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 '원료의약품'까지 확대 우려…"의존도 낮춰야"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 제조 혁신 보고서' 통해 중국 견제 기조 재확인
국내 기업 중국 의존도 높아…'자급률 제고' 절실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3-04-20 06:07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공급망 강화 행보를 강도 높게 이어감에 따라 미국 의약품 시장 진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3월 31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 규정안을 발표했다.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에서 조달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외국 우려 단체'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2025년부터 중국산 원료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이러한 방침이 의약품 부문까지 확대될 경우 의약품 대미수출에도 영향을 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달 바이오 행정명령의 후속조치로 '향후 5년 내에 광범위한 합성 생물학 및 바이오 제조 능력을 구축해 소분자 약물에 대한 원료의 최소 25%를 자국에서 생산한다'는 내용의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 제조 혁신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보고서는 현재 소분자 의약품 대부분의 원료의약품이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해외에서 화학 공정을 통해 합성되고 있고, 이는 공급망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산 의약품을 견제하는 이유는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중국산 원료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중국의 화학합성 원료의약품 점유율은 2020년 기준 17.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아일랜드가 13.0%로 2위, 미국은 9.0%로 3위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산 원료의약품의 점유율은 4.7%에 불과하다. 바이오 원료의약품의 경우 아일랜드가 41.3%로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은 2025년까지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떤 제네릭 원료의약품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부문의 품목을 선정·육성하고, 첨단 공정기술 개발 등 생산공정을 혁신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중국의 위협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 미국의 자국 내 공급망 강화 행보가 의약품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바이오 혁신 보고서가 전기차의 사례처럼 '외국 우려 단체에서 원료를 조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자국 내 공급망 강화 행보가 중국으로 인해 촉발된 만큼 향후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의약품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 의약품의 주요 고객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조치가 이뤄질 경우 상당한 영향이 우려된다. 국산 완제의약품의 대미 수출액은 1조4474억 원으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원료의약품 대미 수출액은 2021년 기준 1775억 원이며, 한국 의약품이 수출되는 국가 중 3번째로 큰 규모다.

이에 업계에서는 당장 미국이 원료수입국을 문제삼지는 않고 있지만, 국가간 패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전개될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준비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한국도 중국에 대한 원료의약품 의존도를 낮추고 이를 국산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10년간 평균 20%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의 경우 16.2%까지 떨어졌으며, 가장 최근인 2021년에는 24.4% 수준을 보였다.

동시에 미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에 대한 원료의약품 의존도는 최고 수준이다. 최근 3년간 한국의 최대 원료의약품 수입국이 중국이었던 것은 물론 수입량이 해마다 증가해 전체 수입량 중 34%를 차지하고 있다. 

등록된 원료의약품도 큰 차이를 보인다. 국내 등록된 총 7331건의 원료의약품 중 국내 제조 원료의약품은 1335개에 불과한 반면 중국, 일본, 인도에서 수입되는 원료의약품은 4609개에 달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업계에서는 국내산 원료(자사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에 대한 약가우대 기간을 종전의 1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과 원료의약품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지원 및 세액공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바이오행정명령이 국내 의약품의 미국 시장 진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주요 원료의약품 가격이 급등한 것에서 보듯 원료의약품 생산업체가 가격협상력을 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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