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줄이려면…ASP 도입 및 병원약사 역할 필수

'2025 한국병원약사회 춘계학술대회'서 ASP 팀 내 병원약사 역할 조명
신나리 질병관리청 과장, 국내 항생제 내성 심각성 및 ASP 도입 필요성 강조
의료기관별 ASP 운영 인력 부족…병원약사들의 역할 확대 기대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6-30 06:00

(왼쪽부터) 한국병원약사회 정경주 회장, 박애령 학술이사. 사진=조해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10대 건강위협 중 하나로 항생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AMR)을 선정했다. 이에 항생제의 '적정한' 사용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프로그램(ASP)' 도입 필요 및 ASP 팀에서 병원약사 역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국내 ASP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난 가운데, 한국병원약사회는 28일 서울 코엑스(COEX)에서 '2025 한국병원약사회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병원약사와 함께하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환자안전의 실현'을 주제로 삼아 ASP 시범사업 현황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학술대회 개회식에 앞서 기자단과 만난 정경주 한국병원약사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ASP 시범사업이 실시됐다. ASP 업무는 전담약사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어 감염전문약사들이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춘계학술대회를 통해 ASP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각 기관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병원약사의 역할이 어떻게 확대되고, 안정적으로 정착돼 가는지 중간 점검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애령 학술이사는 "현재 국내 78개 병원에서 ASP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ASP에서는 감염전문약사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감염전문약사가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학술대회의 심포지엄은 ▲Introduction of ASP Pilot Program in Korea(신나리 질병관리청 항생제내성관리과장) ▲항생제 내성균 발생 예방과 환자안전 강화(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운영 현황과 감염전문약사의 역할(이미란 세종충남대병원 약제부 과장) 등 3가지 주제를 마련해 병원 내 ASP의 필요성을 집중 조망했다.

박 학술이사는 "이번 강연들을 통해 질병청이 ASP를 추진한 배경과, 감염전문의의 목소리를 통해 감염전문약사의 실질적 역할을 객관적으로 들어보고, 실질적으로 항생제 처방을 검토하면서 약사로서 어떤 부분을 주의해서 살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 ASP 도입 및 ASP팀 내 병원약사의 역할 강조돼

신나리 질병관리청 항생제내성관리과장은 'Introduction of ASP Pilot Program in Korea'를 주제로 항생제 내성의 위험을 언급하고,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국민 건강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 ASP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며, ASP 팀에서 병원약사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과장은 "우리나라는 최고 수준의 항생제 내성률을 나타내고 있다. 근본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워낙 좋기 때문에 국민들의 99.9%가 국민건강보험에 모두 보호를 받고 있어 의료기관에 방문하기가 매우 쉽고, 우리나라는 항생제에 대한 인식이 매우 관용적이어서 처방률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조해진 기자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사망자 중 AMR로 인한 사망은 암과 심혈관계 질환에 이어 3번째로 높았으며, 2022년 기준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은 전세계 OECD 33개국 칠레, 튀르키예, 그리스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병원 방문이 줄어 항생제 사용량이 줄어들었지만 2022년부터 다시 증가세를 나타냈다. 2019년 질병청이 조사한 항생제 부적절 처방률은 약 30%다. 

신 과장은 "우리나라는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감염 취약계층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염 AMR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한 사망도 더욱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지금은 아직 양호하지만, 2050년이 되면 손에 꼽히는 항생제 내성 사망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항생제 내성이 더욱 위협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데이터에 따라 정부도 2016년부터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수립해 진행 중이다. 2022년부터는 항생제 내성 관련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질병관리청으로 이관됐으며,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 방침 중 하나로 지난해부터 ASP 시범사업이 시행됐다.

신 과장은 항생제 내성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도 '항생제 적정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항생제가 꼭 필요할 때만 처방을 하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해 적절한 용량과 용도를 적절한 기간동안만 사용하는 것이 ASP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ASP에 대한 기본적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질병청이 2019년 ASP 관련 국내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감염전문의도 2021년 기준 352명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감염전문의 근무기관은 125개소에 그쳤다. 의료기관 모든 종별에서 항생제 내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면서도, ASP 전담인력 존재 기관은 5.2%로, '전담인력 부족'이 ASP 활동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조사된 바 있다. 

신 과장은 "그동안 병원에서 ASP가 전무하다시피 했으나, 이번 ASP 시범사업을 통해 ASP 인프라 마련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면서 "항생제 적정 사용에 대한 부분이 의료기관 내에 정착되고, 문화로 자리잡으면 환자의 재원기간이 감소하고, 치료효과가 증대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항생제 내성이 감소하고, 항생제에 대한 사회 경제적 비용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ASP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ASP는 의료기관 내 수익구조를 가져오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장이나 의료기관 내에서 자발적인 의지를 가지고 수행을 해야 한다. 
신나리 질병관리청 항생제내성관리과장. 사진=조해진 기자
신나리 과장은 "ASP 통합 운영 지침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병원 경영진이 항생제 사용 관리 위원회를 만들고,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예산과 인력을 ASP에 배정해야 한다"면서 "ASP 전담팀이 반드시 필요하고, 의사 책임자와 전담약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재 실행에 있어 감사와 피드백 수행이 이뤄져야 하고, 처방 제한 및 승인 프로그램 시행, 항생제 처방 지원 시스템 세팅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특히 신 과장은 전담팀 구성 운영과 관련해 "ASP 전담팀 구성 운영은 기관 내 항생제 사용의 감사와 피드백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다학제팀"이라며 "반드시 의사와 약사를 필수 인력으로 해야 한다. 병상 수에 따라 의사와 약사 수를 점점 늘려야 한다. 특히, ASP 약사는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ASP에서 임상약사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외국에서 약사 주도로 ASP를 진행했을 때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는데, 약사 주도 ASP 개입 분석을 살펴보니 수용률은 50~90% 수준으로 의사들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일수록 수용률이 더 높은 결과를 보였다"며 "또한 고체 항생제 사용량도 많이 감소했고, 환자 입원 기간 감소 및 30일 재입원률, 추적관찰 환자 수도 감소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사망률 감소라는 결과도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ASP 사업은 점차 확산돼야 한다. 그러나 감염전문의 인력 수는 워낙 제한적"이라며 "따라서 감염전문의가 없는 중소병원이나 병원, 의원급에서 병원약사들이 중재 역할을 해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병원약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사들이 앞으로 ASP 사업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항생제 내성 지표를 개선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데 일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병원약사들의 ASP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 감염전문약사 배출을 위한 노력

ASP 시범사업을 통해 약사들도 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지만, 아직 인프라를 비롯한 전담인력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인력 충당을 위해서는 전문약사 배출도 늘어나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정경주 회장은 "민간인증 감염전문약사가 2016년부터 배출됐고, 국가인증 감염전문약사는 2년 동안 79명이 배출됐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내과의 수요가 병원에서 증가했는데, 전국적으로 보면 활동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질병청의 ASP 시범사업을 계기로 병원들이 많이 양성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지난해 수련교육기관으로 지정된 의료기관들이 있어 올해는 감염전문약사 응시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내과 전문의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야 하는 업무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감염전문약사에게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면서 "ASP를 통해 약사가 의사와 서로 협업하는 일이나 실무적 업무 범위가 더 늘어날 것"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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