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염병이 또 유행한다면?‥취약한 '요양병원' 대비 철저해야

요양병원, 다인실의 보편화·병상 간 짧은 거리·다인 간병 체계로 '집단 감염'에 취약
패널티 혹은 인센티브로 대책에 따르게 해야‥현장 투입 가능한 의사 인력 요구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2-28 06:02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만약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또 유행을 한다면 어떨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당시 취약했던 '요양병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에 따른 수요의 증대로 요양병원의 수와 진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불과 최근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요양병원에서는 많은 확진자 및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요양병원은 다인실의 보편화, 병상 간 짧은 이격 거리, 다인 간병 체계 등 환경적인 특징으로 집단 감염에 취약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유사한 대규모 감염에 대비해, 요양병원에서의 관리 강화를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병원의 코로나19 감염 영향 분석 연구'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의 수는 2011년 988개에서 2020년 1582개로 1.6배 증가, 요양병원 진료비는 2011년 2만1266억 원에서 2020년 6만1304억 원으로 2.88배 증가했다.

2020년 인구 천명당 요양병상은 5.3개로 OECD평균 0.6개의 8.8배 수준이며, 최근 10년간 인구 천명당 요양병상의 공급 추이를 살펴보면 OECD 평균은 일정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요양병원은 환자의 밀도가 높고 다인 간병 체계가 보편화돼 있어 '집단 감염 발생'에 취약한 편이다. 더불어 요양병원 입원 환자는 급성기 의료기관과 달리 장기 요양이 필요한 재활 및 고령의 환자가 대부분으로 면역력이 약하고, 기저질환, 만성질환의 유병률이 높아 감염에 따른 예후가 좋지 않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의 공통점으로 '평상시 감염 관리자 부재', '병상 간 거리 미확보', '확진자·비확진자 간 동선 분리 미흡' 등을 지적했다. 그리고 그동안 코로나19 대응으로 마련된 감염관리 수단의 이행을 의무화할 법적 규제 및 인센티브가 존재하지 않아 감염 예방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우리나라는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SARS),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를 통해 의료기관의 감염 예방 및 관리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다양한 감염 관리 정책이 시행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전 감염 관리 체계가 주로 급성기 병원을 위주로 정립돼 왔을 뿐, 감염 취약 시설인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한 감염관리는 제한적이었다.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당시 다양한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 인력 지원, 경제적 지원책, 감시 체계 등을 새롭게 마련해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책의 적용 및 이행 여부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나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또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 건강보험공단, 각 지자체 등 동일한 목적 하에 다양한 주체가 유사한 내용의 실태조사 및 현장 점검, 감시 체계를 각자 마련하고 이행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 현장의 행정 업무가 가중돼 피로도만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 바 있다.

그러므로 연구팀은 통합된 컨트롤 타워도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정책 및 업무의 특성에 따라 업무별로 통합된 컨트롤 타워를 지정해 업무를 수행하고, 유관기관은 해당 정보에 대한 열람이 가능하도록 하는 통합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연구팀은 향후 감염병 대책 정책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당근과 채찍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연구팀은 "필수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이행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정책 불이행 시에 패널티 혹은 이행 시에 인센티브와 같은 이행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와 사망자수 감소에 환자 대비 의사수가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구팀 분석 결과, 2022년을 기준으로 요양병원의 특성 중에서는 환자 대비 의사수, 간호사수가 증가할수록 확진자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병상 규모, 65세 이상 환자 비율이 높을수록 확진자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고, 환자 대비 의사수가 증가하는 경우에 사망자수가 감소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와 유사한 감염병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충분히 현장 투입이 가능한 숙련도 높은 의사 인력이 지원될 수 있도록 국가 혹은 지역 차원의 시스템 마련을 제안했다.

코로나19 기간동안 지침이나 권고의 형태로 요양병원에 전달됐던 병실 외 별도의 면회 공간 마련, 환기시설 및 차단막 설치 등도 사전에 준비가 요구됐다.

연구팀은 "유사시에 즉각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명문화하고, 이행력 제고를 위해 인센티브나 패널티가 부여될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고령화 추세를 고려했을 때 요양병원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므로, 환자와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는 간병인의 실태조사도 필수적이라고 꼽았다.

현재 국내에는 간병인의 수와 업무범위, 환자들과 보내는 시간, 평균 재직 기간, 급여 수준과 같은 정보들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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