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랄프 클레멘스 박만훈상 선정위원회 위원장, 아난다 산카르 반디요파디야 미국 게이츠재단 소아마비팀 부국장, 루이자 헬레나 트라자노 브라질 여성그룹 대표, 스베타 자넘팔리 뉴인센티브 대표, 피에르 반 담 벨기에 앤트워프대학교 교수, 마르시아 도너 아브레우 주한 브라질 대사, 제롬 김 IVI 사무총장, 브루노 얀스 주한 벨기에 대사
세계 보건을 위한 백신의 개발과 보급에 전념하는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는 지난달 30일 '제4회 IVI–SK바이오사이언스 박만훈상 시상식'을 갖고 백신 연구와 접종 확대에 크게 기여한 수상자 4인에게 상을 수여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피에르 반 담(Pierre van Damme) 교수와 아난다 산카르 반디요파디야(Ananda Sankar Bandyopadhyay) 박사는 유전적으로 안정된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nOPV2) 개발과 보급 등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공동 수상했다.
또 루이자 헬레나 트라자노(Luiza Helena Trajano)와 스베타 자넘팔리(Svetha Janumpalli) 대표는 브라질과 나이지리아에서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백신 접종률을 크게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는 수상자와 함께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브루노 얀스 주한 벨기에 대사, 마르시아 도너 아브레우 주한 브라질 대사, 제롬 김 IVI 사무총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및 IVI와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 학계와 업계 인사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벨기에 앤트워프 대학교 백신평가센터(CEV) 소장인 피에르 반 담 교수는 백신 연구 및 정책 분야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공로를 인정받았다.
반 담 교수는 임상 1상 '폴리오폴리스' 연구를 포함한 2형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대한 새로운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 (nOPV2)의 임상 개발을 주도해 백신이 신속하게 WHO 긴급사용목록(EUL)에 등재될 수 있도록 했으며, 임상시험을 위한 높은 수준의 격리 시설인 '백시노폴리스'의 설립을 이끌었다.
반 담 교수는 "박만훈상을 수상하게 되어 큰 영광"이라며 "지난 수년간 우리 팀은 연구기관들은 물론 업계와 함께 적절한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상부터 4상까지 임상시험 수행에 투자해 왔다. 저는 이러한 협력이 백신으로 예방가능한 감염병의 통제와 예방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얻은 지식의 공중보건적 가치를 확신하며, 이러한 지식을 미래 세대 의료진에게 전수하는 것은 또한 우리의 의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난다 산카르 반디요파디야 박사는 미국 게이츠재단 소아마비팀의 기술 연구 및 분석 담당 부국장으로, nOPV2 백신의 임상 개발과 보급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이 백신은 41개국 이상에서 15억 회분 이상 공급돼 기존 백신으로 인한 소아마비 감염을 크게 감소시켰다. 그는 예방접종 정책과 전략을 변환해 전 세계 소아마비 퇴치 노력을 진전시켰다.
반디요파디야이 박사는 "이 상은 소아마비 퇴치에 헌신하는 연구자, 사업 관리자, 일선 보건종사자 등 전 세계 관계자들에게 바치는 헌정이다. 과학적, 역학적 난제를 극복하고 nOPV2를 개발해낸 특별한 협력을 기념하는 상"이라며 "이 사명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저는 nOPV2와 같은 혁신이 소아마비 없는 세상을 앞당기고, 생명을 구하는 다른 백신들의 신속히 도입할 수 있도록 하여, 다음 세대를 위한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여성 그룹'의 설립자 겸 대표인 루이자 헬레나 트라자노 대표는 자신의 비영리 단체를 통해 전 세계 12만여명의 여성을 동원, UN지속가능 발전목표에 부합하는 사회적 대의를 증진해 왔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트라자노 대표가 주도한 '백신을 위한 연합(Unidos pela Vacina)' 캠페인은 브라질의 소외된 지역에서 백신 접종률을 높였다. 이 단체는 또 의료인을 교육하고, HPV 백신 접종 사업을 지원하며, 성평등을 옹호하여 공중보건과 사회정의에 기여하고 있다.
