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AI 기반 의약품전주기 기술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은 의약품 개발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AI 기반 의약품 전주기 지능화 예측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단기적인 기술 개발을 넘어,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의약품 개발 전주기(end-to-end)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김주은 AI 기반 의약품전주기 기술개발사업단장(국민대학교 응용화학부 교수)<사진>은 최근 전문지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사업단의 운영 방향성과 미래 비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MOTIE)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은 지난 4월 '2025년도 AI 기반 의약품전주기 기술개발 사업'을 공고했다.
2029년까지 5년간 정부출연금 202억9000만원을 포함한 총 251억5000만원의 연구비가 투입되며, AI를 기반으로 의약품 전주기 정보 제공 및 예측 통합 솔루션을 개발하고, 기업 지원 실증 서비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즉, 웹상의 방대한 의약품 데이터와 실제 측정된 의약학 데이터를 AI 기술로 융합·학습시켜 신약 및 개량신약의 물리화학적 특성, 독성, 효능, 안전성 등 의약품 개발 전 주기의 핵심 정보를 몇 시간 내에 예측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축해 일반적 의약품 개발뿐만 아니라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기업을 위한 실증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 사업을 차지하기 위해 쟁쟁한 기관들이 팀을 구성해 도전했고, 치열한 경쟁 끝에 김주은 교수를 비롯해 총 16개 기관(엠에프씨, 경동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알케, 아이겐드럭, 퀀텀인텔리전스, 성균관대, 중앙대, 우석대, 동덕여대, 가천대, 국민대, 아주대, 한국바이오협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이 참여한 팀이 최종 선정됐다.
김주은 사업단장은 "대기업부터 유망한 중소기업까지 쟁쟁한 곳들이 사업단을 구성해 지원한 것으로 안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 사업단이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실용성'과 '신뢰성'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선순환 연구개발 구조를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업단은 형식적인 구성을 지양하고,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실제 AI 기술 개발과 구현이 가능한 실무 중심의 핵심 기관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또한, 기술의 최종 수요자인 제약사가 기획 단계부터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개발 완료 후에도 즉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개발 초기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개발된 AI 플랫폼의 성능을 다각적으로 검증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단순히 AI 예측 데이터와 비임상 CRO의 실측 데이터를 비교하는 것을 넘어, 국가 공인 인증 획득과 실제 제약사를 통한 기술서비스 검증까지 이어지는 포괄적인 검증 파이프라인을 마련한 것이다.
'실무 중심 개발 → 수요자 참여 → 다각적 검증'으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구조는 사업단의 독보적인 강점으로 작용해 사업 최종 선정이라는 결실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차별화된 연구개발 구조 제안뿐만 아니라 16개 기관이 유기적인 시너지를 창출한 것도 큰 힘이 됐다.
김 사업단장은 "진정한 원팀(One Team)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사업 제안을 준비하는 약 두 달간 16개 참여 기관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반으로 모든 자료를 실시간 공유했고,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며 "단 한 기관도 소외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소통하고 조율한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 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조해진 기자
향후 사업단은 ▲플랫폼 완성도 향상 및 유기적인 통합 ▲국내 실증 성공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규제 과학 선도하는 표준 모델로 자리매김 순으로 단계별 계획을 추진하며 대한민국의 AI 의약품 개발 전주기 예측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끌어갈 방침이다.
김 사업단장은 "향후 5년간 3개의 세부 과제가 긴밀하게 연동되는 '원클릭 전주기 예측 통합 플랫폼'을 완성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개발-검증-피드백의 선순환 구조를 더욱 공고히해 사용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을 구현하고, 국내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실증 서비스 사례를 만들어 플랫폼의 신뢰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파트너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IBM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및 빅파마 대상 기술 수출 및 파트너십을 적극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울러 "우리 플랫폼이 식약처와 미국 FDA에서 신뢰하고 인정하는 '표준 예측 모델'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미국 FDA의 동물대체시험법(NAMs)과 같은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규제 기관과의 소통을 통해 AI 기반 평가 기술이 신뢰받는 심사 기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리 사업단이 K-AI 의약품전주기 개발의 '허브'로써 국내 중소·벤처 제약사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차세대 인재를 양성해 대한민국 의약품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다음은 김주은 AI 기반 의약품전주기 기술개발사업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사업단이 생각하는 '전주기 통합 AI'의 차별성과 혁신 포인트는 무엇인가.
기존 AI 신약개발은 주로 신약 후보물질의 효과와 독성에 한정된 발굴에 집중돼왔지만, 최근에는 AI 기술을 의약품 개발의 모든 단계, 즉 전주기(end-to-end)에 걸쳐 통합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러한 '전주기 통합 AI' 모델은 기존 방식과 비교했을 때 ▲개발 효율성 극대화 및 성공률 향상 ▲시간 단축 ▲비용 절감 등을 이룰 수 있다.
단계별로 살펴보면, 먼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전임상시험 설계 및 예측 단계를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AI는 방대한 전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효과적인 전임상 및 ADME(Absorption, Distribution, Metabolism, Excretion) PK시험 디자인을 제안하고, 실패율을 예측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의약품 제형설계 및 생산공정을 최적화하고, 품질 관리 시스템에 적용하면 불량률을 낮춰 연구개발 및 제조공정 비용 절감에 도움을 준다.
