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름철 아이들 혈변, 무심코 넘기지 말아야 할 신호

백정현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우리아이들병원장

메디파나 기자2025-07-28 05:51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인해 음식이 쉽게 상하고, 그로 인해 식중독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최근에는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이 늘고 있어 보건소에서는 장출혈성대장균 발생시 신고를 요청하는 등 감시체계도 강화되고 있다.

장출혈성대장균(EHEC)은 일반적인 대장균과는 달리 베로톡신(Shiga toxin)을 분비하며 장 점막을 손상시킨다. 초기에는 발열, 복통과 설사로 시작되어 대부분의 다른 세균성 또는 바이러스 장염과 비슷한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혈변을 볼 수 있고, 일부 환자에서는 드물지만 치명적인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 HUS)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에게서 이런 진행은 더 빠르고 위중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출혈성대장균뿐 아니라 시겔라, 살모넬라, 드물게는 캄필로박터 등의 감염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이 질환은 용혈성 빈혈, 혈소판 감소, 급성신부전의 세 가지 증상을 동시에 보이는 급성 질환이다. 복통과 혈변이 있던 아이가 며칠 뒤 갑자기 소변이 줄고, 창백해지며, 전신 부종이 생기고, 의식까지 흐려지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생긴다면 즉시 병원에 내원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신장 투석과 집중감시가 필요하여 중환자실 치료를 하게 된다.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충분한 수분 공급과 전해질 보충 등 대증요법만으로도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잘 먹지 못 하고 발열과 설사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수액 치료와 의료진의 케어를 위해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이 발생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대부분은 2~3주 내에 회복되지만, 드물게는 신장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거나,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식품 위생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고기는 충분히 익혀 먹고, 특히 다진 고기나 햄버거패티 등은 중심부까지 익혔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생야채는 깨끗이 씻어 먹고, 지하수나 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은 반드시 끓여 마셔야 한다. 손 씻기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며, 아이들이 단체생활을 하는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도 개인 위생 교육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사나 혈변을 보이는 아이들은 등원·등교를 중단하고 충분히 회복 후 복귀하는 것이 감염 확산을 막는 방법이다.

|기고| 백정현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우리아이들병원장

- 고려대학교의료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료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 고려대학교 소아청소년과 외래교수
-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 대한전문병원협회 경영이사
- 한국원격의료학회 원격검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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