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여전히 남아있는 갈등의 단초…필요한 것은 결국 '소통'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4-03-04 06:00

최근 의약업계 정책 이슈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양새다.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정부와 관련 단체들과의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방안 강행부터, 대통령의 약 배송 언급, 의대정원과 필수의료 패키지까지 쉬지 않고 이어지는 정부와 각 단체들의 '강대강' 대치는 국민들에게 불편함과 피로감만 더했다. 

정부는 의대정원과 필수의료 패키지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 카드를 꺼냈다. 

일반 지역의원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아닌 대부분 3차 병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인 만큼 수술과 응급환자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는 정책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소통이 아닌 다소 결이 다른 주제의 카드를 내미는 것은, 향후 들불처럼 번진 의료계의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되더라도, 또 다른 갈등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사실, 약국가는 비대면 진료를 반길 이유가 없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수가가 일반 대면 진료 처방전 수가보다 낮은 데다,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가 이후에도 지속되면 자연스레 약 배송에 대한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비대면 진료 한시적 전면 확대 선언에서 이번에는 약 배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비대면 진료가 지속 확대되면 약 배송은 논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갈등의 재점화는 당연한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약사들은 성분명 처방, 공적전자처방전 등이 제도로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는 것은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많고, 약 배송 또한 위험요소 및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여러 가지인 만큼 허용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반대의 뜻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과 시대의 변화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이에 전면적인 약 배송에는 반대하지만, 도서산간지역 등 필요한 지역 및 필수불가결한 상황에서는 철저한 관리 감독 아래 약 배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약사회 차원에서 선제적인 대응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진 일부 약사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다시 갈등이 재점화 될 가능성이 높은 약 배송에 대해 전면 반대라는 강수만 두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이해도와 기술의 발전을 고려해 변해가는 시대상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첨예한 갈등의 발생과 이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약 배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 사전에 철저한 조사와 여러 대응책을 마련해 모두가 납득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려면, 너무나도 뻔한 답이지만 결국 '소통'이 필요하다. 

갈등이 발생하고 나서야 급히 무마하기 위해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소통을 통한 철저한 사전 대비로 주체적인 대책을 제시하며 정부와 정책을 조율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어야 하겠다.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