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대체조제, 환자 위해 단체간 원만한 합의 이뤄져야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5-08 06:00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지금 처방전에 나온 약이 없어서 같은 성분의 약으로 대체조제 해드렸습니다. 걱정말고 드셔도 돼요."

과거 의약업계 매체에 몸을 담기 전, 코로나19 상황이 거의 막바지에 다르는 즈음 병원 진료 후 약을 타기 위해 약국에 방문해서 들었던 첫 대체조제라는 단어였다. 

당시에는 제네릭 약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대체조제라는 단어 역시 낯설었기 때문에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나 약국은 밀려드는 환자로 인해 물어볼 시간이 부족했고, 약사가 말했으니 괜찮은 거구나 생각하며 약을 복용했다. 별다른 부작용은 따로 없었다.

대체조제를 순순히 받아들였던 본인과 달리, 여러 번의 큰 수술과 골다공증으로 인해 많은 양의 약을 복용해야 하는 할머니는 기존에 먹던 위장약이 없어 대체조제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할머니는 약국에 직접 방문할 수 없어 가족들이 함께 병원 진료 후 약국에서 약을 받아온다.) 한두 번 복용한 이후 먹던 약이 아니라서 안 듣는 것 같다며 약을 기존에 먹는 약으로 바꿔달라고 했다.(위장약이 주요 약은 아니었다.) 

할머니의 강경한 태도에 결국 해당 약국을 다시 찾아가서 요청했고, 해당 약국 약사가 기존에 먹던 약을 구해서 직접 집까지 방문해 약을 전달해준 개인적 일화가 있다. 

대체조제라는 단어가 대중들에게도 들려오고 있는 것은 수년간 이어져 온 의약품 수급불안정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아직 대체조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같은 성분을 가진 '제네릭'이라는 약에 대한 인지가 부재하기 때문에, 약사가 같은 성분이라고 설명을 해주더라도 '혹시나...'라는 조금의 불안감이 남는다.

그러나 제네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를 거쳐 인정받은, 동일한 유효 성분을 동일한 함량으로 갖추고 있는 약이다. 이에 약사들이 동일성분, 동일함량으로 대체조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에 어긋나는 점이 없다. 

특히 지금처럼 의약품 수급불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약을 공급해야 하는 약국 현장에서 약사와 환자가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대체조제 외에 어떤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는 약이 있는 약국을 찾아 약국 뺑뺑이를 돌거나, 먹던 약이 들어올 때까지 조제를 기다리는 선택지 중에서 골라야 한다. 진료 후 바로 약을 받지 못한다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 이유 중 하나가 무색해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수급불안정이 지속되는 상황에 따라 약사들은 원활한 대체조제를 위해 꾸준히 대체조제 간소화를 요구해왔다. 그리고 최근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내년 2월부터 약국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보시스템 중 대체조제 사후통보와 관련된 정보시스템을 통해 대체조제 사후통보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대한약사회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반대로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보건복지부에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협은 "환자의 안전과 의료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약사법 시행규칙"이라며 "의사의 전문전 판단을 무시하고, 맞춤형 진료를 저해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평원 시스템을 통해 간접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은 의사에게 중요한 약제 변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지 못해 약화사고 가능성을 높인다는 우려다. 

또한, 현행법에서 대체조제 통보를 '의사 또는 치과의사'에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심평원을 통보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이 주장하는 바도 논리에 어긋하지 않는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약국에서 환자에게 바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인 대체조제 외에, 의사가 즉각적으로 환자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줄 수 있는지 대안이 따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환자를 위해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 해결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의료인으로서 더 좋은 태도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의협이 대체조체 통보 간소화에 대해 전체적인 반대 입장만 주장하기 보다는 대체조제를 하되, 이에 따른 약사의 책임을 더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면서 반대 입장을 주장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약사회 또한 대체조제에 대한 직능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법을 먼저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직능간 갈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문가 두 집단이 다투면 환자는 갈팡질팡하고,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의약품 수급불안정이 지속되는 이상 대체조제 자체가 사라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환자들이 대체조제가 진행됐다는 말을 들고 조금의 불안감도 느끼지 않고 안심하고 약을 받을 수 있도록, 의사와 약사를 모두 만나야만 하는 환자들이 두 전문가 집단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을 맞이하지 않게 시행규칙의 본격적인 시행 전 전문가다운 논리로 아름다운 합의를 도출해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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