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도 하나뿐인 임종실 "존엄한 죽음 위해 확대 고려"

[인터뷰]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혈액종양내과)

박민욱 기자 (hop***@medi****.com)2022-06-28 06:06

[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 변치 않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평소에 이를 잊고 지낸다.

또한 누군가는 "좋은 삶이 있다면 존엄할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 같은 외침이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연명의료결정 제도가 생기게 된 배경이 됐다.

치료를 위해서 대형병원을 찾지만, 또 누군가는 오늘 유명을 달리한다. 그들이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공간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이에 메디파나뉴스는 최근 후원을 받아 임종실 환경을 개선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의 유신혜 교수(혈액종양내과, 사진)를 만나 임종실 확대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유 교수는 "임종실은 사망이 임박한 환자를 특별한 병실에 옮겨서 보호자들과 마지막 시간을 편안히 보내는 공간으로 여느 1인실 병동과 같지만,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124병동 19호실'은 바로 임종실이다. 병실 외부에 별다른 설명이 없기에 이 병동을 지나는 환자나 보호자가 "왜 이 병실만 이렇게 비어있어요?"라고 묻곤 한다.

그럴때마다 유 교수는 "환자가 고통 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임종하길 희망하는 환자 및 보호자의 바람을 이뤄주는 공간이다"고 설명한다.

유 교수는 "최근 한 50대쯤 되는 암 환자가 회복 불가 판정을 받고 이 임종실에 들어 왔다. 중환자실에 있을 때 배우자가 어린 자녀를 병원에 못 오게 했는데 마지막으로 가족사진을 찍고 싶어해 임종실에서 사진사를 섭외해 찍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만약 다인실에서 임종했으면 할 수 없던 일들이 이 임종실을 통해 이뤄지는 것을 보고 그 필요성을 체감했다"고 덧붙였다.
만약 환자가 다인실에서 임종을 맞이한다면, 그 모습을 지켜보는 보호자에게 충분히 슬퍼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같은 병실 내 환자들은 다른 환자가 죽음을 맞는 모습을 보며 충격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임종실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비율은 매우 낮다. 임종실 설치 의무가 없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임종실을 운영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빅5 병원'만 하더라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성모병원은 상시 임종실 3개, 임종실로 사용 가능한 1인실이 7개로 가장 많지만,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은 각각 1개에 그친다.

국내에서 가장 큰 병원에서도 이런 상황인데 대부분 병원들은 병동 각층 처치실에 공간을 마련해 임시로 임종실로 쓰는 것이 대부분이다.

유 교수는 "호스피스 기관은 임종실 설치가 의무화인데, 급성기 병원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병상도 부족한데 상시 비워둬야 하는 임종실을 운영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존엄한 죽음 측면에서 환자의 편안한 임종과 마지막 기억을 가지고 살아갈 보호자를 위한 임종실 운영은 필요하며, 개별 병원 차원 이상의 임종실 확충을 위한 고민과 인식 개선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환자를 살리는 일에는 정부나 병원들이 투자를 많이 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것에 돈을 쓸 여력이나 명분이 없어 임종실에 큰 투자가 없었다.

이에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 임종실 설치가 의무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병원은 최근 임종이 임박한 환자가 연명의료와 같은 불필요한 처치를 받지 않고 보호자와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임종실의 환경을 개선하는 공사를 진행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유 교수는 "우리 병원에서 치료를 하다 환자를 먼저 떠나보낸 보호자들이 '왜 이렇게 큰 병원에 조차 임종실이 하나밖에 없나'라고 반문한다. 이 말에 동의한다. 향후 우리나라가 바람직한 임종문화를 정착 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임종실을 제대로 갖추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완화의료 및 임종 돌봄 분야는 꼭 필요하지만, 아직은 비교적 관심이 적은 분야이다. 임종 문제 트라우마가 오래가는 것으로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지침이 꼭 가치를 반영하지 않을 수 있기에 각 의료기관도 임종실 설치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대 국회에서 '일정 병상을 갖춘 병원에 임종실을 별도로 설치'를 골자로 하는 법이 발의됐지만, 병원계가 "자율적 임종실 설치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면서 논의가 멈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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