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에도 빈자리‥'탈(脫)임상' 고민하는 젊은 의사들

지방 병원 연봉 3억 제시에도 지원자 못찾아…의료 인력 공백 심화
의정 갈등 이후 수련 포기·전문의 배출 급감, 젊은 의사들 진로 다변화
"진료실만이 해답은 아니다"…해외 진출·데이터·정책 분야로 확장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5-22 05: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실수령액 2.8억~3.1억, 월 15일 근무, 숙소 제공'.

경남 거제시, 광주 북구, 전남 광양시, 전북 고창군, 경남 창원시, 경남 진주시, 경북 안동시 등 지방 병원들의 의사 구인 공고다. 의사 구인 사이트에서 연봉 상위권 공고를 정렬하면 억대 조건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지원자는 드물다. 겉으로는 고연봉 조건이지만 이는 의료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현장의 단면이기도 하다.

특히 지방일수록 인력 수급은 더디다. 복수의 구인 플랫폼에 따르면 충청·경북·강원 지역에서는 진료과를 불문하고 수개월 단위의 충원 지연이 일상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기피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의사 구인 사이트에서 확인한 내용 재구성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연봉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의료기관은 의사 충원 실패로 특정 진료과를 축소하거나 폐쇄하고 있으며, 남은 과에는 업무 과부하가 쌓이고 있다. 구인 공고만으로는 인력을 구하지 못해, 수천만원대의 헤드헌팅 수수료를 감수하는 병원도 있다. 연봉 인상 경쟁은 수도권까지 확산돼 의료기관 간 전문의 확보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의료계는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오히려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는 509명으로 예년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 여파로 수련 체계가 흔들리면서 신규 전문의 배출 자체가 급감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젊은 의사들의 진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2025 젊은의사포럼'에서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기존의 진료 중심 진로에서 벗어난 다양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단순한 불만을 넘어 구체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날 강연자로 참여한 웹소설 '중증외상센터'의 원작자이자 유튜브 '닥터프렌즈'를 운영하는 이낙준 작가는 비임상 경로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며 "꼭 전문의를 따야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진료실 밖에서도 의사의 전문성은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장에서는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라는 전공의, 임상 외 경로를 탐색 중이라는 의대생의 사례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데이터사이언스, 보건정책, 콘텐츠 기획, 교육 등 교차 분야로 진출을 고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국시 거부'나 '집단 사직' 등을 겪은 세대는 임상 외 진로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일부는 수련 자체를 포기하고 필수의료 과목을 기피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개인의 진로 선택을 넘어, 의료 인력 정책의 전환을 촉구하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현장을 지켜보는 선배 의료진들도 우려를 표했다. 수련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의 구조에서 후배들에게 임상 진입을 권유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솔직한 의견들이 들려왔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결국 떠나는 후배를 붙잡을 수 없었다"며 "전문의들이 전문성을 유지한 채 지속 가능하게 의료현장에 머무를 수 있도록 유연한 고용구조와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 구조 자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이선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료정책이 현장에 있지 않은 이들에 의해 불투명하게 결정되면서 의대생들의 진로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의대생과 전공의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정책 제안 과정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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