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당뇨병 예방은 곧 인간이 갖는 삶의 가치와 방향, 행복을 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포인트 실천이 필요하다. 추천하는 방법은 '아침밥 먹기'다. 아침밥을 건강식으로 먹으려면 일찍 일어나야하니, 일찍 자게 되고, 일찍 자기 위해 적절한 활동(운동)을 하게 되니 생활습관이 안정된다. 이는 당뇨뿐만 아니라 뇌졸중, 심장병, 비만, 고혈압, 암, 치매 등과 같은 질환도 예방하는 길이다. 생활습관이 개인을 건강하게 만들고, 개인의 건강은 결국 복지비용을 절감시키기 때문에 국가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김광원 한국당뇨협회장(가천대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은 최근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당뇨병 '예방'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무엇보다 생활습관의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김 회장은 최근 사회가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게 되면서 오히려 인간의 생활습관은 엉망이 됐고, 되려 인간의 삶의 가치를 만드는 효율성은 저하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처방은 결국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으로, 이 방법이 가장 적은 에너지로 건강에 가장 좋은 효율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사회가 디지털화, 자동화로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는 것과 함께,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들이 당뇨 예방의 필요성에 대해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노력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당뇨협회는 당뇨인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 당뇨병 예방을 목적으로 1995년 설립돼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사단법인이다.
김광원 회장은 2020년 선출돼 대국민 당뇨병 퇴치운동을 선언하며 ▲다양한 기업 및 기관과 업무협약 체결 ▲공개강좌 ▲당뇨캠프 ▲혈당알기 캠페인 ▲저혈당알림 블루팔찌 캠페인 ▲걷기대회 ▲마라톤 등 여러 활동을 통해 당뇨인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고, 당뇨 예방을 위한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음은 한국당뇨협회의 30주년을 기념하며 만난 김광원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먼저 한국당뇨협회 30주년을 축하드린다. 협회에 대해 소개해달라.
한국당뇨협회는 '당뇨병 예방'을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다. 합병증이 생긴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 것 보다는 그 이전에 당뇨병을 예방하는 것이 훨씬 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비용도 적게 든다.
당뇨병의 예방은 당뇨병이 생기는 원인을 이해해야 가능하다. 당뇨병은 '생활습관병'이다. 생활습관병은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다 포함한다. 먹는 것, 움직이는 것, 생각하는 것, 잠자는 것 등이 당뇨병 발병의 근본적인 원인들이다.
불합리한 생활습관을 개선시키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작업 중 하나다. 생활습관은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도 있지만, 사회-문화적 영향을 크게 받아 자신의 의지에 관계없이 부지불식간에 휩쓸리는 경향이 많다. 이러한 생활습관병의 개선은 병원의 진료의사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 당뇨병 유관단체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방송매체들이 모두 합심해야 한다.
한국당뇨협회는 당뇨병 환자, 당뇨병 유관 전문단체, 사회단체들이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예방사업을 시행해 당뇨병 예방의 적절한 모델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국당뇨협회가 진행한 당뇨인 교육 캠프 현장 모습. 사진=한국당뇨협회
Q. 30년 동안 협회가 진행한 여러 사업 중 가장 의미있었던 활동 또는 사업은 무엇인가. 그 중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준 활동이 있다면.
가장 의미있는 사업은 당뇨인과 함께하는 '당뇨인 캠프'인 것 같다. 먹는 것, 움직이는 것, 생각하는 것, 잠자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직접 체험해 혈당 조절 및 생활의 질 향상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성인 또는 소아 당뇨인과 가족들 50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해 2박 3일간 진행한다. 환자들은 식습관의 중요성, 운동의 중요성, 마음가짐의 중요성, 수면의 중요성을 경험하는 시간들을 갖는다. 매우 유익한 경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캠프에서 시행한 생활습관을 일생 동안 지키는 당뇨인이 많다. 이 경우 당뇨 합병증 없이 비당뇨인과 다름없는 건강한 생활을 유지한다.
또한, 운동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 매년 '다 함께 달리기' 행사인 '블루런(Blue Run)'을 시행하고 있다. 5km, 10km 달리기 행사로, 5000여명이 참여해 달리기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체험한다.
이 행사는 서울시, 방송국 그리고 당뇨병 유관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시행되며, 참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당뇨병 예방에 운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그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달리기 행사를 계속 시행해 당뇨병의 예방과 치료에 운동의 중요성을 전국민에게 알릴 계획이다. 매년 행사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시도해 참가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달리기가 되도록 여러 가지로 구상하고 있다.
Q. 현재 협회가 주력하고 있는 활동 및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 부탁드린다.
당뇨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혈당 수치를 파악해야 한다. 당뇨병 초기에는 증세가 없어서 자신이 당뇨병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30% 정도는 그렇다.
당뇨병 환자임을 알아도 치료가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 치료를 받는다고해도 적절히 치료받는 환자는 50%도 안된다. 또한 당뇨병의 경계치에 있는 내당능 장애인은 조만간 당뇨인으로 전환되는데, 혈당이 상승하는 시점을 알기가 불가능하다. 당뇨병 예방 치료의 시작은 자신의 혈당치를 확인하는 것부터 이뤄져야 하기에 한국당뇨협회는 계속 사업으로 '전국민의 혈당 알기'를 시행하고 있다.
