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비정상적인 접대문화와 청탁문화를 근절하기 위한 목적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모호한 법 해석에 따라 혼선을 빚으며 법 시행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직종별 매뉴얼과 Q&A 사례집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알쏭달쏭했던 청탁금지법의 구체적 내용을 조금씩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개별적인 경우에 따라서는 법 시행 초기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시된 사례를 통해 청탁금지법의 방향에 대해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는 "보다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사례집을 발간하게 됐다"며 "대표적 사례들이 비슷한 유형의 다양한 사례들에 대한 참고가 되길 바라며 사례마다 구체적 조건과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달라"고 설명했다.
메디파나뉴스가 9일 공개된 권익위의 Q&A 사례집 중 보건의료계 관련 사례를 살펴봤다.
◆ 의사가 '공직자등'에 해당하는지 여부
Q : 세브란스병원 의사 갑과 삼성서울병원 의사 을이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인가?(갑과 을은 의과대학 교수가 아님을 전제)
A : 갑은 '공직자등'에 해당해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이나 을은 '공직자등'에 해당되지 않아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 세브란스병원은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소속 부속병원이므로 세브란스병원 의사 갑은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인 '공직자등'에 해당된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설립한 병원으로 성균관대학교와 교육협력 협약을 체결한 협력병원이므로 삼성서울병원 의사 을은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국립병원, 도립병원, 시립병원, 지역의료원 등 소속 의사는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공직자등'에 해당된다.
◆ 공직자등의 이중지위(대학교수 겸 의사)
Q : ○○사립대 의대 교수이면서 같은 대학교의 협력병원(○○사립대와 별도 법인) 소속 의사인 갑이 며칠 전에 치료해 준 환자 A로부터 고마움의 표시로 2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경우 청탁금지법 제재대상에 해당하나요?
A : 환자 치료 관련 갑의 금품 수수는 '공직자등'에 해당되는 대학교수와 관련된 행위로 보기는 어렵고, 협력병원 소속 의사는 '공직자등'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청탁금지법상 제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 ○○사립대학교와 교육협력협약을 체결한 협력병원 소속 의사는 법 적용대상인 공직자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甲은 공직자등(대학교수)으로서의 지위와 공직자등이 아닌 의사로서의 이중지위를 가진다.
다만, 금품등이 1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공직자등이 금품등을 받는 것이 금지됨
甲이 공직자등이 아닌 의사라 하더라도 공직자등으로서의 지위(사립대 교수)를 가지는 이상, 공직자등이 아닌 지위에 기해서 받은 금품등이라거나 제8조제3항 각 호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등을 받는 것은 청탁금지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 공공기관의 재화·용역·매각·교환 등 관련 부정청탁
Q : A는 ○○국립대학교병원에서 입원을 하기 위해 신청 접수를 하려고 했으나 접수순서가 너무 밀려 있어 자신의 친구이자 해당 병원 원무과장 갑의 친구 B를 통해 먼저 입원을 할 수 있도록 부탁했고 원무과장 갑은 접수 순서를 변경해 대기자가 먼저 입원을 할 수 있도록 한 경우 청탁금지법상 어떠한 제재를 받나요?
A : 입원순서를 접수 순서대로 하지 않고 특정인에게 특혜를 부여해 먼저 입원시키는 행위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다. A는 제3자 B를 통해 부정청탁을 했으므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B는 제3자 A를 위해 부정청탁을 했으므로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갑은 B의 부정청탁에 따라 접수순서를 변경했기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이며 징계대상에도 해당된다.
◆ '직무와 관련하여'의 의미
Q : 제약업체에 다니는 A, 초등학교 교사 갑, 전기 관련 공기업 직원 을은 어릴 때부터 같은 고향에서 함께 자란 막역한 친구 사이로 연말에 초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동창회가 끝나고 세 명이 함께 한정식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A가 식사대금 60만원을 모두 계산한 경우 어떤 제재를 받나요?
A : 갑과 을은 제약업체 직원 A로부터 각각 2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접대받았으나 직무와 관련해 받은 것이 아니므로 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등
Q1 : A제약사가 고혈압 치료제인 신약을 개발해 판매하면서 제품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국립대학병원 의사 갑이 제품 설명회에 참석해 10만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받은 경우 청탁금지법 제재대상에 해당하나요?
A : '의료법'상 제품설명회에서 10만원 이하 식음료 제공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갑이 제공받은 10만원 상당의 음식은 '다른 법령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등'으로서 수수 금지 금품등의 예외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Q2 : A회사(제약사가 아님을 전제)가 자사제품 설명회를 개최하는데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국립대 공과대학 교수 갑이 참석해 A회사가 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한 공정경쟁규약 및 세부운용지침에 따라 10만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받은 경우, 갑은 제재대상에 해당하나요?
A : '기준'이라 함은 금품등을 받은 공직자등이 소속한 공공기관의 내부기준을 의미하는 것이지 제공자 측이 제공을 허용하는 내부기준은 아니다.
공정경쟁규약 및 세부운용기준은 제공자 측이 제공을 허용하는 기준이므로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등에 해당되지 않는다.
의료법 시행규칙이 직접적인 대내외적 효력이 있는 법령에 해당해 수수금지 금품등의 예외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
Q3 : 제약사 직원 A가 대학친구인 보건복지부 공무원 갑을 만나 1년에 1회 20만원 상당의 식사를 20회 함께 했는데 모두 제약사 직원 A가 밥값을 냈다면 갑과 A는 어떠한 제재를 받나요?
A : 공무원 갑은 직무와 관련해 1년 동안 총 200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았으므로 수수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 부과대상에 해당하며 징계대상에도 해당된다.
A는 공무원 갑에게 1년 동안 200만원 상당의 접대를 했으므로 금픔 등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 부과대상에 해당한다.
- 두 사람이 비록 대학친구이긴 하지만 담당하고 있는 업무 내용에 간련성이 있다는 점, 접대 1회 1인이 수수한 비용이 10만원 상당에 이르는 점, 식사비용을 전적으로 제약사 직원이 부담한 점 등을 비춰볼 때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으로 보기 어렵다.
◆ 1회 100만원 이하 금품등 수수 사례
Q : 제약사 직원 A가 국립대병원 소아과 의사 갑에게 다음 달에 10만원 상당의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한 경우 청탁금지법상 어떤 제재를 받나요?
A : 공직자등은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1회 100만원 이하의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되므로 식사 대접 약속도 제재대상에 해당될 수 있다.
◆ 양벌규정의 적용 범위
Q : 종업원이 업무에 관해 청탁금지법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사업주도 제재를 받나.
A : 종업원이 사업주의 업무에 관해 위반행위를 한 경우 행위자인 종업원을 벌하는 외에 사업주도 양벌규정에 따라 제재대상이 될 수 있다.
- 양벌규정은 사업주가 직접 위반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행위자와 사업주 쌍방을 함께 처벌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으로 위반행위를 한 행위자 뿐 아니라 위반행위의 이익귀속주체인 사업주에 대해서도 처벌된다.
다만 사업주가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경우에는 면책될 수 있다.
제약회사의 경우도 양벌규정에 따라 과태료 부과대상에 해당하나 직원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면책될 수 있다. 그러나 양벌규정 면책 부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명확한 기준 제시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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