트라자노 대표는 "단결된 시민사회의 힘보다 더 강력한 것은 없다"며 "브라질 여성 그룹이 주도하는 '백신을 위한 연합'은 수천명을 동원해 의료기관에 장비를 갖추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예방접종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임으로써 이를 증명했다. 이번 수상으로 현재 추진 중인 새로운 캠페인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뉴 인센티브(New Incentives)의 설립자이자 CEO인 스베타 자넘팔리(Svetha Janumpalli) 대표는 나이지리아의 소외된 지역사회에서 아동 예방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조건부 현금지급(CCT)을 도입했다.
뉴 인센티브는 정기 예방접종을 위해 보호자들에게 예측 가능한 소액의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취약 계층의 백신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해 건강을 크게 개선하고 있다.
자넘팔리 대표는 "박만훈상을 수상하게 되어 자랑스럽다. 비용 효율적이고 확장 가능한 CCT 사업은 부단한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데이터에 근거하는 결단력, 세계적 수준의 모니터링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근성, 제대로 될 때까지 반복하는 굳건한 의지가 필요하다"면서 "이 여정에서 뉴 인센티브팀을 이끌게 되어 영광이었으며, 이 상이 백신 보급과 수용성을 개선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의 잠재력을 인정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아난다 산카르 반디요파디야 미국 게이츠재단 소아마비팀 부국장, 루이자 헬레나 트라자노 브라질 여성그룹 대표, 스베타 자넘팔리 뉴인센티브 대표, 피에르 반 담 벨기에 앤트워프대학교 교수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국제적인 백신 연구와 접종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세운 리더 4인의 공로에 감사"를 표하며, "질병관리청도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감염병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한 백신의 연구개발과 지원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김 IVI 사무총장은 "제4회 박만훈상을 통해 수상자 4인을 기리게 되어 영광"이라며 "IVI는 이분들과 여타 백신 선구자들의 성과와 유산을 바탕으로 전 세계 감염병 부담을 크게 줄이는 백신의 개발과 제조 및 사용을 개선하는 사명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故박만훈 부회장의 정신을 이어받아 글로벌 백신 혁신과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과학자들의 업적을 기릴 수 있어 영광이다"라며 "앞으로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박만훈상과 함께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하고, 글로벌 백신 개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가 후원하고 IVI가 주최하는 박만훈상은 백신 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故박만훈 SK바이오사이언스 부회장의 업적을 기리고자 2021년 신설된 상이다.
IVI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박만훈상을 백신 분야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정례화하고자 IVI 사무총장 등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통해 매년 전 세계 백신 업계에서 의미있는 공적을 세운 개인이나 단체(팀)를 선정해 시상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제 백신 연구의 활성화를 목표로 매년 2억원의 상금을 출연하고 있다.
故박만훈 부회장은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바이러스학 석사 학위 및 캐나다 오타와대에서 분자바이러스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소 바이오본부장, SK케미칼 사장(CTO), SK바이오사이언스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박 부회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글로벌 백신프로젝트와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하며 국내 백신 R&D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향상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사노피와의 차세대 폐렴백신 공동개발 계약과 IVI 및 게이츠재단과의 장티푸스백신 개발 협력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세포배양 기술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안전한 백신의 개발과 국산화를 통해 국내 백신주권 확립에 앞장서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세계 최초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2015년)과 폐렴구균백신(2016년), 대상포진백신(2017년) 등이 필생을 백신 연구에 매진한 고인의 역작이다.
국제백신연구소(IVI)는 개발도상국 국민, 특히 어린이들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백신의 개발과 보급에 전념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기구이자, 대한민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다. 1997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주도로 설립된 IVI는 현재 UN과는 분리된 독립적 국제기구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IVI의 백신 연구개발 포트폴리오에는 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살모넬라, 주혈흡충증, E형 간염, HPV 등 중저소득 국가에 특히 피해를 입히는 감염성 질병과 코로나19, 치쿤구니아, 라싸열 등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전임상 및 임상개발 단계의 백신들이 포함돼 있다.
IVI는 세계 최초 저가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개발하고 WHO 사전적격성평가 인증(PQ)을 획득해 동 백신은 콜레라 퇴치에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차세대 장티푸스 접합백신을 개발해 최근 WHO PQ를 획득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