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보급여 제한 교통사고 중대과실 해석에 대한 법원의 판단

최미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파나케이아)

메디파나 기자2025-10-06 06:00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범죄행위의 원인이 되거나 또는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 그러한 행위자(가해자)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교적 간단한 규정으로 보이지만, 최근 교통사고 가해자가 받은 치료에 대해 공단부담금이 약 1000만원이 지급된 것을 부당한 지급으로 보고, 가해자에게 이루어진 부당이득 징수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해당 판결은 항소 없이 그대로 확정됐다)이 있어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사건에서 부당이득 징수처분을 받은 당사자는 오토바이 운전자다. 해당 판결의 사실관계에 따르면, 도로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좌우 주시를 소홀히 하고, 핸들 조작을 잘못해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이 경우, 만약 가해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거나 또는 고의가 있었다고 본다면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사유에 해당하게 되므로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 특히 중대한 과실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원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의 질병이나 부상에 대한 보험급여를 통해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하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제로 보험급여의 제한 사유인 중대한 과실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보험급여 제한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사고 발생 경위, 운전 능력, 교통사고 방지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는 오타바이 운전자인 가해자가 도로에 진입하면서 좌우 주시 의무, 핸들 조작상 잘못으로 중앙선을 침범한 것은 맞지만, 사고장소가 집 앞인 점, 만65세 노령인 점을 고려하면 익숙한 장소에서의 부주의로 사고를 유발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그 외에도 부가적인 사정들, 예컨대 생명보험 등에 들지 않은 상태여서 고액의 생명보험을 수령하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보았다.

명확히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의 원인이 되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보험급여 지급이 제한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생명보험 등 거액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과 달리,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실제 치료가 이루어진 범위에 대해서 공단부담금이 지급되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즉, 사회보험으로서의 성격을 가진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특성상, 국민건강보험급여가 광범위하게 제한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볼 때, 고의·중대한 과실의 인정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기고| 최미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파나케이아)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학사 및 일반대학원 석사(행정법 전공)
-대한의료데이터협회 상임이사
-한국보건의료정보원 보건의료데이터심의 전문위원
-前 보건복지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전문위원(법률전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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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시간 : 2025-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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