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4월부터 '의사 노조'에 의과대학 교수들의 참여가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그간 격무에 시달려왔던 의과대학 교수들의 노조 활동에 관해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교수 노조가 교수들의 업무량에 상응하는 보상의 의미를 넘어 모순된 의료 현실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 및 연구 나아가 진료까지 수행하는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수들이 어떻게 노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지, 향후 탄생하게 될 교수 노조의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 노조활동 금지된 '교수'‥의대 교수들이 노조 필요성 느낀 이유는?
수익창출 위해 의대 교수 압박하는 대학병원과 협상 필요성 느껴
수익창출 우선의 무한 업무를 강요하며 성과급은 물론 승진, 재임용에 실적을 반영하여 의사들로 하여금 이성적이고 환자 중심의 합리적인 진료를 어렵게 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는 일반 대학교수와 달리 진료와 교육, 연구 세 가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의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단체다.
의과대학 교수는 교원노조법 적용 대상으로, 교원노조법 2조에 따라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
교원노조법은 대학교수가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 등을 받는 일반근로자와 다른 특수성이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하지만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는 전임교수이면서도, 전문의로서 환자진료를 수행하는 대학병원 교수들은 자신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서, 점차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대학병원들은 전임교수의 '교육과 연구' 기능보다는 '진료'의 기능을 더욱 강조하면서, 교수들을 다소 과도한 노동 조건 하에 두는 등 병폐가 발생했던 것이다.
올 초 전의교협 권성택 회장은 최근 우리나라의 모순적인 의료전달체계와 수가구조로 인해 대학병원들이 수익증가에 혈안이 되면서, 대학병원 교수들은 과도한 업무량 등에 내 몰린 현실을 지적했다.
그의 기고문에 따르면, 현 대학병원들은 고용된 의사들에게 수익창출 우선의 무한 업무를 강요하며 성과급은 물론 승진, 재임용에 실적을 반영하여 의사들로 하여금 이성적이고 환자 중심의 합리적인 진료를 어렵게 하고 있다.
권 회장은 "이렇게 점점 더 안 좋은 상황으로 치닫는 현실은 결국 과잉진료를 양산하게 되어 쌓여만 가는 국민적 불신과 함께 의료비 상승 등으로 국민 모두에게 해가 된다"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을 최일선에서 수호해야 할 의사와 의료인에게도 치명적 손괴를 가져올 것은 자명하기에 이제는 더 이상은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생기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학병원 교수들 역시 사용자에게 대화와 요구를 할 수 있는 법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단체인 '노동조합'의 활동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최근 헌법재판소가 교원노조법의 위헌성을 확인하고, 대학교수의 노동을 인정하여 노동조합 결성 금지 조항을 삭제하도록 하면서, 전의교협 역시 의과대학 교수들의 노동조합 결성을 독려하고 있다.
사실 의대 뿐 아니라 교수 노조의 성격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존재했다. '교수가 노동자와 같은 반열에 오르는 것이 정당한가?', '교수들의 단결은 교수 협의회로 족한 것이 아닌가?'하는 회의적인 의견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해 전의교협은 "현실적으로는 실질적인 교수협의회 조차 없는 대학병원도 있고 세계적으로 교수의 단결권 행사를 부정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강등된 의과대학 교수의 입지가 결국 의료 정책과 국민 건강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의대 교수 노조에 관한 고민은 시대적인 소명이라 할 수 있다"며 교수 노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3개의 '의사 노조' 탄생‥그간 교육·연구에 진료까지 하는 교수 노동권 인정 안해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학병원(급)에서 일하는 전문의로 구성된 의사 노조가 3곳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중앙보훈병원, 아주대 의료원이 바로 그곳이다.
그 중에서 아주대의료원 의사 노조는 대학병원에서 출범한 최초의 노조로 구성원이 교수들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교수 노조와 맥이 닿아 있다.
아주대의료원 노조는 2018년 12월 31일 창립되었으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아주대의료원 분회에 속하며, 노재성(정신건강의학교실)교수가 분회장(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지방·중앙노동위원회는 진료교수는 일부 노동자 신분으로 인정하면서도, 전임 교원은 의사가 아니라 교수이기에 노동자가 아니라며, 전임교원으로 구성된 의사 노조에게 교섭권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헌법재판소가 교원노조법의 위헌성을 확인할 때 까지 우리나라는 대학병원 교수의 업무 수행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대학병원 의사들은 모두 '교수'라고 불린다. 거의 모든 대학병원에서 전문의는 법적으로 실제 교수든 교수가 아니든 '진료교수', '임상교수' 등 이름을 바꿔 교수의 칭호로 불리고 있다.
교육관계법상 교수인 전문의들은 교육, 연구와 더불어 진료까지 수행하고 있는 '전임교수'이며, 교수가 아니면서 진료만 수행하는 전문의는 사실상 '기간제 전문의'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지방·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진료만 수행하는 진료교수에게만 노동자 신분을 인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권성택 전의교협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오늘날의 대학병원들은 대학교수의 진료 및 연구를 보장하기 보다는 수익 창출을 위해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도록 내몰고 있다.
노재성 아주대의료원 의사노조 위원장은 "의사로서 제공하는 노무는 사실 교원의 업무와 거의 상관이 없다. 학생 강의를 하는 시간은 일년에 다섯 시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방학은 물론 없으며, 6년 일하고 한해 연구만 하는 연구년도 없다. 당직근무도 하고, 호출도 받는다"며,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이유도 이와 같은 의사로서의 노무와 관련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대학병원 교수도 '근로자'로 인정‥교수 노조의 방향성은?
국민의 편에서 바른 소리 내며 의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
아주의료원 의사 노조에서 알 수 있듯, 그간 의과대학 전임교수들은 '교수'라는 이유로 퇴직금을 받지 못하거나, 부당하게 해고당하거나, 제대로 된 수당 및 인센티브, 연가 보상 등이 되지 않아도 사용자 단체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협상할 권리를 갖지 못해 홀로 외로운 법정 싸움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8월 31일 헌법재판소는 대학교수의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로 인해 제기된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청구소송에서 과도한 기본권 침해로 위헌임을 밝히고 올해 3월 31일까지 해당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임금 생활자는 노동자이고 대학 교원 역시 임금을 받고 생활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대학 교원의 노동권을 제한하는 현재의 교원노조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회는 교원노조법 개정 시한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전국교수노동조합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노동3권 보장, 교수 노동조합의 정치활동 보장, 교육 및 학문 정책의 교섭 대상화 등을 반영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코로나19로 정국이 어지럽고, 사실상 이번 20대 국회에서 법 개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수노조는 21대 국회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과대학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의대 교수는 일반 교수와 다른 특성이 있는 만큼 그 역할에 대해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결의다.
권성택 전의교협 회장은 "의사노조는 밥그릇 챙기는 모습이 아니라 의료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로서의 역할을 고수해야 한다"며, "의사는 기본적으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므로 극단적인 단체행동으로 힘을 과시하여서도 안 될 것이다. 파업하지 않는 노조이지만, 국민의 편에서 바른 목소리를 낼 때, 의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큰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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