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제약통상 지형 재편…"美 진출 전략 재설계 시급"

MFN·IRA 복합 압박…韓 제약사, 약가·수익성 이중 리스크 직면
"허가보다 급여·기술보다 계약"…美 Market Access 전략 대전환 촉구
법률 리스크·IP 분쟁·보험자 설득까지…현지 진출 대응 역량 총동원 필요

최인환 기자 (choiih@medipana.com)2025-05-31 05:59

 

[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 통상·약가정책이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조짐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진출 전략 전면 재정비가 시급해지고 있다. MFN(Most Favored Nation) 약가정책의 부활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약가협상제 확대가 병행될 경우, 한국산 의약품은 가격 경쟁력은 물론 시장 진입성 측면에서도 구조적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30일 '미국 제약바이오시장 진출 전략'을 주제로 온라인 웨비나를 열고, 트럼프 2기 정부의 통상·약가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무 전략을 공유했다. 이번 웨비나는 미국 진출 준비 기업 및 BIO USA 2025 참가 기업을 대상으로, 약가 정책 변화, 법률 리스크, 계약 설계 전략 등 입체적 대응 방안을 다뤘다. 단순 수출 전략이나 기술 중심 협상만으로는 더 이상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우며, 보험자 중심의 가치설계, 계약 구조 정교화, 현지 정책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진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현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MFN 정책은 단순한 약가 통제가 아니라, 글로벌 약가 기준선을 미국이 설정하겠다는 정책적 선언"이라며 "저가국에 해당하는 한국은 약가 인하 압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IRA로 인해 CMS의 약가 협상 권한이 강화된 상태에서 MFN까지 병행될 경우, 한국 제약사의 미국 시장 진출은 실질적인 수익 없이 이뤄질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법률적 관점에서는 덴톤스 리의 함병균 변호사가 미국 진출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리스크를 짚었다. 함 변호사는 "미국은 주마다 법률과 규제 체계가 달라 단일한 진출 전략이 통하기 어렵다"며 "현지 법인 설립 시에도 보험청구, 지재권, 세무상 의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동개발 계약이나 기술이전 시 계약 조항 설계가 미흡하면, IP 소유권 분쟁이나 세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라이선싱 협상에서는 기술의 가격뿐 아니라, 사후 귀속 구조와 milestone 조정권 등도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arket Access 측면에서는 Simon-Kucher의 남궁범진 상무가 보험자 중심의 가치설계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미국은 이제 환자나 의사가 아닌 보험자(payer)가 의약품의 급여 및 약가를 결정하는 구조"라며 "FDA 승인 이후 급여 등재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효과가 있는 신약이라도 시장에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이라도 기존 약 대비 비용 절감 효과를 수치로 입증하지 않으면 Formulary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30일 '미국 제약바이오시장 진출 웨비나'에서 발표자들이 화상을 통해 질의응답을 진행 중이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어동규 대웅제약 미국 지사장, 서정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팀 팀장, 이현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산업혁신본부 상무, 안세진 아카디아 대표, 함병균 덴톤스 리 변호사, 남궁범진 Simon-Kucher 상무. 사진='미국 제약바이오시장 진출 웨비나' 캡쳐

아카디아 안세진 대표는 미국 약가 구조 변화가 단기적 이벤트가 아닌 중장기적 구조 재편임을 강조했다. 그는 "IRA로 CMS가 고가약에 대한 가격 통제권을 획득했고, 향후 협상 품목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며 "MFN까지 가세할 경우, 한국은 미국이 참고할 약가 기준국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한국산 신약은 미국에서 기대수익을 확보하지 못하고, 역으로 한국 시장에도 저약가 압박이 확산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동규 대웅제약 미국 지사장은 현지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 전략을 공유했다. 그는 "FDA 허가는 단지 '시작'일 뿐, 보험자 및 유통체계와의 사전 조율이 없으면 판매는 불가능하다"며 "Market Access 전략, KOL(Key Opinion Leader) 네트워크, PBM 유통망 구축이 진입 조건"이라고 밝혔다. 또 "본사와 독립된 의사결정이 가능한 현지 법인의 중요성과 보험자 중심 마케팅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바탕으로 대웅제약은 미국 시장 안착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실무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MFN 도입 시 구체적인 가격 산정 방식에 대한 질문에는 "심평원 고시가격 등 공개된 약가 자료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국내외 약가 모두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이현우 상무는 답했다. 남궁범진 상무는 "미국 보험자에게 신약의 가치를 설명할 때 경제성 지표 확보가 없다면 Formulary 등재조차 어렵다"며 Market Access 전략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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