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헌혈 감소, 체계적 혈액 관리위해 PBM 구축해야"

[기획 Day by day] 6월 14일 세계 헌혈자의 날, 대한수혈학회 엄태현 이사장 인터뷰
2019년 비해 지난해 헌혈 인원 10% 감소 "수혈 가이드라인 현장서 잘 지켜야"
"안전한 혈액, 안정적 공급" 위해 재고량 기준 상향 등 정책 제언

박민욱 기자 (hop***@medi****.com)2021-06-15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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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지난 6월 14일은 국제 헌혈운동 관련 기관들이 제정한 세계 헌혈자의 날(World Blood Donor Day)이었다.


이날은 헌혈에 참여하는 헌혈자에 감사에 대한 의미로 마련된 기념일로 혈액형을 발견한 카를 란트슈타이너 생일인 6월 14일로 제정됐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거나 대체할 물질이 없기에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헌혈이 감소하자, 이젠 '혈액 수급' 영역인 수혈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메디파나뉴스는 대한수혈학회 엄태현 이사장(인제대 백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사진)과 인터뷰를 통해 '효과적 수혈요법 정착'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학회 활동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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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헌혈 감소…"낭비 혈액 최소화 위해 PBM 구축해야"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 사회 활동이 위축됐다. 따라서 의료기관에 내원하는 환자 및 수술건 수가 줄어들고 수혈량도 감소한 상황이다.

이와 맞물려 헌혈이 더 크게 줄어 전체적으로 혈액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실제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헌혈 건수는 279만 1,092건에서 지난해 261만 1,401건으로 6.4% 줄었고, 헌혈 인원은 142만 3,610명에서 128만 1,773명으로 10% 감소했다.

엄 이사장은 "많은 단체헌혈이 취소됐으며, 개인헌혈자들도 헌혈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재난문자 발송 등을 통해 헌혈을 독려하고 헌혈자 선별기준을 조정하는 등 노력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코로나로 헌혈량이 줄면서 혈액 공급도 감소해, 이젠 수요 측면인 수혈량 관리가 더욱 필요한 시기가 됐다.

보통 헌혈을 통해 마련된 혈액은 수술실에서 활용된다. 그러나 동일한 수술이라 해도 의료기관 또는 의사에 따라 수혈량 편차가 있어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학회에서는 병원 단위에서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 PBM) 지침을 만들고 잘 준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엄 이사장은 "폐기되는 혈액량 최소화를 위해서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수혈 가이드라인을 충분히 인지하고 불필요한 수혈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특히, 불필요한 수혈이 혈액제제 낭비 정도를 넘어 환자 임상결과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의사 개인의 노력에 더해 PBM를 의료기관 차원에서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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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적 수혈요법 정착 위해 활동, 대한적십자사 공조 체계"

혈액 공급을 담당하는 '헌혈'과 가장 깊은 단체가 '대한적십자사'라면, 그 혈액을 활용하는 '수혈'과 관련이 깊은 곳이 바로 '대한수혈학회'이다

지난 1982년 대한수혈학회가 창립한 뒤, 적십자사 혈액수혈연구원을 비롯한 단체회원 18개 기관 등이 학회 함께 참여했다.

적십자사가 국가혈액사업 책임을 위임받아 헌혈 등 사업을 하는 가운데, 의학적 연구와 정보교환은 수혈학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학회 연구 범위는 헌혈 및 수혈을 망라하는 수혈의학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학회 산하에 전문위원회로 헌혈관리위원회, 혈액제제위원회, 임상수혈위원회, 면역혈액학위원회, 세포 및 혈액성분치료위원회, 혈액감시위원회를 두고 있다.

엄 회장은 "학회는 수혈과 관련된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행정직 등 다양한 직종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는데, 적십자사에서 혈액사업을 위해 일하시는 많은 분이 수혈학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또한 적십자사는 매년 개최되는 수혈학회 학술대회에서 지난 1년간 우리나라 혈액사업과 향후 계획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수혈의학'이 학문 영역으로 다뤄진 것은 바로 1950년대부터이다. 한국전쟁 중 한국 군의관이 미 육군 병원에서 수혈에 관한 훈련을 받게 되면서 의학적 영역으로 대두됐다.

이후 1960년대 한국인 혈액형 빈도 조사에 이어 1980년대 들어 혈액은행 업무 확대에 따라 학문적 활동이 요구됨에 따라 학회가 창립된 것.

엄 이사장은 "수혈학회는 수혈, 세포치료 및 그 연관분야에 관한 학술적 연구와 정보교환 및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의학회로 안정적 수혈요법 및 세포치료법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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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한 혈액, 안정적 공급" 재고량 기준 상향 등 정책 제언

수혈학회가 지향하는 목표는 바로 '안전한 혈액의 안정적 공급'이다. 그동안 학회는 수혈전파성감염, 용혈성수혈부작용, 수혈관련급성폐손상(TRALI)과 같은 면역학적 수혈부작용 예방에 노력해 왔다.

나아가 학회는 정책적으로 "혈액제제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혈액재고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혈액 관리와 관련해 적혈구는 35일, 혈소판 5일 정도인데, 현재 재고량 기준은 5일에 불과하다. 따라서 헌혈이 어려운 주말, 명절, 휴가철 등에는 공급부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

엄 이사장은 "혈액재고량을 크게 늘려도 적혈구제제 유효기간은 35일이기에 유효기간 경과로 인해 혈액제제가 폐기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혈액재고량이 충분하다면 헌혈자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헌혈 일자를 예약하는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또한, 최근 과도한 수혈이 환자의 임상결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정수혈이 곧 혈액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이다"라는 점을 재차 피력했다.

이에 학회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수혈 가이드라인을 개정 보완해 적정수혈 향상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엄 이사장은 "지난해 12월부터 개정된 '혈액관리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 의료기관에 수혈관리위원회와 수혈관리실의 설치가 의무화되고 전담인력도 배치하게 됐다"며 "앞으로 수혈학회는 이런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나아갈 것이다"고 전했다 .

이어 "교육부문에서도 학회는 올해 3월 30일부터 복지부로부터 수혈관리실 근무인력 교육기관으로 선정됐으며, 지난 5월 21일 개최된 학술대회부터 관련 교육으로 인정받았다"며 "학술대회 및 심포지엄을 통해 수혈관리실 근무인력을 위한 충실한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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