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난치성 뇌전증'‥새로운 항경련제 도입 필요성 커져

국내 뇌전증 전문의, 진료 환자의 26.9%에서 2가지 이상 약물로도 발작 조절 실패 응답
5제 이상의 약제에도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에게 새로운 기전 약물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1-09-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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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내에서 '약물 난치성 뇌전증'에 대한 치료 전략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약물 난치성 뇌전증 치료에는 '새로운 항경련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이 약물 난치성 뇌전증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옵션은 한정적이다. 

 

복용하는 약물에 대해 반응이 없을 경우, 기존 약과는 다른 기전의 약물을 추가하는 것이 일반적.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5개 이상의 약제에도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의 선택의 폭이 좁고, 신약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 늘어나고 있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 


뇌전증은 3대 뇌질환 중 하나로, 다양한 원인과 복합적인 발병 과정을 통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인 발작은 일시적으로 특정 뇌 부위의 뇌세포들이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억제력이 약해져 균형이 깨지고 조절능력이 상실돼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국내 뇌전증 환자의 발병률과 유병률은 최근 8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대한뇌전증학회 역학위원회가 2009년부터 2017년까지의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 발병률은 2009년 10만명 당 28.7명에서 2017년 10만명당 35.4명으로 증가했고, 유병률은 2009년 1,000명 중 3.4명에서 2017년 1,000명 중 4.8명으로 늘어났다. 


연령대별로 비교해보면 75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병률(Average Annual Percentage Change, AAPC 15.49%)이 두드러지게 증가했고, 성별은 연령에 관계없이 여성보다 남성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점은 기존 약물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 비율이다.


뇌전증은 적합한 기전의 항경련제를 통해 발작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2개 이상의 약물로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중증 난치성 질환에 해당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으로 분류한다.


이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환자들은 급작스럽게 사망(sudden unexpected death in epilepsy, SUDEP)하는 경우도 있으며 지속되는 발작으로 뇌손상, 인지기능 저하, 심장 이상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초래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뇌전증 환자의 30% 가량이 약물 난치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실제로 최근 대한뇌전증학회 약물위원회에서 항경련제를 처방한 경험이 있는 국내 뇌전증 치료 전문가(n=108)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n=90)들은 두 가지 약물로도 발작 조절에 실패한 환자의 비율이 진료 환자의 26.9%라고 응답해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 비율 30%와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들은 발작 조절 실패의 원인으로 약물의 효과 부족(57.4%), 이상반응(20.4%), 순응도(18.6%)를 꼽았다. 


특히 약물 효능 부족에 대한 응답은 소속 병원의 유형, 임상경험, 지역, 전문지식에 불문하고 일관되게 나타나 항뇌전증 치료제 옵션 확대에 대한 의료진의 미충족 수요를 보여줬다.


◆ 약물 난치성에서는 '새로운 기전' 추가가 방법


뇌전증은 기본적으로 단일 약제로 시작해 발작이 조절되지 않으면 약제를 추가하는 병용요법으로 간다. 이것이 바로 단계적 치료(Step therapy)의 개념이다. 


그 중에서 약물 난치성 뇌전증은 이미 기존의 약물에 효과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기전의 약을 추가하면서 반응을 살펴보게 된다. 


대한뇌전증학회에서 발간한 임상뇌전증학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경련제는 이온 통로를 억제하거나 차단해 신경세포의 흥분을 조절(modulation of ion channels)하거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강화(enhancement of inhibitory neurotransmission)하는 기전, 흥분성 신경전달을 약화(attenuation of excitatory neurotransmission)하는 기전,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조절하는 4가지 기전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약물 선택에서 더욱 섬세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은 해외 가이드라인에서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다. 


미국신경과학회에서는 새로이 진단받은 뇌전증 환자와 약물 난치성 뇌전증환자에 대한 진료 지침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다. 


