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치료서 보험급여 기준 제한 엄격…기준 완화해야"

[인터뷰]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고주연 교수 
아토피 질병 코드 3년 이상 진료나 교차투여 불가 등으로 환자 불편 
"환자 급여 기준 충족해도 다른 치료제 선택할 수 없어 치료 제한"
"급여 기준 못 미친 50대 환자, 비급여로 시빈코 투여 후에야 호전"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12-15 06:06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고주연 교수.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는 피부 병변 개선에 초점을 맞춘 임상적 발전이 이뤄져왔다. 그럼에도 환자들의 최대 고충으로 손꼽히는 '가려움증'은 여전히 미충족 수요로 남아 있다. 

정부가 정한 '중증'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증 기준의 정의란 아토피 피부염 질병 코드로 3년 이상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기록이 있어야 한다. 또 대학병원에서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진단 받은 이후 일정 기간 치료를 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 때문에 증상이 심한 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계속 지연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처방 받은 면역억제제로 3개월 이상 치료를 받고, 질환이 일부 개선돼 EASI 점수가 23점 미만으로 감소하는 경우 급여 기준에 충족되지 않으므로 질환이 다시 악화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면역억제제 치료 기간 산정도 매우 까다로워, 하루라도 복용을 중단할 경우 3개월 치료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생물학적제제 및 JAK 억제제 등의 처방을 포기하고 스테로이드제제를 선택하기도 한다. 

여기에 현재 급여 상황에서는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 간 교체투여가 인정되지 않고 있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한 시점이다.

아토피피부염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고주연 교수도 이러한 지점들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주연 교수는 "국내 보험급여 기준이 제한적이므로, 오히려 의료비 낭비가 발생하게 된다"며 "보다 융통성 있게 급여를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로 치료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 재정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현재 한양대 의대 의학과장 및 피부과학교실 주임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국제협력이사, 대한피부연구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고주연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국내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고충은 어느 정도인가. 

-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의 가장 큰 고충은 ‘극심한 가려움증’이다. 심한 가려움증으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피부를 지속적으로 긁고, 수면의 질이 떨어져 생산성이 저하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 증상으로 인해 타인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거나 대외 활동을 기피하기도 한다.

질환으로 인해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신경정신과 진료를 권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피부 증상이 호전되면 정신적인 영향 또한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 의료진의 권유를 받아도 대부분 진료를 받지 않았지만, 최근 10년 사이에는 신경정신과를 찾는 환자가 크게 늘어났다. 

Q. 그간 아토피에서 많은 신약이 출시됐다. 의료진이 본 최근 10년간 치료 환경 변화는?

-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가 등장하면서 많은 환자들의 치료 환경이 개선됐다. 과거에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 옵션이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일부 환자의 경우 한의원과 아토피 피부염 치료로 유명한 여러 병원들을 전전하며 의약품을 남용해, 시력이 저하돼 내원한 환자 케이스도 있었다. 이에 비하면 현재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의 치료 환경은 크게 좋아졌다.

다만, 아직 보험급여 제도 상 중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환자들의 경우, 질환으로 극심한 고충을 겪고 있음에도 우수한 치료제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전체 중증 환자의 20~30%는 제도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진의 평가를 통해 중증으로 판정되는 경우 처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Q.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에 대한 말이 나와서 그런데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떠한 기준을 세우고 이들 약물을 처방하는가? 

- 우선 환자와 상의를 기반으로 치료 전략을 결정하게 된다. 생물학적제제의 경우 2주마다 주사가 필요한 주사제이므로, 주사 자체에 부담을 갖고 있거나 2주마다 병원에 내원하기 어려운 환자들은 경구용 JAK 억제제를 선택하도록 한다. JAK 억제제에 대해 알려져 있는 부작용과 생물학적제제의 장단점을 설명 드린 후 치료 옵션을 결정한다. 

우리 병원에서는 아직까지는 중증 환자의 80% 정도는 생물학적제제를 처방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비급여 처방을 받는 환자들의 약 80%는 경구용 JAK 억제제를 사용한다. 비용적 측면에서 JAK 억제제가 생물학적제제 대비 2~3배 가량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Q. 중증 아토피에 쓰이는 JAK 억제제간 차이는.

- JAK-1 억제제로 ‘시빈코(아브로시티닙)’, ‘린버크(유파다시티닙)’ 두 가지와 JAK-1/2 억제제로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가 출시돼 있다. 상대적으로, JAK-1 억제제가 아토피 피부염의 가려움증 개선에 강력한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JAK-1/2 억제제는 아토피 피부염과 더불어 원형탈모 적응증에 승인돼 탈모를 동반하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처방을 고려한다. 

