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 있다'…실적주의 함정 빠진 삼바로직스

2023년 영업 이익 최초 1조원 돌파…올해 10~15% 매출 성장 전망치 공개
고용노동부 노동관계법 위반사항 적발…조직문화 전반 개선 시급 지적
ESG 평가 신뢰성·투명성 문제 부각…평가 기관 실제적 대처 미흡
SBL 상생노동조합, 근로 시간 강제 행위 등 우려…임단협 결렬 시 파업 예고

정윤식 기자 (ysjung@medipana.com)2024-01-25 06:07


[메디파나뉴스 = 정윤식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간 영업 이익이 첫 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사례와 연장 근로 한도 위반 등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되며, 실적주의 함정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적주의는 1870년 영국의 추밀원령과 1883년 미국의 펜들턴 법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정치적 지지자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공무원을 임용하던 엽관주의의 반발로서 나온 개념이다. 이는 객관적인 성적에 따른 직원의 채용과 안정적 근무, 전문화를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보수적인 조직문화와 비인간화를 불러일으킨다는 단점 또한 가지고 있다.

아울러 현대에 들어서는 보수나 성과지표 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능력주의·성과주의의 부정적 측면과 유사한 맥락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24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시를 통해 2023년 연결 기준 매출 3조6946억원, 영업이익 1조113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매출인 6933억원 대비 23%, 영업이익 1301억원 대비 13% 상승한 수치다. 아울러 해당 기업은 2024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망 아래 전년 대비 10~15% 성장한 매출 전망치를 공개했다.

하지만 앞선 23일 고용노동부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근로감독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사례와 연장근로 한도 위반 등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는 내용이 발표되며,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벌어진 20대 직원의 사망으로 인한 근로감독 청원이 고용노동부에 접수됐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해당 조사 결과 고인의 괴롭힘을 인정할만한 구체적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익명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751명 중 55.5%에 달하는 417명이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피해를 호소했다. 

그 세부 사항으로 ▲다수의 중간관리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욕설 및 공포 분위기 조성 ▲인턴사원을 향한 협박성 발언과 상습적인 욕설, 폭언 ▲남성 중간관리자의 동의 없는 여직원 신체 접촉 ▲야근한 사원들을 데리고 새벽 별을 보러 갔던 것이 있다.

이어 노동관계법 위반 측면에서는 216명의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장시간 근로와 이 중 89명에 대해 3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임금체불, 임신 근로자 시간 외 근로가 있다.

그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 위반에 대한 시정지시와 함께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계획과 장시간 근로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향후 이행상황을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해당 조사가 구글폼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업계 관계자의 발언에 따른 표본 오염 가능성 문의에, 조사 방법 관련 부분은 비공개라고 답했다. 그리고 조만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에 시정지시를 내릴 것이라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를 즉시 이행하고, 향후 재방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위와 같은 상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ESG 행보 때문이다. 최근에 이르기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언론보도를 통해 자사의 ESG 활동을 홍보해왔으며, 국내외 ESG 평가에서도 상위·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아울러 존 림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중심에는 임직원 여러분이 있다"며 "회사 또한 임직원 여러분의 역량 강화 및 업무 몰입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경영을 강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S(Social)와 관련해 A등급을 받는 것이 맞는지 업계 지적이 나온다. 해당 부분은 기존 ESG 기관들의 평가 방식에서 생겨난 맹점으로서, 지난 2022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ESG 평가의 신뢰성 및 투명성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A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통합 A+ 평가를 한 반면, B사는 A, C사는 분기별로 B에서 B+ 등급을 지정하는 등 기관에 따른 평가 점수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ESG 평가 기관의 가이드라인에는 인권 관련 조항들이 표기돼 있지만, 실제적 부분에서 언론보도와 정부 발표를 기준으로 하는 등 사전 조치 및 실사에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평가 진행에 있어 부정적인 문제를 접할 수 있는 부분은 언론과 정부 기관 재제 자료이며,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태 같은 경우에는 외부 위원회를 통해 등급 조정과 감점을 비롯한 조치를 평가에 반영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외부 노동조합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같은 부분에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내부 노동조합에서 잘 대응해 더 이상 갑질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응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ESG의 실효성에 대해 "현재 ESG 평가에서 노사 관계에 대한 부분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향후 ESG 평가 기준에 대한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지난해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SBL 상생노동조합)'은 성명문을 통해 '교대근무TF를 통한 교대근무 변경 시도'와 'Re-think로 명명된 강제 전직 및 위계와 권리남용에 대한 근로 시간 강제 행위', '휴게시간 강제 적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또 지난 20일 업계에 따르면 앞선 상생노동조합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제4차 임단협 본교섭(8차 단체교섭)이 결렬될 시 파업 조정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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