해당 지침에 의하면,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서의 항경련제의 선택은 발작과 증후군 유형, 환자 연령, 병용 약물, ASM(Anti-Seizure Medication) 내약성, 안전성 및 효능을 고려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


전문가 대상 조사를 진행했던 삼성서울병원 서대원 교수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경우, 복용 약제 개수가 많아질 수록 부작용이나 순응도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이 많다. 현재 급여 적용된 국내 항경련제는 18개 정도 되지만, 환자 별로 적합한 약물 조합이 필요한 뇌전증의 약물 치료 경향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작용 기전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국내에는 중증의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 사용할 수 있는 신약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5제 이상의 약제에도 발작 조절이 되지 않는 약물 난치성 말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유씨비제약의 3세대 신약 '브리비액트(브리바라세탐)'는 5개 이상 약제로도 발작 조절에 실패했던 난치성 환자들을 포함해, 임상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상태다. 

 

브리비액트는 라세탐 계열의 3세대 뇌전증 치료제로, 뇌의 신경 전달과 관련된 뇌내 시냅스 소포 단백질 2A(SV2A)에 작용해 항경련 효과를 나타내는 기전이다. 

  

브리비액트는 SV2A에 고도의 선택적 친화성을 나타내는 약물로, 높은 흡수력과 생체이용률을 보인다.


브리비액트는 기존 뇌전증 치료제와 달리 환자 개개인에 맞는 적정 용량을 찾기 위해 용량을 늘리거나 줄여나가는 적정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며, 첫 투여부터 정해진 치료용량 대로 투여 가능하다. 브리비액트는 경구용 정제와 액제 형태로 4가지 용량으로 환자에 맞춰 사용가능하다. 


그러나 브리비액트는 2019년 3월 식약처로부터 허가 승인을 받은 뒤 아직까지 출시되지 못하고 있다. 급여 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탓이다. 


우리나라에서 브리비액트는 신약임에도 불구, 대체 약제와의 비교연구를 통해 우월성을 보여야하고,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 뇌전증이 암, 희귀질환이 아닌 만성질환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뇌전증'은 질환의 특성상 약제 비교 연구가 어렵다. 


뇌전증은 환자군이 매우 다양한 질환이며, 보이는 발작의 양상도 다양하다. 전신발작, 부분발작, 그리고 부분발작 중에서도 강직발작(tonic seizure), 무긴장 발작(atonic seizure), 감작발작(sensory seizure) 등 세부적으로 나뉠 수 있다. 

 

발작이 발생하는 뇌의 부위에 따라 다양한 환자군이 있다. 그래서 발작에 광범위하게 더 잘 듣는 약이 있고, 부분발작에 더 강력하게 잘 듣는 약이 있다. 또는 전두엽 뇌전증과 같이 경련발작(convulsive seizure)을 주로 일으키는 뇌전증에 잘 듣는 약이 있고, 측두엽 뇌전증과 같이 변연계 발작(limbic seizure)에 잘 듣는 약도 있다.  

 

이처럼 환자마다 뇌전증의 발생 기전이 다르고, 약제 마다 작용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약제 효과를 직접 비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쯤되면 국내 뇌전증 치료 전문가 설문 조사를 다시금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설문 조사 결과, 5제 이상의 약제에도 발작 조절이 되지 않는 약물 난치성 환자들에게 약제 추가 시 우선 시 하는 요소로 응답자의 91.1%가 작용 기전을 1순위로 꼽았다. 자료로는 전문가 의견, 임상경험, 논문, 지침 순서로 고려한다고 결과가 나왔다. 

 

서대원 교수는 "전문가들은 5개 이상의 약물 복용에도 불구하고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제를 추가할 때 약의 작용 기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데, 이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항경련제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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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2021.09.29 07:41:39

    치료제가 나올 수 없다면 부작용 없는 완벽한 억제제가 나오기를 학수고대 합니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억제가 되지 않은 환우들의 아픔은 격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수가 없으니까요  또 이걸 지켜보고만 있는 보호자의 마음은 어떻겠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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