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 치료제 급여 '첩첩산중'‥환자들이 말하는 '빈틈'

불합리한 급여 기준, 지연되는 신약 심사‥"기다리기엔 시간이 없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2-09 11:5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치료제 급여와 관련해, 환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가장 시급한 치료 문제는 성인 발병 SMA 환자들에게서 발생했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발병 시기에 따라 편의상 1~4형으로 나뉜다. 1형은 생후 6개월 이내, 2형은 생후 18개월 이내, 3형은 생후 18개월 이후, 4형은 성인기에 발병한다.

위중한 환자들은 인공호흡기와 위루관에 의존해 살아간다. 원활한 호흡을 위해 5~10분 간격으로 보호자가 가래를 손수 제거하는 석션(suction)이 필수적이며, 삼킴 장애인 연하 곤란(Dysphagia)으로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갈 수 있어 콧줄이나 위루관으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바이오젠의 '스핀라자(뉴시너센나트륨, nusinersen)'가 2017년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고, 2019년 보험 급여가 적용돼 SMA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스핀라자는 SMA를 가진 영유아, 어린이 및 성인 환자를 위해 승인된 첫 번째 치료제다.

하지만 스핀라자의 급여는 3세 이전에 증상이 발현한 경우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만 3세 이후에 진단을 받았거나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들은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러한 급여 기준 제한으로 인해 성인 발병 환자들은 실질적 치료에서 제외됐다. 

이에 장애인단체 등 8개 단체는 지속적으로 국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방문하며 스핀라자의 '급여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노바티스의 '졸겐스마(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에 대한 급여 요구도 높은 상황이다. 

졸겐스마는 지난해 5월 28일, SMN1 유전자에 이중대립형질 돌연변이가 있는 척수성 근위축증(SMA) 환자 중 ▲제1형의 임상적 진단이 있는 경우 또는 ▲SMN2 유전자의 복제수가 3개 이하인 경우에 사용 가능하도록 허가받았다.

한국노바티스는 작년 5월 '허가-급여 연계 제도'를 통해 졸겐스마의 급여를 신청했다.

졸겐스마 투약은 대부분 어린 영아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SMA 1형 환자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90% 이상이 만 2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다. SMA 환아 보호자들은 졸겐스마 투약 시기가 늦어질수록 아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아진다고 호소했다. 

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문종민 대표는 "영국, 유럽 등에서는 졸겐스마 투여 후 놀라운 변화를 보이는 SMA 환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급여에 대한 관련 논의가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문지기자협의회 간담회를 통해, 졸겐스마의 급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졸겐스마는 지난 1월 약제급여기준 소위원회에서 급여 기준을 설정했고, 급여 적정성 평가를 위해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단, 졸겐스마는 원샷 치료제로 높은 가격, 장기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기존 평가 방법으로는 비용 효과성 입증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성과 평가 및 총액제한 등 위험 분담이 필요하다. 

이에 졸겐스마도 CAR-T 치료제 '킴리아'와 같이 '치료 성과 기반 환급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환자가 약을 투약한 후 효과가 없다면 제약사가 일정 금액을 환급하는 방식이다. 

로슈의 '에브리스디(리스디플람)'도 급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에브리스디는 2020년 11월 국내 허가됐다.  

에브리스디는 앞선 제품들과 달리 1일 1회 경구제이며, 연령 및 체중에 따른 환자 맞춤 처방을 한다. 에브리스디의 1일 권장 용량은 ▲2개월 이상 2세 미만 환자에서 0.20mg/kg ▲2세 이상(20kg 미만) 환자에서 0.25mg/kg ▲2세 이상(20kg 이상) 환자에서 5mg 투약된다. 

에브리스디는 가정에서 자가 투여가 가능하다. 이 덕분에 기존 척수강 내 주사 치료 시 발생했던 입원, 내원과 관련된 추가적 직접 의료 비용이 절감된다. 동시에 수반되는 학업, 직장의 중단, 교통 비용, 간병 등 간접 의료 비용 부담도 감소시켜 보험 재정 및 사회 경제적 부담을 절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에브리스디는 폭 넓은 연령대와 척추측만증이 있거나 수술 경험이 있는 환자도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에브리스디 역시 급여에 진척이 없는 상황. 앞선 두 제품보다 비용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다고 생각됐으나, 지난해 7월 급여 등재 신청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A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모든 SMA 환자가 치료제를 쓸 수 있어야 한다. 제한된 자원으로 누구를 먼저 치료할 것인가는 정말 철학적인 문제다"라며 "당연히 몇 달 후에 숨을 못 쉬게 될 아기가 있으면 우선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직장을 잘 다니다가 매해 증상이 조금씩 나빠져 스스로 일어나는 것 조차 힘들어진 사람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누구나 다 자신의 병에 불편함이 있고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 죽지 않는 병이라도 장애가 얼마나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장애가 해결되면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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