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5년 전만해도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들을 완전히 조절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물학적제제, JAK 억제제가 등장하면서 증상을 굉장히 호전시킬 수 있게 됐다. 환자들도 삶의 질이 많이 좋아졌다고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이지현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사진>는 최근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치료하고 있는 아토피피부염(이하 아토피) 환자들의 변화와 반응을 밝혔다.
각종 미디어 매체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진 아토피는 가려움증과 피부건조증, 특징적인 습진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이지현 교수는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인해 잠을 아예 못 자는 경우도 있다. 이는 수면의 질, 삶의 질 저하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청소년기에는 학교 생활, 성인기에는 직장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일부 연구에 따르면, 아토피 환자가 우울증이나 불안감, ADHD 등 정신질환이 동반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고 아토피 질환에 동반되는 환자들의 고충을 전했다.
아토피는 어렸을 때 발생했을 경우 5세 때 약 50%까지는 자연적으로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청소년기, 성인기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많다.
다만 청소년 환자는 학교 수업 등으로 인해 병원 방문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보니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성인 환자의 비중이 더 높은 편이며, 증상의 심각도 또한 성인에서 더 심한 편이다. 사회 생활을 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아토피는 환자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러한 증상을 빠르게 완화시킬 수 있는 치료제들이 여럿 등장했다. 이에 아토피 환자들의 치료 선택권이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빠르게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생물학적제제, JAK 억제제 등 새로운 치료제들이 많이 도입이 되고 있다"면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는다면, 완치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아토피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는 서로 상반된 특징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주사로 맞는 생물학적제제는 비교적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16주 정도 지나야 최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만큼 일정 기간까지는 치료를 유지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생물학적제제의 부작용으로는 안면홍조, 결막염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부작용이 심할 경우 JAK 억제제로 교체투여를 할 수 있다.
'시빈코(아브로시티닙)'와 같은 JAK 억제제는 강력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중증 아토피 환자의 치료 초기에 가려움 증상이 90% 이상 빠르게 호전되며, 하루만에 증상이 많이 좋아진 환자도 있다.
JAK 억제제의 부작용은 고용량의 경우 여드름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피부질환인 만큼 충분히 같이 관리가 가능하다.
각 치료제의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성향과 상황에 맞춰 처방이 이뤄진다.
다음은 이지현 교수와 나눈 아토피 치료에 대한 일문일답이다.
Q. 아토피 치료제가 빠른 시간 안에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다양한 치료 전략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치료제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중증 아토피피부염은 나라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중증도를 판단하게 되고, 이에 따라 사용하는 약제가 달라진다.
보통은 기존의 면역조절제인 사이클로스포린 또는 메토트렉세이트 등을 3개월 간 사용하고 증상이 전혀 조절되지 않을 경우 생물학적제제나 JAK 억제제와 같은 새로운 치료제로 넘어간다.
치료제를 선택할 때는 환자의 약제 선호도를 파악하거나, 증상이 주로 어느 부위에 나타나는지, 중증도 및 가려움의 정도, 나이, 성별, 동반질환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주사제의 경우 주사 부위 부작용이나 자가주사 시 보관 가능 여부 및 주사 가능 여부, 치료제 비용도 함께 고려한다.
Q. 면역조절제 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지는 환자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중증 아토피 환자에서는 면역조절제로 3개월 안에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경증 환자에서는 면역조절제로 3개월 안에 증상이 호전될 수 있으나, 중증 환자는 결국 생물학적제제나 JAK 억제제를 사용하게 된다.
Q. JAK 억제제를 먼저 사용해야겠다고 고려하는 경우나 1차 치료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아토피 증상이 매우 심해 생물학적제제와 기본치료만으로 16주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JAK 억제제를 먼저 고려한다.
환자가 치료비를 본인 부담하는 경우, 3개월 간 면역조절제를 사용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생물학적제제나 JAK억제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Q. JAK 억제제와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를 비교한다면.
