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호영 기자] 예정된 총파업을 불과 5시간 남겨둔 2일 새벽 2시경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 간 극적 합의가 이뤄지며 우려됐던 파업은 없던 일이 됐다.
지난 5월부터 13차례 협의를 통해 공공의료 강화와 감염병 대응체게 구축, 보건의료인력 확충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물론 극적 타결의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 파업을 통한 집단행동이 국민들의 의료기관 이용 불편을 가중시키고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문제 의식도 바탕이 됐다.

총파업이 전격적으로 철회되면서 관심은 이날 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가 극적으로 합의한 내용에 쏠리게 됐다.
그동안 협의 과정에서 큰 틀에서 공감대는 있었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만큼 합의문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들이 향후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 지 주목된다.
합의문을 보면 코로나19 극복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강화, 보건의료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를 합의하고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양측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내고, 새로운 감염병 대응체계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것이 코로나19 의료재난 극복을 위한 국민적 요구이자 국가적 과제이며, 노정이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책무임을 상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극복과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인력 확충 방안을 성실하게 협의했다"며 "1년 8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와 돌봄에 희생·헌신해 온 보건의료노동자가 보다 나은 근무환경에서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처우개선 과제를 심도있게 협의했다"고 배경을 전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보면 신종 감염병 진료체계 구축을 위해 2024년도까지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4개소를 설립·운영하기로 했다.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3개소를 추가 확대하도록 노력하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추가 확대 2개소는 추진계획 확정 및 2022년 설계비·사업비 등 예산을 확보하며 그외 1개소(제주권)는 필요성 검토를 위한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의 목표 시일인 2026년 내 신축 완료를 위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예산 확보 및 총 사업비 조정 등을 재정당국과 협의하기로 했다.
감염병 대응 인력기준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 중증도별 근무 당 간호사 배치기준을 보건의료노조가 제시한 인력기준을 참고해 9월 내로 마련하기로 했다.
이 배치기준에 따라 병상확보 및 환자배분에 활용하는 등 효과적 감염병 대응이 가능하도록 체계화하기 위해 세부적인 실행방안을 10월까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감염병 전담병원은 지정된 기간 동안 새로운 인력기준을 적용하고 인력조정이 있는 경우 손실보상금을 조정하도록 했다.
생명안전수당도 제도화하기로 합의했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상황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등 보건의료 인력의 노동가치를 적정하게 보상할 수 있도록 감염병 대응 의료인력 지원금(생명안전수당)을 제도화하고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법률 개정 및 예산을 확보해 시행하기로 했다.
이때 생명안전수당 재원은 전액 국고로 지원하는 것을 명시했다.
공공병원 확충·강화도 합의 내용에 포함됐다.
2025년까지 70여 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의 책임의료기관을 조속히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70개 중진료권 중 안양권, 부천권, 안산권, 남양주권, 제천권 등 20개 지역이 필수의료 제공에 필요한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지역주민의 강한 공공병원 설립 요청이 있는 지역의 공공병원 설립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재정당국 등과 논의를 거쳐 추진하기로 했다.
의정부의료원, 영월의료원 및 삼척의료원 등 이전 신축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적극 협의·지원하고, 중증응급 대응이 가능하도록 적정 규모로의 확대가 필요한 마산의료원, 서산의료원 등의 지방의료원 및 적십자병원에 대해서는 증축 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시행하기로 했다.
여기에 추가 필요 사안에 대해서는 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는 '(가칭) 공공의료 확충 및 강화 추진 협의체'를 구성해 공공의료 확충 및 강화 상황 점검, 문제점 개선 등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하기로 했다.
또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지역의사제도 도입 등 의사증원 방안 추진도 합의문에 명시됐다.
코로나 대유행 상황을 고려하고, 의정 및 사회적 논의를 거쳐 지역, 공공, 필수분야에 적당한 의사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진료환경과 근무여건 개선방안을 마련하면서 공공의사인력 양성,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포함한 의사인력 확충 방안을 마련 추진하기로 했다.

관심을 모은 보건의료인력 확충 부분도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직종별 인력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보건의료인력 등 실태조사와 적정인력 연구를 통해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간호사, 의료기사 등 우선순위를 정해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인력기준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보건의료인력 통합정보시스템을 2022년 내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간호서비스 질 향상과 간호인력의 처우 개선을 위해 현재 간호등급 차등제를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 수(ratios) 기준'으로 상향 개편한다.
개편 방안은 2022년 내 마련해 2023년 시행하되, 구체적 시행시기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최종 확정하도록 했다.
간호등급 미신고 의료기관의 현황 등을 분석해 의료기관의 행태 변화를 유도하고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는 감산폭을 조정하기로 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해서는 참여를 희망하는 300병상 이상 급성기 병원에 대해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2022년 상반기 중에 마련하고, 2026년까지 시행할 예정이다.
교육전담간호사제도는 국공립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금년 수준으로 지원하고, 민간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교대제 근무 시범사업에 포함해 2022년부터 시행하고 이후 전면 확대할 계획이다.
야간간호료와 야간전담간호사 관리료는 건정심을 거쳐 오는 2022년 1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대리처방, 동의서, 처치·시술, 수술, 조제 및 복약지도 등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 근절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를 위해 타 의료인의 면허를 이용해 시행하는 의료행위를 포함해 대리 처방, 동의서 작성, 처치·시술, 수술, 조제 및 복약지도 등에 대해 면허범위 외 불법의료행위를 지시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인 결격사유 확대 등 처발 강화 및 근절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의료현장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사와 진료지원인력의 면허에 따른 업무범위를 정하고 공청회를 거쳐 의료현장에서 적용 가능성을 검증해 2023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간호사 처우개선과 이직률을 줄이는 방안으로 교대제 개선도 부각됐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올해 내 예측 가능하고 규칙적인 교대근무제를 포함한 시범사업 방안을 마련해 2022년 3월 내 시행하기로 했다.
시범사업 방안은 적정인력, 적정근무, 적정휴식을 위한 예측 가능한 동일패턴형 순환근무제도, 응급 결원 발생 대비 Floating 대체간호사 인원 운영 등도 선택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시범사업의 규모·범위·대상 확대를 위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여, 병원 현장에서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병원계, 간호계, 노동계가 함께 참여하는 시범사업 실무협의체를 구성·운영하도록 했다.
의료기관의 주 5일제 정착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토요외래진료 현황 파악을 통해 노정이 협의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명시됐다.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및 보건의료기관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의료기관의 비정규직 고용이 줄어들 수 있도록 제도개선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번 합의에 따른 생명안전수당(감염관리수당),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교육전담간호사제, 총액인건비 적용 제외, 공익적 적자 지원 관련 내용은 당정협의를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합의사항이 정책과정과 의료현장에서 충실히 이행되도록 이행 사항을 점검하고, 국무총리실은 부처 간 역할 조정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번 합의와 관련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 모두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환자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와 인식이 있었기에 대화와 소통을 통한 합의안 마련이 가능했다"며 "13차례에 걸친 오랜 논의 끝에 마련된 합의사항이니 만큼, 오늘 합의된 사항을 관계 부처, 국회 등과 성실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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