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급여' 성공한 재수생 모아보니‥가혹한 기준

겨우 급여된 이유는 약값 낮추거나 위험분담제‥"신약 가치 반영 힘들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7-02-21 06:0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어렵사리 급여 문턱을 넘었다. 그동안 간절하게 급여를 요구하던 환자와 의사들에게는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급여 재수생들은 대부분 비싼 약값에 따른 '비용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 '패인(敗因)'이다. 따라서 이들은 제약사가 약값을 크게 낮추거나, 위험분담제 신청을 통해서야 겨우 급여 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  
 

가장 최근 순으로 겨우 급여가 된 치료제들을 살펴보면,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퍼제타(퍼투주맙)'는 4번째 도전 끝에 급여 9부 능선을 넘었다.
 
환자들이 퍼제타에 대해 급여를 원했던 이유는, 퍼제타가 비급여인 상황에서는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도세탁셀+허셉틴+퍼제타 병용요법을 사용하기엔 비용 부담이 큰 탓이었다. 환자가 생명이 연장될 수록 투여비용도 커져가는 구조를 보인 것.
 
이에 퍼제타는 지난 2013년 시판승인을 받은 후 이듬해인 2014년 첫 급여 도전에 나섰지만 비급여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15년과 2016년에도 급여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맛봤고, 결국 4번째인 마지막 도전에서 '환급형 위험분담제(RSA)로 받아들여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했다. 
 
세엘진의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포말리스트캡슐'은 2016년 제2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비급여로 결정된 바 있다. 첫번째 회의에서 포말리스트는 경제성평가 결과 '비용 효과성'의 불확실성이 걸림돌이었다.
 
결국 세엘진은 '환급형 위험분담제'로 재신청을 했고, 2016년 제11차 약평위의 재심사를 통해 '급여'로 결정됐다. 출시된 후 2년만의 일이다.
 
한국릴리의 골형성촉진제 '포스테오'도 국내 허가 10년 만에 급여권에 진입했다. 포스테오는 올해 동아ST의 '테리본주'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유일한 골형성촉진제였다.
 
골형성촉진제, 그러니까 '부갑상선 호르몬(PTH: Parathyroid hormone)'은 중증 골다공증 환자에게 뼈의 파괴를 억제하는 기존 골다공증 치료제와 달리 뼈 형성 자체를 촉진해 추가 골절 위험을 감소시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내 급여기준상 대체의약품이 '비스포스포네이트'로 설정되면서 비용효과성을 계속해서 넘지 못해왔다.
 
그런데 포스테오가 출시된 지 10년만에 지난해 11월 복지부는 통해 포스테오가 보험적용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공고했고, 급여에 대해 오랜 염원을 갖고 있던 의사들 사이에서는 고무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노바티스의 골수섬유화증 치료제 '자카비정'과 화이자제약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 '잴코리'도 '급여 삼수생'이라고 불리울만큼 과정이 쉽지 않았다.
 
'자카비'는 2014년 11월 세번째 도전 끝에 급여화의 문턱에 진입할 수 있었고, '잴코리'는 2015년 1월 15일 세번째 도전만에 '환급형 위험분담계약'으로 급여 첫 관문을 통과했다. 이들 약제는 심평원을 통해 환자들의 급여 건의가 들어왔던 품목이기도 하다.
 
2012년 국내에 허가를 받은 특발성폐섬유화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 치료제 '피레스파(피르페니돈)'는 2015년 10월 급여가 적용됐다. 사망률이 높은 IPF의 유일한 국내 치료제였음에도 말이다. 피레스파는 두 번에 걸친 급여 도전 끝에 '환급형 위험분담제' 방식으로 급여를 받았다.
 
이처럼 급여에 대한 오랜 염원을 갖고 힘들게 '관문'을 통과한 약제가 매년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 실패한 채 여전히 비급여인 약제들도 상당한 편. 몇번의 도전 끝에 보험적용이 가능하더라도, 그동안의 환자들은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2014년에 출시된 로슈의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엠탄신)'도 비슷한 케이스이다. 캐싸일라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제로,대부분의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재발을 경험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약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높은 약가를 자랑하는 캐싸일라의 경제성평가는 가혹했다. 이것이 2015년 4월 비급여로 결정된 이유다.
 
비소세포폐암에서 EGFR 표적치료제의 내성이 생겼을 경우 유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역시 2016년 14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비싼 약값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비급여인 상태로 타그리소는 1년에 1억원 이상이 든다. 이미 기존 항암제로 체력적·재정적 소비를 맛본 환자들 중 비싼 약값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신약은 단적으로 국내 급여기준으로는 '비용효과성'을 쉽게 넘지 못한다. 환자는 적고 제약사가 제시한 약값은 비싸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이를 통과하기 힘든 구조다. 이에 따라 국내 급여기준은 혁신적인 '신약'일수록 너무 가혹한 기준 적용이라는 불만이 계속됐고, 정부 차원에서도 보장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항암제 보험적용을 늘리겠다는 태도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환자나 의사들이 느끼는 '체감상' 변화는 없던 모양이다. 분명한 효과가 있음에도 '대체효과 대비 비용효과성이 미비'하다는 반려 이유는 '구식'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요즘들어 속속들이 등장하는 표적치료제들이 '혁신적'이라 평가받지만 10년이 넘은 약제와 비교되고 있어 급여로 인정받기가 힘든 것이 좋은 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에게 유일한 대안이 되는 치료제들이 있다. 그런데 그 치료제를 비싼 약값때문에 돌고 돌아서 겨우 적용할 수 있는 현실이다"며 "3번째 도전끝에 성공한 골수섬유증 치료제 '자카비'와 비소세포폐암치료제 '잴코리'도 결국은 가격을 한참을 낮춘 후에야 급여가 가능했다. 현재 급여 요구가 높은 치료제들은 모두 비용효과성을 이유로 제약사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모든 약에 대해 건강보험급여를 적용할 수 없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급여 약제 재정비를 통해서라도 좋은 신약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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