초기에는 JAK 억제제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만, 4~5개월 정도 지나면 두 제제 간 만족도는 비슷한 것 같다.
Q. 경구제 복용 후 하루만에 증상이 개선된다면 환자 대부분이 시빈코를 선택할 것 같은데, 국내외 진료현장 상황은 어떠한가. 또한 시빈코에서 생물학적제제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나.
기본적으로 생물학적제제가 시장에 먼저 도입돼 의료진도 해당 제제에 대한 임상 경험이 더 많은 상황이다보니 현재 7~80%는 생물학적제제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JAK 억제제는 아토피 치료제의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해외 상황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빈코를 복용하던 환자가 생물학적제제 투여로 전환할 수 있지만, 그런 사례가 많지는 않다. 시빈코는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는데, 이는 반감기가 짧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약을 끊으면 완화됐던 증상이 바로 나타난다.
반면, 생물학적제제는 반감기가 길어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시빈코를 복용하던 환자가 생물학적제제로 바꾸면 약효가 나타나는 약 16주의 기간동안 굉장히 고통스러워한다.
물론 교체투여 급여화가 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아직 생물학적제제에서 JAK 억제제로 간 환자도 많지는 않다.
Q. 최근 두필루맙에 반응이 불충분한 환자에서 시빈코가 효과적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에서 확인한 시빈코의 치료 효과를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체감하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두필루맙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아서 JAK 억제제로의 교체 투여를 원하는 사례가 있었다. 한두 차례 증상이 심해졌을 때 JAK 억제제를 경험해본 환자는 JAK 억제제를 다시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적인 요인에도 영향이 큰 아토피 질환 특성상 적극적인 치료 중에도 간혹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꽃가루가 날리는 봄,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 환절기인 가을, 건조함이 심해지는 겨울처럼 계절마다 치료 중간에도 증상이 심해지는 플레어업(flare-up)을 경험하는 환자들이 많아 JAK 억제제를 증량하거나, 추가 처방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Q. 시빈코는 세 가지 용량 옵션(50mg, 100mg, 200mg)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옵션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시빈코는 옵션이 다양해 용량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아토피 증상이 심한 초기에는 시빈코 고용량으로 먼저 시작하고, 증상이 어느 정도 조절되면 용량을 점차 감량한다.
제일 적은 용량인 50mg은 신장 혹은 간 질환자에서도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50mg까지 감량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Q. 아토피는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만큼 장기 안전성이 중요하다. 진료 현장에서 경험한 시빈코의 안전성은 어떠했나.
다른 약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의 위험성은 있겠지만 현재까지 중대한 이상사례를 경험한 적은 없다.
JAK 억제제는 부작용으로는 여드름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고용량을 복용할 때 여드름이 조금 생기는 편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다만 환자가 여드름 발생으로 너무 힘들어할 경우, 다양한 시빈코의 용량 옵션을 활용해 복용 용량을 낮추는 방식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Q. 지난 3월부터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 간의 교체투여 급여가 적용됐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또한 시빈코에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교체투여 급여 적용은 환자들에게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굉장히 긍정적이다. 실제 생물학적제제로 치료 중에 안면홍조, 결막염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해 약제 변경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환자도 있다.
아토피는 오랜 기간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질환인만큼 증상이 잘 조절된다고 해서 하나의 치료제로만 치료를 이어가는 것은 환자의 치료 여정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시빈코는 강력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생물학적제제로 증상 조절이 빠르게 되지 않는 환자들은 시빈코로 전환을 고려할 수 있겠다.
Q. 아직 동일 계열 치료제 간 교체투여는 급여화가 적용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으로 아토피피부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제언한다면.
동일한 계열로 분류되더라도 작용하는 신호전달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A약에는 반응이 없었던 환자가 B약에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A약에 부작용이 있었던 환자가 B약에는 부작용이 없을 수 있다.
JAK 억제제 계열, 생물학적제제 계열 내에서도 교체투여가 진행된다면 환자들의 치료 옵션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동일 제제 간 급여 확대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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