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인생 절반을 보건복지부에 헌신해온 이기일(李基日, 행시 37회) 전 제1차관이 이스란 신임 제1차관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지난 27일을 끝으로 복지부를 떠났다. 그는 지난 32년을 돌아보며, 그동안 함께 해온 부처 동료와 직원들을 비롯해 국민·의료계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이기일 전 1차관은 이임식을 이틀 앞둔 25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복지부를 떠나기에 앞서 소회와 당부, 향후 계획 등을 전했다.
이기일 전 1차관은 1965년생으로, 1992년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1993년 행정고시 37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 보육정책과장을 시작으로 2011년 대통령실장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2014년 보건복지부에 복귀해 보육정책관, 대변인, 보건의료정책관, 보건의료정책실장, 제2차관, 제1차관을 차례대로 역임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중대본 제1통제관과 중수본 총괄책임관도 지냈다.
특히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보건의료정책 중책을 맡아 국내 의료 발전에 기여해왔으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도 수년간 힘써온 '보건통'이다. 대변인을 역임했을 만큼 원만한 대인관계와 뛰어난 소통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기일 전 1차관은 "6년 넘게 보건의료정책을 맡았는데, 가장 뜻 깊었던 것은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민 생명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2022년도 5월 2일에 실외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된 것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코로나 변이 때에 맞춰 백신 공급되기도 했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치명률을 보인 점도 뜻 깊다.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 뿐"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3가지에 감사한다. 첫 번째는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참여해준 국민과 소상공인분들, 두 번째는 중환자 치료, 선별진료, 재택치료 등에 적극 지원해주신 의료인분들, 세 번째로 부처와 지자체 여러 공무원들에게 가장 신세진 것 같다. 정말 고마웠던 분들"이라고 언급했다.
그 중에서도 복지부 직원들을 향해서는 "정말 고생 많았다. 메르스 사태, 세월호 사태, 코로나19 사태까지 정말 훌륭하게 대처해왔다. 복지부로 오는 직원 중에는 어려운 국민들을 돕겠다는 경우가 많다. 어렵고 힘든 때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아지는 때가 있다. 코로나19 때도 계속 얘기했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직원들에게 항상 얘기하는 말이 있다.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과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현장도 많이 가보고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 또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만큼, 사람을 얻고자 하는 진정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같은 당부를 증명하듯, 이기일 전 1차관은 이날 만남에서도 펼치면 60cm 가량에 달하는 기다란 명함을 들고 나왔다. 첫 장에는 이름이 달려 있었지만, 그 다음 장부터는 그가 최근까지 진두지휘한 연금을 비롯한 정책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가 좌우명으로 삼는 '정성'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는 '우리 직원들이 만든 정책을 소상히 설명하고 알려야 한다'고 했다.
이기일 전 1차관은 "같이 일해 준, 동고동락한 직원들과 공직자로 일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매일 보던 직원들을 못 볼 생각을 하니 안타깝다"면서 "차관 입장에서 보자면, 조직이 조금 더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복지부 일이 다른 부처와 비교하더라도 정말 많다. 직원들이 좀 더 행복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뿌듯함 이면에 있는 아쉬움도 털어놨다.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의한일원화, 병량총량제 등은 그가 의지를 갖고 완성 단계까지 끌고 갔던 정책이지만, 최종 문턱을 넘어서진 못했다.
이기일 전 1차관은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의한일원화를 끝내 이루지 못한 게 무척 아쉽다. 마지막까지 갔다가 결국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책은 70% 정도 합의가 이뤄지면 우선 추진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0%가 만족하고 합의하는 것은 참 힘들다. 70% 합의가 미비해보일 수 있지만, 현장 수용성이 있다고 한다면 출발이라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이라는 것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회고했다.
최근 갈등과 관해서는 "의료계와 정부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환자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목적이 똑같다. 코로나19라는 어렵고 힘든 위기에서도 하나가 돼서 극복한 경험이 있다. 정말 감사한 부분"이라며 "앞으로도 대화와 소통을 통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꼭 의대생과 전공의는 학교와 현장에 돌아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제 몸담았던 복지부를 떠나 잠시 충전을 위한 시간을 가진 후 인생 제2막을 찾을 계획이다.
이기일 전 1차관은 "우선 그만두면 충전할 기회를 갖고자 한다. 여행도 다니고, 조금 설레는 마음도 있다"면서 "이제 세금받는 사람이 아니라 세금 내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제 나이에 0.7을 곱하면 42다. 앞으로 30년은 더 일할 계획이다. 공직은 짧고 인생은 길다"고 말했다.
일본행도 고려 중이다. 그는 "지난해 7월 그만둘 거라 생각했는데 유임이 됐다. 당시 제가 일본에 한 대학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얘기해놓은 것이 있었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15년 정도 빠르기 때문에, 15년 뒤 모습을 보려면 일본을 보면 된다. 전에 얘기해둔 것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설레는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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