 지금 지원받는 돈은 형편없이 부족하다. 돈도 없고 병원 서포트도 안되서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외상전문간호사도 고용 못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같은 국가적 외상재난 상황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다음번은 건물붕괴가 될 수도, 대형 교통사고가 될 수도 있는 거다. 서울시에서 다시 한번 외상 재난 상황이 발생한다면 과연 국립병원인 서울대병원 외상외과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지금 같은 시스템이라면 불가능하다.

이번 환아와 같은 외상환자 1명 살리는 데에도 발품 팔고 투쟁해야 하는데,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다면 아마도 외상외과 의사가 먼저 쓰러지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어찌저찌 버티고 있지만, 환경 개선없이 진료를 하라고 하면 글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요샌 나도 후배들한테 외상외과 하라고 말을 못하고 있다. 지금의 현실이 지옥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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