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부족?‥전문의 과잉배출·양극화가 '진짜 문제'

단편적 인력 추계로 '의사인력 부족' 주장‥의사 수와 비등한 전문의 수로 부작용 발생
전공별 지역별 불균형 해소가 과제‥전문의 수 적정 비율 조정·인력 지표 개선해야

조운 기자 (good****@medi****.com)2020-11-28 06:07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전국의사 총파업의 씨앗이 됐던 의사인력 추계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논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절대적인 의사인력 부족을 주장하며 의대정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주장했던 정부와 달리 의료계는 전체 의사인력은 부족하지 않으며 의사 수와 거의 비등한 전문의 진료 인력 배출과 전공별 지역별 양극화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상황.

이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의료인력에 대한 정부 정책을 통해 의사 수 대비 전문의 수 적정 비율을 조정하고 의료인력 관련 지표들을 개선하는 것이 진정한 해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병원협회 2020 KHC에서는 '전문의 진료 인력의 양극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포럼이 개최돼 실제 의료계가 바라보는 진료인력 양극화 문제와 그 해법이 제시됐다.

먼저 이상돈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의 진료인력 추계가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진행됐다고 꼬집었다.

의사 수 부족의 근거로 많이 제기되는 OECD 통계가 바로 그것.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현황, 도시 및 농어촌 현황, 전문과목별 현황, 인구당 의사수, 국토대비 의사밀도, 출산율, 연평균 의사증가율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할 경우 절대적으로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상돈 교수의 주장이다.

실제로 OECD 회원국 인구 1,000명 당 평균 의사 수가 3.4명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 의사 수가 2.3명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국토면적 대비 의사밀도를 살펴보면 OECD 평균 4.6명에 비해 우리나라는 11.4%로 밀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의사 수를 단순히 늘릴 경우 대도시 의사밀도가 더 높아질 위험이 크다.

여기에 최근 5년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연평균 증가율이 3.1%로 높고, 저출산에 따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28년 이후부터는 OECD 평균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우리나라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왜 각 의료 현장에서는 체감적으로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이상돈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전문의가 양극화 된 채로 과잉배출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2015년 우리나라 의사 수 대비 전문의 수 비중은 95.5%까지 올라갔는데, 이는 캐나다 49.4%, 프랑스 50.7%, 미국 65.1%, 독일 68.9%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사실상 의사 수와 전문의 수 비중이 거의 유사한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과잉 배출되는 전문의가 전문과목별로 양극화되면서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전공 과목은 인력이 부족하게 되고, 인기과의 경우에는 인력이 남아 개원가로 빠지는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약 10년 동안 전공의 지원에서 일명 '기피과'로 불리는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비뇨의학과의 전공의 확보율은 산부인과를 제외하고 단 한 차례도 전공의 정원 100%를 채운 적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진료과별 양극화가 지역별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대도시는 기피과라고 하더라도 전공의를 확보하고 있었다.

비뇨의학과의 2019년 경우 수도권에서는 97%의 전공의를 확보했으나, 비수도권은 44%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비뇨의학과 수련병원에서 전체 전공의 수가 0명이거나 1명인 곳이 2019년 12월 기준으로 63.51%에 달한다.

물론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해 전공의 수급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전공의 정원을 800명까지 감축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1월 수련병원협의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수련병원의 전문과목별 전공의 정원 책정기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전공의 정원 감축정책 이후 수도권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 지원율 격차는 더욱 심각해졌다.

실제로 심각한 전공의 지원율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 외과계의 경우, 고난도 수술, 중증환자 진료 등이 불가능할 정도의 상황이다. 이에 일부 병원들은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법 진료지원인력인 PA(Physician Assistant)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상돈 교수는 이처럼 전문의 진료인력의 양극화의 원인을 장기적 정부정책의 부재와 실패로 들었다.

의료인력에 대한 장기적 수급정책 없이 전문의 공급을 무작정 늘려오면서 공급자에 의한 수요창출로 의료비가 과도하게 증가되고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낭비하게 되고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정부가 적정 진료인력의 수요 공급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점, 의사 수 대비 전문의 석정 비율을 만들지 못한 것이 실착이다. 나아가 의료전달체계의 비정상 문제, 비현실적 불합리한 진료수가 등의 문제도 지금의 현실의 원인이다"라고 꼬집었다.

기피과의 경우 더욱 더 의료환경이 악화되고, 이는 부정적 평가와 사회 인식으로 이어지면서, 시대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진 의과대학 학생들은 더욱 더 '기피과'를 기피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상돈 교수는 지원 기피 전문과목에 대한 단편적, 근시적 정부 정책만으로는 양극화를 해소 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단계적이고 장기적, 지속적인 정부 정책을 통해 적정 수요와 공급 추계를 마련하고, 의사 수 대비 전문의 수 적정 비율 조정, 외래 연간 진료횟수, 진료재원일수, 의료접근성 등 의료인력 관련 지표를 개선해 궁극적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진료수가 조정 없이는 전공의들의 기피과 기피 원인인 균형적 의료환경 조성, 근무환경 개선 및 교육 강화도 어렵기에, 진료수가의 원가보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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