특히 JAK-1 억제제 아브로시티닙은 세 가지 용량(200mg·100mg·50mg) 옵션을 제공한다. 연령대가 어린 환자들의 경우 50mg의 낮은 용량으로 처방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또 아브로시티닙은 임상 연구를 통해 간기능 및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도 안전성을 확인해, 해당 환자에서 처방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유파다시티닙과 바리시티닙은 아토피 피부염에 허가되기 전, 류마티스내과에서 장기간 사용돼왔다는 점에서 일부 환자들에게 선호될 수 있다. 
Q. 급여 얘기로 넘어가보겠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대한 국내 급여 정책 상황과 환자들에게 어떠한 미충족 수요가 잔재하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 현재 국내 보험 급여 정책 하에서는 하나의 약제를 사용하다가 다른 약제로 교차투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A 치료제를 사용하다가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아 B로 전환하는 것도 교차투여가 인정되지 않으며, 만약 어렵게 급여 기준을 충족시켜서 B 치료제를 사용하게 되더라도 이전에 사용하던 A의 효과가 더 좋은 경우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유럽의 경우 교차투여를 결정하더라도 급여 기준에 구애받지 않는 반면 국내에서는 약제를 바꾸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다. 

따라서 JAK 억제제 간 교차투여가 필요하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보험 급여 적용 없이 세 가지 JAK 억제제를 모두 사용해본 결과, 환자에 따라 잘 맞는 치료제가 다르게 나타난다. 그렇지만 복용해보기 전에는 환자에게 어떤 약이 잘 맞는지 알 수 없다.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제를 처방하기 위에서는 우선 약을 사용해보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 급여 정책으로는 일단 한 가지 약제를 12~16주 사용해야 하고, 교차투여가 어렵기 때문에 효과가 불충분하더라도 다른 약을 시도하기 어렵다. 환자가 여러 치료제를 시도해보고 가장 잘 맞는 치료 옵션을 찾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JAK 억제제와 생물학적제제 간 교차투여도 보험 급여가 인정되지 않아, 약제 변경을 위해서는 3개월 이상 전신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기간을 다시 거쳐야 한다. 면역억제제의 복통, 메스꺼움 등 부작용으로 고생했던 환자들은 경험했던 부작용에 대한 거부감으로, 효과가 불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치료제를 지속 투약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현 급여 정책에 따른 여러 장벽이 있다. 

Q. 진료 현장에서 인상 깊었던 JAK 억제제 처방 케이스를 소개해 달라.    

-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51세 남성 환자 사례다. 신장기능이 떨어져서 투석을 고려 중인 환자로, 초반에 급여 기준이 부합하지 않아 아브로시티닙이나 두필루맙을 처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사이클로스포린, MTX와 같은 전신 면역억제제를 사용했다. 전신 면역억제제로는 효과를 보지 못해, JAK 억제제 중에서도 그나마 저렴한 바리시티닙을 처방했다. 

그럼에도 효과가 없자 환자가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다가, 2022년 11월에 도저히 고통을 참지 못하고 다시 병원에 내원했다. 다시 내원한 이후로도 전신 면역억제제인 MTX를 복용했으며, 그럼에도 효과가 없어 올해 8월부터는 비급여로 아브로시티닙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 전에는 빨갛고 울퉁불퉁한 염증이 환자의 목덜미를 덮고 있었으나 치료 이후에 거의 다 사라졌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아토피 피부염은 체표면적과 함께, 각질 발생 정도, 염증 부위가 빨갛게 부은 정도 등을 토대로 점수를 매겨 급여 여부를 정한다. 특히 사진상으로 증명돼야 하므로, 만약 얼굴 부위는 상당히 심한데 몸통 부위는 깨끗하다면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 

반면 건선은 체표면적 10% 이상이 되면 급여가 인정되므로 비교적 어렵지 않다. 이에 중증 건선 환자들의 삶의 질은 예전보다 상당히 개선됐다. 건선 환자도 가려움증을 겪지만, 아토피 피부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가려움증이다. 그러나 아토피 피부염 보험급여 산정시에는 EASI(습진 중등도 평가 지수) 점수를 중점적으로 고려하므로 가려움증은 평가되지 않고 있다. 가려움증으로 환자 삶의 질이 얼마나 악화되었는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다 보니, 중간에 급여가 삭감되는 병원들도 있다. 게다가 삭감이 되면 병원뿐만 아니라 해당 환자도 그 이후에는 보험 급여로 약제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국내 보험급여 기준이 제한적이므로, 오히려 의료비 낭비가 발생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의료진이 판단했을 때 환자가 치료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수준에 이르렀다면, 재발 전까지는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는 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는 모든 산정 특례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5년간 치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아토피 피부염이 심했던 환자들의 80%는 점차 경과가 좋아지는 편이며, 2년 내에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환자들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 급여 기준은 산정특례로 5년씩 치료를 지속하도록 하는 상황이고, 치료제를 중단한 이후에 재발하면 다시 급여를 받기 어렵다 보니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는 엄청난 의료비 낭비다. 따라서, 보다 융통성 있게 급여를 적용할 수 있도록 급여 체계가 변화했으면 한다. 이러한 변화로 치료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 재정도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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