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양재 엘타워 골드홀에서는 삼오제약(대표 오성석), SPI, Thermo Fisher, Nippon Fine Chemical 공동주최, 한국산업약사회(회장 오성석) 후원으로 '차세대 약물전달 시스템(DDS, Drug Delivery System)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오후세션에서 글로벌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써모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의 기술 및 과학 담당 총괄을 맡고 있는 아닐 카네(Anil Kane) 박사는 ▲펩타이드, 단백질 및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의 경구 전달(Oral Delivery of Peptides, Proteins and Oligonucleotides) ▲한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확장 기회(Opportunities for companies in Korea for global market expansion) ▲획기적인 치료법 지정, 패스트트랙 승인 - CMC 개발, 트렌드 및 경험에 미치는 영향(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 fast track approval – Impact on CMC development, trends, and experience) 등 3가지 주제를 연이어 발표했다.
◆ 펩타이드 경구 제형 개발, 낮은 생체이용률 극복이 중요
카네 박사는 여러 분석기관의 보고서들을 종합해보면 2030년까지 펩타이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11~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는 펩타이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라는 방증이다.
특히 당뇨·비만 치료를 위한 GLP-1 기반 펩타이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암, 신경질환, 염증성 질환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대한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최근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 기업들은 경구 및 주사제 형태의 펩타이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5년간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세마글루티드)'와 말단비대증 치료제 '마이캅사(옥트레오타이드)' 등이 경구 제형으로 승인을 받은 사례는 경구 제형 펩타이드에 대한 가능성과 관심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경구 제형 개발은 주사제에 비해 생산비용이 훨씬 낮고, 환자 입장에서도 복용 및 투약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장점을 가진다.
다만 경구 제형 펩타이드 개발에서의 난관은 생체이용률이 낮다는 것이다. 주사제는 보통 80~85%의 생체이용률을 보이지만 경구 제형은 수%에 불과하다.
특히 저분자 약물 대비 펩타이드는 고분자이기 때문에 흡수율이 대부분 0.5~1.2% 정도다. 이처럼 낮은 흡수율에도 불구하고 임상적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에 경구전달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 조건은 분자량이 5000 Da 이하이고, 긴 반감기를 가지며, 높은 효력을 가져야 한다.
또한 제약사들은 낮은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투과 촉진제를 활용해 펩타이드가 장 점막을 통과하도록 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투과 촉진제는 약 250개 이상이 시도되고 있으며, 장기간 복용에 따른 안전성 검토가 필수적이다.
다만 위산에 의한 분해, 그리고 트립신, 키모트립신, 펩티다아제 등 장내 효소들이 펩타이드를 분해시키기 때문에 흡수부위를 잘 선정해 충분한 농도의 약물이 흡수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펩타이드·단백질·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경구 제형으로 개발할 때는 먼저 물질 특성 분석(characterization)과 전제형 연구(pre-formulation)가 필요하다.
또한 펩타이드는 고온이나 압력, 전단력(shear)에 민감해 쉽게 변성되거나 비활성화될 수 있는데, 정제화 단계에서 단백질 활성 유지 여부를 철저히 평가해야 하고, 습기 흡수성(hygroscopicity)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환경조건 관리가 필수적이다.
펩타이드 경구제 개발 시 사용할 수 있는 주요 전략은 ▲ 장용 코팅(enteric coating) ▲점막부착형 제형(mucoadhesive tablet) ▲장내 부착형 제형 (intestinal adhesive tablet) ▲지질 기반 전달 시스템 (lipid-based delivery) ▲pH 조절 마이크로환경 형성 등이다.
또한, 경구 펩타이드 제품은 일반 저분자약과 달리 ▲순도, 단백질 활성도 유지 확인 ▲내용 균일성 ▲용출 시험 등 품질검사(QC) 항목이 필요하다.
◆ 한국 제약산업 라이선스 딜 통한 시장 진출 모색… CDMO 중요성 ↑
카네 박사는 한국의 제약산업 트렌드를 살펴보고, 어떤 요소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이 각국의 제약 R&D 엔진을 분석해 신약개발 분야에서의 순위를 확인한 결과, 한국은 최근 3년간 1300개 이상의 신약 후보를 발견해 전 세계 신약 개발의 10%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 중국 다음 순위로, 영국, 스위스, 일본 등 기존의 강국들을 앞서는 성과다.
그러면서 카네 박사는 한국이 신약개발 측면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좋은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많은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해 신약개발과 산업성장의 기반을 만들었다. 정부가 2027년까지 2개의 블록버스터 신약개발과 글로벌 톱3 제약사 육성 및 수출을 목표로 삼아 여러 지원과 자금 투입이 이뤄지고 있으며, 임상시험 분야에서도 글로벌 선두주자로 도약하고 있다.
카네 박사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의 지원과 확장정책,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등의 요인에 따라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라이선스 딜'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 및 포트폴리오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중국 제약산업이 기존의 제네릭 중심에서 벗어나 신약개발과 라이선스 계약을 진행한 후 더 많은 연구개발에 투자한 사례를 언급하며, 라이선스 기회와 계약이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중요한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즈니스 측면의 가치 창출을 위한 중요 항목으로 ▲R&D 투자 규모 ▲임상 데이터 ▲CMC(Chemistry, Manufacturing, Control) 자료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한 종합 평가가 라이선스 딜을 성공시키는 열쇠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CDMO(위탁개발생산)의 역할도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약개발의 절반 이상이 외주화 되고 있는 추세로, 글로벌 규제기관 승인 경험이 있는 CDMO 기업이 제약산업의 발전에 필요하다고 했다.
◆ 신약개발 속도전의 승부수, BTD 주목
카네 박사는 글로벌 신약개발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 FDA의 '혁신 치료제 지정(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 이하 BTD)'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TD는 미국 FDA가 2012년 도입한 제도로, 중증·생명위협 질환 치료제 중 임상적 개선 가능성이 확인된 신약에 대해 개발·승인 절차를 대폭 단축해 준다. 유럽 EMA의 PRIME, 일본 PMDA의 유사 제도까지 가세하며 글로벌 규제 공조도 확대되고 있다.
BTD 신청은 2상 종료 전까지 가능하며, FDA는 60일 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승인 시 FDA와의 빈번한 사전 협의를 통해 개발 초기부터 전략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수 있고, 심사 기간도 기존 10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된다는 장점을 가진다. 실제 BTD 치료제의 33%가 최종 승인까지 이르는 등 성공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속한 승인을 위한 큰 과제가 있다면 CMC에 대한 준비다. 대부분 BTD는 2상 데이터로 바로 허가 신청에 돌입하기 때문에 공정 확립, 분석법 밸리데이션, 안정성 데이터 확보가 초기부터 준비돼야 한다.
카네 박사는 BTD 성공의 핵심은 단일 CDMO 파트너 확보에 달려 있다면서, 개발 초기부터 상업화까지 일괄 수행할 수 있는 CDMO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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