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면역 메커니즘 연구 'ing'… "성장 중인 의사과학자"

[인터뷰] 노지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제1회 국제백신연구소-대한백신학회 젊은 과학자상' 수상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9-12 11:58

노지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조해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대한민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이자 전 세계 인류 건강 실현을 목표로 하는 국제백신연구소(IVI)와 국내 백신 학문과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권위 있는 학술 단체인 대한백신학회에서 공동 제정한 상을 수상하게 돼 영광이다. 젊은 의사과학자로서 아직 성장하는 단계인 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연구하라는 격려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백신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젊은 과학자를 발굴하기 위해 국제백신연구소(IVI)와 대한백신학회가 공동 제정한 '제1회 젊은과학자상'에 선정된 노지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메디파나뉴스와 만나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노지윤 교수가 젊은과학자상에 선정된 결정적 연구는 코로나19 mRNA 백신 접종 후 유도된 기억 T세포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서도 다기능성 면역반응이 유지되는 것을 규명한 연구다. 

이 연구는 백신이 유도하는 면역 메커니즘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백신 접종의 중요성과, 면역 지속성 및 변이 대응 전략 연구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 교수는 2005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내과학 석사 및 미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 홍콩대학교 Honorary Research Associate로 연구 활동을 수행했으며, 현재는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에서 임상과 기초의학 연구를 연계하는 연구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의사과학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다음은 노지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임상의로서 근무하고 연구까지 함께 진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임상분야 의과대학 교수는 진료·교육·연구 이 세 가지를 필수로 해야한다. 저는 감염내과 의사로 미생물학 분야에 관심이 있어 이 분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특히 임상의학자로서 임상과 기초를 연계하는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어 관련 분야로 연구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Q. 이번에 수상하게 된 연구내용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방어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건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다. 백신을 맞으면 몸에서 이 항체가 만들어진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에 붙어서 세포 안으로 침입하지 못하게 해 직접적인 방법으로 감염을 막는다. 

다만 문제가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시간이 지나면 항체의 역가(antibody titer), 즉 항체의 농도가 점점 떨어지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항체를 회피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해 기존 항체가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우한에서 발생한 오리지널 바이러스가 있었지만, 오미크론 바이러스로 변이가 일어나서 기존 백신이 유도한 중화항체를 회피해 방어가 되지 않았던 것이 그 예다. 

이에 오리지널 바이러스로 개발한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이 오미크론에 충분히 방어면역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백신으로 유도되는 면역 반응 중에는 항체 면역 외에도 기억 T세포 면역 반응이 있다. 기억 T세포 면역 반응은 감염 자체를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감염이 일어났을 때,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해 감염이 퍼지는 것을 막음으로써 감염자가 중증으로 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저희가 한 연구는 오리지널 바이러스로 만들어진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기억 T세포 면역 반응이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상당히 면역 반응이 유지가 된다는 내용을 밝힌 것이다. 

이는 백신 접종자가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감염이 될 수 있지만, 감염이 되더라도 폐렴이나 중환자실 입원, 인공호흡기 사용 등과 같은 중증 예방에 상당히 효과가 있다는 것을 면역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즉,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더라도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가 백신을 맞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백신을 맞아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염이 되더라도 중증 감염으로 덜 가게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젊고 건강한 성인이나 기저질환도 없는 사람들은 감염이 생겨도 중증으로 갈 리스크가 낮지만, 상대적으로 고위험군, 예를 들면 고령자나 만성질환이 있거나, 항암치료를 받은 면역저하자 등은 코로나에 걸렸을 때 합병증이 생기거나 중증으로 갈 수 있는 리스크가 높은 고위험군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근거를 추가할 수 있게 됐다. 
노지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조해진 기자
Q. 이 밖에도 다양한 백신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는데, 가장 보람있던, 인상깊었던 연구 과제는 무엇인가.

맡았던 여러 연구가 다 보람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코로나 감염·백신 면역 연구를 진행했던 것이 보람이 큰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변이주에 대해서도 기억 T세포 면역 반응 보존을 규명한 것은 '계속 바이러스가 변이하면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들에 대해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염이 되더라도 중증으로 가는 것을 막는다는 사실은 건강적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연구를 통해 확인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으로 일부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사점은 백신 접종 제도나 캠페인 등과 같이 정책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실험실에서 하는 연구가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다. 

또 다른 인상깊은 연구는 국내에서 앞으로 유입되거나 국내에 확산 될 수 있는 신변종 감염병에 대한 데이터를 조사하고, 그러한 감염병에 대해 백신 개발이 국제적으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조사해 정보집을 만드는 과제였다.

WHO에서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감염병들을 포함해 현재 유행 현황이나 질병의 특성, 백신 개발 현황 같은 정보를 수집해 정리하면서 병의 특성을 고려한 임상시험 프로토콜 초안을 개발했다. 

이후 실제 관련 법규 등을 반영해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다시 정비해야겠지만, 이 과제 결과들을 바탕으로 나중에 혹시라도 이 내용이 필요한 상황이 됐을 때 연구자료를 참고한다면 대응 시간 단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에 보람 있는 연구라고 생각한다. 

Q. 꾸준히 좋은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연구는 혼자 힘으로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좋은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협업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번에 상을 받게 됐던 연구도 카이스트 연구자분들과 공동 연구를 하면서 협업을 통해 진행했다. 

의사과학자로서 임상과 기초를 같이 연계하는 연구에 관심이 많았고, 2021년에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으로 연구년을 갔었다. 임상 면역학 연구를 하고 싶어서 카이스트 신의철 교수님 연구실로 연구년을 가서 연수를 하게 됐고, 그 인연으로 지금의 연구가 이어질 수 있었다. 

Q. 최근 집중하고 있는 연구는 무엇인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백신을 매년 접종하면 반복적으로 항원에 노출되게 되는데, 이에 따른 인체 면역 반응에 대해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특히, 처음 노출된 항원에 대한 면역이 기억된 후 또다시 노출되면 다음 면역 반응에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진 '면역 각인(immune imprinting)' 현상에 주목해 연구 중이다.  

Q. 우리나라 백신 연구 및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앞으로도 또 다른 팬데믹이 반복될 것이기에 '백신 자급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백신 자급화가 이뤄지지 못하면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내 기술로 백신 자급화를 이뤄낸다면 위기 발생 시 해외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므로 그러한 방향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Q. 우리나라 연구 환경의 장점,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국내에 좋은 연구자들이 많아 협업 기회가 풍부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다는 것은 연구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의사과학자 입장에서 바라는 부분도 조금 있다. 현재 의대 교육 과정에도 물론 기초의학 연구 수업을 하고 있지만, 이론과 단순 실습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연구 과정을 경험하고 참여해보는 기회가 더 늘어난다면 좋을 것 같다. 

학생 시절부터 기초 연구 참여 기회가 많아지면 몰랐던 적성을 발견하게 될 수 있고, 이에 대한 과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준다면 의사과학자도 좀 더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의사과학자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꼭 정해놓은 목표 지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제가 하는 연구가 미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과 방향성을 갖고 연구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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