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 외면한 제1야당…"응급의료체계 신뢰해달라"

이재명 대표 피습 후 부산대병원 두고 서울대병원 헬기 이송
"외상응급의료체계 스스로 부정…어느 국민이 지역의료 신뢰할까"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1-03 11:48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의료체계 이용 행태를 두고 의료계에서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왔다.

응급의료체계는 올바르게 작동했으나 제1야당이 '(수술을)잘 하는 곳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지역의료를 외면, 부산에서 서울까지 헬기 이송해 수술받았다는 점은 혈세로 쌓아올린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며 허물어버린 행태라는 지적이다.

3일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는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과 이후 응급의료체계 작동과 의료이용 행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정치나 진영을 떠나 응급의학적 관점에서 사안을 접한 입장이라는 점을 전제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먼저 이 대표가 피습당한 뒤 오전 10시 50분께 구급차로 이송돼 인근 축구장에서 소방헬기로 옮겨져 오전 11시 13분께 부산대학교병원에 도착했다는 점은 빠른 응급의료체계가 잘 작동한 반증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목 부위 자상으로 자칫 목숨이 위급한 목 부위 혈관 손상이 의심되는 중증 외상 환자로, 119구급대원이 현장 평가를 시행해 응급 처치를 하며 119상황실 구급지도의사의 헬기 이송 승인과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으로 빠르게 헬기 이송한 것은 바른 판단이라는 진단이다.

그러나 이후 의료이용 행태는 이중적이라고 지적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전문의 응급진료 후 민주당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자칫 대량 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서울대병원 후송 후 신속하게 수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목은 민감한 부분이라 후유증을 고려해 (수술을)잘하는 곳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가족들이 원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 이 대표는 서울대병원으로 헬기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이 교수는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어느 국민이 지역 병원, 그것도 지역거점국립대학교병원을 믿고 국가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신뢰하겠나. 너도나도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을 요구하지 않겠나"라며 "국가적으로 혈세를 쏟아 부어 가까스로 쌓아올린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며 허물어 버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역의대,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를 주장하는 이중적인 정치권 행태에 가슴을 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위해 서울 대형병원을 찾은 것이 아니라 생명을 다투는 응급 상황에서 지역 응급의료체계를 외면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중증 외상 환자를 포함한 응급환자는 환자나 보호자가 원한다고 이송 병원이나 전원 병원을 정해선 안 되며, 현장에서 119구급대원 평가와 판단에 따라 이송하고 응급의료기관에서 수술이나 입원이 어려울 경우 의료진 판단에 따라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으로 연락하는 전원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지방에 살면 무조건 지방에서 진료받으라는 말이 아니다"라며 "응급이나 중증 외상 환자는 지역 내에서 골든타임 안에 진료와 수술을 받지 못하면 사망하거나 영구적 장애를 갖게 된다. 제발 응급의료체계를 존중하고 신뢰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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