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유방암 환자 가족들이 '엔허투(트라스투주맙)'와 '투키사(투카티닙)'의 건강보험 급여를 촉구하기 위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린 게시물이 모두 5만명의 국민의 동의를 받아 위원회에 회부, 향후 두 신약의 급여 진행 여부가 주목된다.
1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7일 동의기간이 종료된 'HER2 저발현 환자에게 엔허투 건강보험 적용 요청에 관한 청원'(이하 엔허투 청원)은 5만2628명의 동의를 얻어 위원회에 회부됐다.
또 다른 유방암 치료제 청원인 '유방암 뇌전이 치료제 투키사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및 신속한 처리 요청에 관한 청원'(이하 투키사 청원)은 오는 26일까지로 동의기간이 아직 남았음에도 5만3833명의 동의를 얻어 청원이 성립됐다.
이번에 5만명의 국민동의를 얻은 엔허투 청원과 투키사 청원은 과거에도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수차례 이뤄졌던 약들이다.
엔허투는 허가 단계에서부터 많은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신속허가를 요청하는 청원이 이뤄졌고, 이후 적응증 확장을 위한 청원, 급여 청원이 이어지는 등 환자들의 요구도가 매우 높고 적극적이었다.
청원에 힘입어 엔허투는 허가 승인, 적응증 확장, 일부 적응증에 대한 급여가 등재되기도 했으나, HER2 저발현 유방암의 경우는 아직 급여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 4월 적응증 확대에 관한 청원이 진행된 이후 적응증 목록에 추가가 됐지만, 적응증 추가 1년이 지난 후 지금까지도 급여 목록에는 등재되지 못했다.
엔허투는 지난 4월 30일 제3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돼 ▲종양에 활성화된 HER2(ERBB2) 돌연변이가 있고 이전에 백금 기반 화학요법을 포함한 전신 요법을 받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 ▲전이성 환경에서 전신요법을 받았거나 보조 화학요법을 받는 도중 또는 완료 후 6개월 이내에 재발한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저발현(IHC1+또는 IHC2+/ISH-) 유방암 환자 등의 적응증에 대한 급여를 신청했으나, 모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암질심 결과 이후, 재심의를 요청하는 청원이 다시 올라와 5만명의 동의를 모으며 재차 급여를 촉구하는 만큼, 향후 심의에서 이러한 여론의 힘이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투키사는 2023년 11월 이번에 올라온 청원과 같은 적응증으로 국내 승인에 관한 청원이 이뤄졌으며, 같은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제약사 사정으로 국내 판매가 무기한 지연되면서 환자들은 약을 개인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국회에 현 상황을 해결해줄 것을 촉구하는 청원으로 다시 한 번 공론화에 나섰다. 이 청원을 접한 원더걸스 유빈도 자신의 큰언니가 2020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지난해 뇌까지 전이돼 힘겹게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을 전하며 국민청원 동의를 호소해 더욱 여론의 이목이 쏠린 만큼 향후 진행상황이 주목된다.
해당 약이 절실히 필요한 적응증을 가진 환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글을 올렸고, 5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의를 하며 그들을 응원하고 있다.
엔허투 청원의 청원인 송 씨는 현재 엔허투가 HER2 양성 환자에게는 제한적으로 급여가 적용되고 있으나,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저발현 환자들이 고액의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엔허투를 사용하는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4주 간격으로 주사 한 번에 500만~700만원을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
이에 송 씨는 "언니와 제가 모은 적금, 월급까지 아무리 보태도 몇 번이나 맞을 수 있을지 계산하다 계산기를 내려놓았다. '돈이 없어서 받을 수 없는 치료' 이보다 더 가혹한 말이 있을까"라며 "급여 확대가 다시 논의되고, 제약사와 정부가 손을 맞잡는다면 엄마뿐 아니라 같은 처지의 수많은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엔허투가 하루빨리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급여 확대를 재심의해 달라. '너희 결혼식은 꼭 보고 싶다'는 엄마의 작은 소망을 지켜 드리고 싶다"고 청원했다.
투키사 청원의 청원인 김 씨는 투키사가 HER2 양성 뇌전이 유방암 환자에게 효과가 입증된 필수 치료제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어려움과 감당불가능한 비급여 약값으로 많은 환자가 좋은 약을 써보지도 못하고 있으며, 쓰고 있는 환자도 치료를 중단할 위기에 놓여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삼중양성 유방암이 뇌전이된 38세 환자의 남편이자 7살 딸아이의 아빠다. 제 아내는 2020년부터 유방암 치료를 하다 지난해 중순 뇌 전체에 전이가 발견돼 엔허투로 치료하던 중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쓰지 못하고 투키사로 바꿔 치료해 현재 뇌 전체에 퍼져있던 암이 관해 수준으로 사라졌다"며 "엔허투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투키사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키사는 환자들의 간절한 청원 끝에 2023년 12월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현재 제약사 사정으로 국내 판매가 무기한 지연됐다"면서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은 센터를 통해 9주마다 각종 구비서류를 넣고 8주를 기다려 겨우 약을 구할 수 있는데, 투키사 약값만 2개월에 3000만원이다. 투키사는 다른 항암제와 함께 써야하는데 비급여 항목이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던 나머지 약마저 비급여로 전환돼 결국 연 2억원이라는 치료비를 지불해야만 한다"고 치료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임을 피력했다.
김 씨는 "수많은 유방암 항암제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절박한 마음에 올린 청원과 그에 동참한 국민들을 통해 허가와 급여화의 길이 열렸던 것을 기억해주시고, 도와주시기를 절실히 부탁드린다"며 "아직은 엄마의 병을 이해 못하는 어린딸과 또 나머지 가족들이 따뜻한 사회를 경험하며 사랑과 감사를 나누어 갈 수 있도록, 부디 엔허투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지금 상황으로서는 마지막 치료제인 투키사의 건강보험 적용을 신속하게 처리해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청원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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