합리적인 식생활은 매우 중요하지만, 원칙은 '적당량, 골고루, 제 시간에'로 간단하다. 그러나 이것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식생활에 개인의 취향이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사회-문화적인 요인도 매우 크다. 우선은 어렵지 않게 시행할 수 있는 단순한 접근법인 '식판문화'를 시도해야 한다. 자신에 맞는 식판을 맞춰 식사량과 반찬을 골고루 담아 오는 것부터 시작해 식판의 음식을 잔반 없이 깨끗하게 먹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여기에 동의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여러 가지 난관이 많겠지만, 사회 모두가 합심하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Q. 저혈당 알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뇨라고 하면 혈당이 높은 것이 먼저 떠오르는데, 캠페인을 통해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가.
당뇨병은 혈당이 높아지는 병이어서 '혈당을 낮추면 좋을 것이다'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저혈당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핏속의 포도당은 몸의 활동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성분이다. 자동차에 빗대자면 가장 효율적인 연료인 것이다. 따라서 혈액속에는 항상 적당량의 당성분을 유지해야 한다. 만일 혈당 떨어지는 속도가 아주 빨라서 너무 낮아지면(저혈당), 의식이 변하면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당뇨병 치료제가 너무 강하거나, 끼니를 거르면 생긴다. 특히 운전 중일 때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운전을 직업으로 가진 당뇨인을 대상으로 해당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운전하기 전에 반드시 혈당을 확인하고, 아무리 급해도 때가 되면 반드시 밥을 챙겨 먹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의 저혈당에 대비해 사탕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Q. 건강쇼핑몰 '더당몰' 개편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봤다. 향후 온라인몰을 계속 확대할 방침인가.
효율적인 혈당관리를 위해서는 당뇨인에게 필요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당뇨인은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어떻게 구매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협회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당뇨인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소개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더당몰'을 개설했다. 아직은 개설 초기여서 이용률이 높지는 않지만, 향후 당뇨인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보완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Q. 최근 당뇨약이 비만치료제로 적응증을 변화하거나 확장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 혹은 기대가 있다면 무엇인가.
당뇨병과 비만을 독립적인 질환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이해하기 쉽다.
최초에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용량을 높이면서 비만치료제로 사용한 경우에도 염려할 만한 부작용이 없이 혈당조절과 체중조절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했다면 좋은 치료제다.
그러나 동일한 성분으로 용량만을 높여 비만치료제로 사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임상결과는 주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Q. 국내 제약사들의 당뇨약 및 당뇨신약 개발 상황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한다면.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약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신약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개발한 신약의 기본적인 구조에 약간의 구조적인 변화를 하여 만든 것들이다. 전혀 새로운 개념의 원천적인 신약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새로운 개념의 신약의 개발을 위해서는 시간, 돈, 연구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흔적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희망적이라고 믿는다.
김광원 한국당뇨협회장. 사진=조해진 기자
Q. 당뇨 치료에 있어서 약과 생활습관 관리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가.
생활습관이 훨씬 중요하다. 약을 복용할 때도 생활습관을 병용하지 않으면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다. 생활습관만 교정해도 혈당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환자도 많다.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생활습관을 함께 개선하면 합병증이 생길 확률도 훨씬 줄어든다.
Q. 협회의 연혁을 보면 제약사들뿐만 아니라 여러 학회와 기업 등과 MOU를 진행했고, 약사회 등과도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 목적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당뇨병 예방과 치료는 어느 하나의 단체의 주도로는 불가능하다. 환자, 국가, 사회, 유관 단체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각 단체들의 역할이 다를 수 있다. 협회는 가능하면 관련된 여러 단체들과 협력하여 '당뇨병 에방'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도록 노력하고 있다.
Q. IDF가 전 세계 성인 당뇨병환자가 6억명에 육박하면서 전 세계 차원의 과감한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글로벌 당뇨협회들과의 협력도 이뤄지고 있나.
전 세계 성인 당뇨병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되는 사실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지역이 개발도상국이라는 점이다. 인도, 중국, 아프리카 지역들이다.
먹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당뇨병 인구는 늘어난다. 지역마다 음식문화의 특징이 있어서 당뇨병 예방법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서로의 경험을 공유해 자기 나라의 실정에 맞춰 시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협회는 IDF에 빠짐없이 참여해 한국의 경험을 발표하고, 외국의 단체와 모임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일본 당뇨협회도 방문해 그들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기회도 있었다.
Q. 30주년을 넘어, 이후 한국당뇨협회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최종 목표, 비전을 정리한다면.
당뇨병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은 당뇨병 뿐 만아니라, 비만증,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뇌졸증, 악성종양 등 거의 모든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이고, 가장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다.
또한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길이다. 당뇨 예방 활동을 바탕으로 이러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협회의 방향이다.
Q. 당뇨 환자분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나를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니고, 당뇨병을 극복하고 생활에 활력을 주는 방법이다. 지금 결심하라. 여러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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