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평 생략 약제에 '항진균제' 포함은 아직‥"신중 검토" 입장 유지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가능 약제'에 '항균제'만 포함‥'항생제' 범위 제한적
'항진균제'까지 대상 확대는 시급성, 근거 생성 고려‥전문가 의견 수렴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1-28 11:5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항생제 내성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항생제 사용량 통제에 주로 초점을 맞췄을 뿐 신규 항생제의 도입과 급여에는 비교적 관심이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신규 항생제의 급여 적용이 가시화됐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항생제 내성 문제를 다루게 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렇지만 아직이다.

경제성평가 생략 약제에 '항진균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계속되고 있으나,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의학적으로 세균(박테리아), 진균(곰팡이), 바이러스 등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쓰이는 약제는 '항미생물제제(Antimicrobial medicines)'로 분류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항생제는 항균제(세균감염의 치료), 항진균제(진균감염의 치료), 항바이러스제(바이러스감염의 치료)를 포괄하는 '항미생물제제'를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공중보건 의제로 꼽힌 '항생제 내성'도 사실상 항미생물제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AMR)이다.

우리나라는 약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대체약제 대비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등을 입증한 경우를 선별해 급여 등재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제성평가 생략 제도는 대체 약제가 없으나 환자수가 적어 근거생산이 어려운 신약을 대상으로, 환자 접근성 강화 차원에서 비용효과성 평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예외적인 사안이다.

2020년 우리나라는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가능 약제'에 희귀질환 치료제 또는 항암제에 이어 결핵치료제, 항생제, 응급해독제를 포함시켰다.

그런데 항생제 범위를 '항균제'로 제한한 상태다. 항생제라는 큰 범위 안에 들어가는 나머지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 등은 제외돼 이들이 앞으로 급여가 될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항균제'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병원 내 다제 내성균 감염 등이 심각한 상황을 고려해 치료 신약의 신속한 등재 절차를 지원하기 위해 경제성평가 생략 대상 약제로 확대했다"라며 "항진균제(곰팡이균 치료)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시급성, 근거 생성이 어려운 사유 등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경제성평가 생략 제도를 통해 2022년 10월 다제내성 항생제이자 향균제인 '저박사주(세프톨로잔/타조박탐)'의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아울러 항균제로 분류돼 있는 '자비세프타주(세프타지딤/아비박탐)'도 지난 9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급여 적정성이 인정돼 현재 건보공단과 제약사 간 약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 기준으로는 경평 면제 대상이 아닌 신규 항생제들은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크레셈바(이사부코나졸)'의 경우 2020년 1월 '만 18세 이상 성인에서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 및 암포테리신 B투여가 적합하지 않은 침습성 털곰팡이증 치료'에 허가 받았다. 크레셈바 역시 저박사와 마찬가지로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됐으나 항진균제이기에 비급여로 남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항생제는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가 힘들다.

항생제 임상은 비열등성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감염병을 치료하는 약제의 특성상 위약 대비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신규 항생제가 국내 급여권에 들어오려면 수십 년 전 출시된 항생제를 대체 약제로 삼아 비교를 해야 한다. 신규 항생제가 개발되기 위해서는 평균 12년, 18억 달러 비용이 소요되지만 저렴한 약가로 국내에 급여 신청을 해야만 급여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항생제는 높은 임상적 필요에도 불구하고 경제성평가 수행이 어려워 급여 자체를 포기하는 제약사 사례가 늘어났다.

앞서 보험 적용이 된 저박사도 임상적 필요성은 인정됐으나 대체 약제 대비 소요 비용이 고가라는 이유로 오래도록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항진균제의 경평 생략 제외로 인해 일각에서는 국가필수의약품과 건강보험 급여 등재의 연계를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복지부는 국가필수의약품(511품목) 중 102개 품목은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해, 환자 진료에 필요하나 채산성이 없어 생산·공급 중단으로 환자 진료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약제는 원가 보전을 통해 안정적 공급을 지원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가 필수의약품 지정 약제는 사회적 요구도가 높음을 고려해 급여 적정성 평가 시 신속히 검토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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