또한 기존 약물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새로운 질병과 적응증에 적용하는 약물 재창출이나, 여러 약물을 조합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병용요법을 빠르게 발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전주기 통합 AI'는 신약개발 뿐만 아니라 의약품개발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최적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Q. 사업단이 글로벌 AI 신약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어떤 전략적 협력(산학연·해외 파트너십 등)을 계획하고 있나.
사업단 내 참여 기관 및 AI 기업들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강점을 바탕으로 개발되는 AI 신약 개발 플랫폼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크게 2가지다.
먼저 국내 협력을 통한 플랫폼 검증 및 고도화를 진행한다.
각 세부 과제를 통해 개발되는 AI 기반 불순물 저감화, 안전성유효성 플랫폼, AI기반 PK플랫폼 등 3가지가 통합된 솔루션은 국내 제약사와의 기술 서비스 연계 및 실증을 통해 철저히 검증할 예정이다. 이는 기술이 실제 제약산업의 요구를 충족하고 상업적 가치를 지님을 증명하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다.
제약바이오현장에서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두 번째는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통한 시장 진출 가속화다.
국내에서의 성공적인 검증을 발판 삼아, 해외 기업 및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국내 AI 기업들이 개발한 혁신적인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나 해외 빅파마에 납품할 수 있도록 기술의 우수성을 적극 알리고, 잠재적 파트너와의 네트워킹 기회를 확대하며, 계약 협상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특정 질병 분야나 기술 영역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공동 연구 개발(Joint R&D) 프로젝트를 추진해 각자의 강점을 활용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기술 개발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다. 아울러 벤처캐피탈(VC) 및 투자 기관의 투자를 유치해 연구개발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다각적인 전략적 협력을 통해 사업단은 대한민국 AI기반 의약품전주기 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AI 의약품 개발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하고자 한다.
사진=조해진 기자
Q. AI 기반 의약품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바이오 헬스케어와 의약품 분야 빅데이터가 중요하다. 데이터 확보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AI 기반 의약품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헬스케어 및 의약품 분야의 양질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학습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인공지능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데이터다. AI 모델의 성능과 신뢰성은 전적으로 학습 데이터의 양과 질에 달려있다.
데이터 확보는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을 넘어,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제해 AI 모델이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Drugbank (약물 정보), RXlist (처방약 정보), PubChem (화학 물질 정보), BindingDB (생체 분자 결합 데이터), KIBA (키나아제 저해제 결합 데이터), Davis (약물-표적 상호작용), ZINC-15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화합물 라이브러리) 등 웹상에 공개된 방대한 의약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AI 모델 학습의 기반 데이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대한민국 화학연구원(KRICT)에서 보유한 화합물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국내 전문 데이터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국형 데이터의 강점을 살릴 예정이다.
AI의 예측이 현실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생성되는 원료의약품 기업과 완제의약품 기업이 보유한 내부 실측 데이터 확보 및 연계도 중요하다.
전임상시험 데이터, 불순물, 유연물질, 의약품설계, 제조공정 데이터, 품질 관리 데이터보고 데이터 등 실제 의약품 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제된 데이터를 협력을 통해 확보하고 AI 학습에 활용함으로써 AI 모델의 예측 정확도와 실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공개된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얻기 어려운 실제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유전체(Genomics), 전사체(Transcriptomics), 단백질체(Proteomics), 대사체(Metabolomics) 등 인체 내 생체 정보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다중 오믹스(Multi-omics) 데이터도 통합해 활용할 계획이다. 이는 약물 작용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약효 및 부작용을 예측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많은 과학 논문, 임상 보고서, 특허 정보 등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를 AI 기반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통해 분석하고, 새로운 약물 후보 물질, 작용 기전, 질병 관련 정보 등을 발굴할 수 있다.
이러한 다차원적이고 통합적인 데이터 확보 전략을 통해 AI 모델의 학습 기반을 견고히 해야 의약품개발 전주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AI 기반 의약품 분야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Q. AI의 신약개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 과학(Regulatory Science)과의 접목이 중요하다. 허가 심사나 안전성 평가에 AI를 적용할 때 예상되는 규제적 허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AI 기술을 의약품 개발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과학과의 접목은 필수다.
특히, AI 기반 모델을 활용한 허가 심사나 안전성 평가 과정에서 예상되는 규제적 허들은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이를 AI 기반 모델과 인간 장기 유사 구조물(오가노이드 등)을 활용한 '인간 적합 시험법(New Approach Methodologies, NAMs)'으로 대체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FDA가 추진하는 NAMs는 동물실험 감소, 신약 개발 가속화, 안전성 향상, 그리고 비용 절감이 목표다. 우리나라의 식약처 또한 이러한 글로벌 동향에 발맞춰 유사한 심사 규정 도입을 통해 국내 기업 및 기관들의 혁신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단은 이러한 규제 환경 변화를 기회로 삼아,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이 규제 당국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규제 기관 맞춤형 표준 모델 개발 및 인증 ▲규제 과학 전문가 협력 및 사업단 참여 등을 통해 AI 모델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잠재적인 규제 허들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AI 신약 개발 및 의약품전주기 개발의 규제 방향성에 대한 이해를 높여 관련 정책 수립 과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을 통해 저희 사업단은 AI 의약품전주기 개발의 혁신성을 규제 당국에 성공적으로 설득하고,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는 AI 기반 의약품 개발 사업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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