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로 확장된 '간호법'에 소수 직역 '생존권 위기' 분노

'간호사' 활동 범위, 의료기관 넘어 80곳으로 확장…환자 곁 의료기관 아닌 타 직역 진출 분야 잠식 우려

조운 기자 (good****@medi****.com)2022-05-30 06:04

[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5월 중 국회 통과예정이었던 간호법의 제정 스케줄이 간호법 저지를 향한 의사협회의 강력한 투쟁 의지로 다소 지연됐다.

올 하반기 언제든 간호법이 제정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그간 간호법 저지를 위해 앞장섰던 의사 직역에 이어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 등 소수 보건의료 직역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의사 직역은 의사의 위임을 받아 '진료의 보조'를 수행해야 할 간호사 직역이 규정된 범위를 넘어 의사의 업무영역인을 침범할 수 있다는 우려지만, 이들 소수 보건의료 직역은 당장 자신들의 일자리 자체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최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과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박시은 사업이사 등이 대한의사협회 KMA TV에 출연해 간호법 통과 시 각 직역에 미칠 문제를 호소하며, 법안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지역사회 장기요양기관 등 시설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간호사 없이 근무 불가 우려

먼저 곽지연 간호조무사협회장은 간호조무사의 경우 간호사를 보조하는 '간호업무의 보조'와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환자 간호 및 진료의 보조'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발의된 간호법은 의료법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에 예외를 둔 규정에 우선하도록 명시돼, 간호조무사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사를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는 문 자체를 닫아버려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의 실업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수정 과정을 거쳐 현재 정리된 간호법안에는 타 법률에 우선한다는 내용은 사라졌지만, 간호법의 적용 대상을 '지역사회'로 확대하면서 간호사가 의료기관이 아닌 장기요양기관, 어린이집, 사회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들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곽지연 간호조무사협회 회장은 "지금까지 장기요양기관 등 지역사회에서 간호조무사는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로 규정된 각 법의 인력기준에 따라 간호조무사 1명만 단독으로 근무하며 촉탁의의 지도하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법이 의료기관 외에서도 적용되면, 의원급 의료기관이 아닌 지역시설 등에서는 홀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하여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간호법 규정 때문에 간호사 없이 근무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현실적으로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려는 간호사가 매우 적은 상황에서 장기요양기관은 간호사 충원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며,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없이 단독으로 업무를 하는 법 위반 사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현재도 간호사 진출분야 80곳으로 확대…의료기관 근무 간호사 비율 40% 불과
    응급구조사 분야인 119구급대에도 간호사 50% 진출…타 분야 진출 가속화 우려

    
의사로부터 의료행위 일부를 위임받은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인 응급구조사 등 의료기사들은 간호법의 시행으로 자신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박시은 사업이사는 먼저 현재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를 하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진료의 보조'를 명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규정함에 따라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무한히 확정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간호협회는 대한민국에서 지난 50~60년 동안 입법 및 판례를 통해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무한히 넓혀왔다"며 "진료의 보조 업무를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정확히 정의가 되지 않는다.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제서야 법원에서 진료의 보조라는 업무범위를 넘어섰는지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모호한 '진료의 보조'라는 업무범위를 이용해 간호사가 지역사회로 나아갔을 경우, 의료 현장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미 지역사회에서 병원 전 응급상황에서 의사의 위임을 받아 혹은 의료 지도를 통해 응급의료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탄생한 응급구조사의 업무도 간호사 직군이 차지하면서, 119구급대에 간호사의 포션이 절반 가까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시은 사업이사는 직접 만든 '대한민국 간호제국전도 2021'을 공개하며, 간호사들이 약 80곳에 달하는 다양한 업무영역에 진출하고 있는 문제를 꼬집었다.

그가 공개한 그래픽에는 장기요양기관부터 공무원, 영양, 어린이집, 교정시설, 경찰공무원, 구급대, 가정위탁지원센터, 코디네이터, 가정간호, 군 관련, 호스피스, 체육시설 등 간호사가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어마어마했다.

박시은 이사는 "지역사회가 아닌 의료기관으로 한정된 의료법 체계 안에서도 간호사는 30~40년이라는 기간 동안 80곳이 넘는 분야로 업무영역을 확장했다. 정작 의료기관의 포션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도대체 왜 이런 일까지 간호사가 해야하나 싶은 부분까지 간호사가 진출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협회는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한다. 간호사가 부족한 곳은 의료기관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간호사의 자리는 환자 옆이다"라며 "국회도 간호법이 통과되면 환자 옆에 간호사들이 더 늘어나겠지 하는 희망을 가진 것 같은데, 의료기관으로 제한된 의료법 체계 안에서도 간호사들은 환자가 없는, 다른 직군이 더 잘할 수 있는 곳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간호협회에서 간호법의 제정 목적을 환자 곁에서 친밀하게 간호하는 간호인력을 늘리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진실이 아니다. 이미 의료법 안에서도 간호사들은 환자 곁을 떠나 일이 편한 곳으로 떠나고 있다. 건보공단 2016년 데이터를 보면 7만 4천여 명의 간호사가 환자 곁이 아닌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전체 활동 간호사의 40% 비율이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간호사들의 업무영역이 계속해서 확장되면 소수 직역인 응급구조사 등의 일자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시은 이사는 "소방공무원 시험을 보는 간호사의 숫자가 1년에 2천여 정도가 된다. 제가 가르치는 응급구조사 학생들은 1년에 약 300명이다. 저희 애들은 갈 데가 없다. 제가 이렇게 울분을 토하는 이유는 이 법이 통과되면 우리 학생들은 다 죽으라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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