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사직 본격 예고돼도…환자·국민으로 배수진 치는 政

중대본 "교수 떠나면 중증 진료체계 문제…현실 믿을 수 없어"
사직서 제출 시 대응방안 부재…의대교수들은 사직 의사 뚜렷
서울의대-연세의대 비대위 "사직서 모아 25일 일괄 제출"
政 의대정원 확대 방침 여전…교수들 "의료파국, 정부 잘못"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3-19 06:04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비상진료체계가 장기화됨에 따라 의대 교수까지 사직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유력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2000명 증원 입장을 고수한 채 국민·환자를 앞세우는 배수진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8일 정례브리핑 중 질의응답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지만, 질문 주신 것처럼 교수들이 떠나게 되면 우리나라 중증 진료 의료체계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저는 그러한 현실이 일어나리라고 믿고 싶지 않고, 상상하고 싶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전공의에 이어 교수까지 현장을 떠나면 의료공백을 채울 수 없는 것 아닌가.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

이같은 중대본 답변은 빅5를 비롯한 주요 병원 내 의대 교수들이 실제로 일제히 사직서를 제출했을 경우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남아 있지 않음을 방증한다.

의대 교수 사직 가능성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전국의대 비대위에서는 지난 15일 총회를 거쳐 오는 25일부터 자율적인 사직서 제출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정했고, 서울의대와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앞서 예고했던 대로 정부가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았단 판단 하에 각각 18일 회의를 열고 19일부터 사직서를 모아 25일 일괄 제출키로 결정했다.

이같이 교수 사직 가능성이 윤곽을 드러내는 동안, 중대본은 줄곧 국민과 환자를 앞세운 것 외에 다른 대책을 언급한 바가 없다. 이는 이날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대화와 타협의 장을 만들기 위해 집단으로 환자 곁을 떠나겠다는 말은 국민들께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 '현장을 이탈한 제자를 지키기 위해 생사를 다투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을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 등 환자와 국민을 대변하는 입장만 반복됐다.

박민수 제1총괄조정관은 "어떠한 경우라도 국민 생명을 두고 협상해서는 안 된다. 의대 교수님들이야말로 그동안 환자들이 믿고 의지하며 늘 든든하게 생각해 왔던 분들이다. 우리 국민들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진료하는 교수님들이 실제로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 국민의 믿음을 부디 저버리지 말아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님들께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 생사의 경각에 달려 있는 환자를 등지고 의료 현장을 떠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협조해 주시길 바란다. 정부도 열린 마음으로 성실한 자세로 대화에 임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하루속히 의료 현장의 문제가 해결되고 미래를 위한 의료개혁을 충실하게 이뤄가는 일들이 벌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복지부가 빅5 병원 병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의료인력 소진 상황 등 현장 애로사항을 세밀하게 청취하긴 했지만, 이것으로는 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을 막는 데 역부족이다. 의대 교수들은 현 의료위기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의대정원 2000명 확대 방침을 재고하겠다'는, 보다 전향적인 정부 태도와 양보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2000명 증원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꾸준히 증가하는 의료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선 의료인력 확대가 필수적이다. 증원 수를 조정하지 않으면 대화에 응할 수 없다고 하지 마시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후배들을 설득해달라. 정부가 확실히 챙기겠다. 정부를 믿고 대화에 나와 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정부가 국민과 환자를 앞세워 여론전으로 의대 교수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의대 교수들은 투쟁 원인이 정부에 있다며 사직서 제출에 대한 뜻을 접지 않고 있다.

전국의대 비대위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일괄 사직 결정과 관련 "오는 20일에 대학별로 (확대가 담긴) 의대정원이 발표된다면 도저히 대화의 장은 열릴 수 없을 것이고, 의료 파국이 벌어질 것이다. 이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정부 잘못이 크다. (정부는) 제발 그렇게 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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