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에 수술사고 코앞'…의대교수, 내주부터 단계적 진료 축소

전의교협, 21일 언론 브리핑 가져…25일부터 주 52시간 진료
내달 1일부터 외래 진료 최소화…응급·중증 안전 진료 필요
과로 가중돼 환자 피해 우려…사직서 제출-근무 안정화 병행
대다수 의대·교수 참여할 듯…배정 결과엔 "교육차질 불가피"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3-21 19:31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다음 주부터 내달 초까지 의대 교수들이 단계적으로 진료 축소에 돌입한다. 업무 가중으로 인한 과로가 지속될 경우 의료사고로 인한 환자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내달부터는 대학병원에서 외래 진료는 받는 것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1일 오후 언론 대상 브리핑을 갖고 전일 저녁에 진행된 회의 결의사항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오는 25일부터 주 52시간 이내에서만 외래 진료, 수술·입원 진료를 유지하고, 내달 1일부터는 응급·중증 환자를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외래 진료를 최소화한다.
오는 25일은 전의교협이 의대 교수 사직서를 일괄 제출키로 한 날이다.

이대로라면 일제히 사직서를 제출한 후에도 수리되지 않는 한 진료를 유지하게 되지만, 지난 5주처럼 과로가 가중돼 환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은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이들의 의도다.

전의교협에 따르면, 현재 대학병원 전임의와 교수들은 환자 진료에 대한 부담감으로 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전날 당직을 섰더라도 이튿날 병원에서 진료를 봐야하는 것은 기본이고, 출퇴근 시간조차 줄이기 위해 병원에서만 생활하는 교수들도 있다. 일부 의료진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명까지 더해져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브리핑을 맡은 조윤정 고대의대 교수는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사직서 내기 전에 순직할 판이다. 솔직히 얘기해서 너무 힘들다. 인간이 아닐 지경이다. 왼쪽을 수술해야 하는데 오른쪽 수술 들어가는 상황이 초래되는 게 현실"이라며 "의료진 피로가 누적되면 환자가 위험에 노출된다. 잠도 자고, 식사도 제때 하는 그런 상태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화를 결정한 것이다. 외래 진료 최소화는 환자가 다칠까봐 우려되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다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중환자실, 응급실은 떠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에선 사직서 제출 상황도 간접적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르면, 현재 전의교협을 통해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의과대학 대부분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조윤정 교수는 "각 의대별로 시작되고 있는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은 현 의료 사태에서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라는 점을 10분 이해한다. 전의교협에서는 각 대학교수님들의 선택을 지지한다"며 "퍼센트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거의 모든 대학에서 교수님들이 자발적 사직을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 정도 됐으면 사회와 정책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제안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전공의 선생님과 학생 여러분들께 굉장히 미안한 것이 솔직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의사협회 등은 다함께 머리를 맞대서 국민과 환자 건강을 지키고, 필수의료를 회생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의협 등과도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인 20일 의대정원 증원분이 반영된 배정 결과가 발표된 것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교육에 필요한 건물·시설·장비·인력 등을 단기간에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의대정원이 50명에서 200명으로 늘어난 충북대는 교육 차질이 예상되는 대표적 사례다.

조윤정 교수는 "교육 현장에서 4배씩 증가한 학생 교육이 가능한가 생각해보면, 5년 뒤라면 준비가 가능할 것 같아도 현재는 불가능하다. 어떤 교육장은 한 번에 교육시킬 수 있는 인원이 20명뿐인데, 200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중요한 문제"라면서 "더욱이 인적 자원인 교수님을 한 분 키우기 위해서는 20~30년이 걸린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가 없다. 답이 없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윤정 교수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투쟁’이라는 단어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서로 협의하는 과정이 있었어야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윤정 교수는 "투쟁이라는 워딩을 굳이 사용하고 싶지 않다. 언제 어느 때나 항상 서로를 이해하고 경청하면서 협의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더욱이 교수님들은 대학 안에서만 사시기 때문에 투쟁과는 거리가 멀다. 어느 상황에서라도 서로 논의와 협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서로 다른 주장이 있을 때 그 주장이 가져올 문제점은 없는지,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있는지 등을 서로 질문하면서 논의를 벌이는 과정이 적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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