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주주 충실의무와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상법 개편 움직임에 따른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과 밑작업이 활발한 것으로 확인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담긴 '이사진의 충실 의무 대상에 회사와 주주를 동시에 포함한다'는 내용을 놓고 일부 업체 사이에서 긴밀한 대응이 확인되고 있다.
한 제약사 대표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몇몇 업체에서 이번 상법 개정안이 정부를 통해 공포되기 전에 경영권 안정화 차원으로 자기주식을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제약업계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동일한 상황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그간 산업 전반에서 논란이 됐던 자기주식 활용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전까지 자기주식은 최대주주를 비롯해 경영진 결정에 따라 제3자 매각, 스톡옵션, 인수합병, 재무구조 개선, 경영권 방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돼왔다. 본래 자기주식은 취득과 소각을 통해 주주에게 기업 이익을 환원하는 방안으로 손꼽히지만, 이처럼 소각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주주환원이라는 본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지난해 12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에 따라 인적분할 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배정을 제한하는 조치가 취해진 것도 자기주식이 본래 주주환원 목적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란에서 비롯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상법 개정으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시행·적용되면, 기업으로선 자기주식을 이전처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영 안정화와 지속성 확보를 위한 조치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주주 이익에 목적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소송도 피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제약사 대표는 "자기주식을 주주 입맛에 맞춰서 소각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이번 상법 개정안에 담긴 충실의무에 근거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직설적으로 보자면 경영상 필요성 또는 불리한 상황을 고려해 자기주식을 활용하는 것이 막히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경영권이나 회사 지배력이 낮은 기업일수록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도 문제다. 이론적으로 자기주식 소각은 주가 상승 요인인데, 충실의무 결과로 주가가 높아지면 그만큼 주식 증여를 통한 경영승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상법 개정안이 공포되기 전에 산업 전반에서 자기주식과 관련해 활발한 대응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8일 국무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해 공포할 것으로 알려진다. 상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원안에서는 즉시 시행이었지만, 여야 협상 과정에서 적응 필요성을 고려해 변경됐다. 다만 이사진 충실의무는 공포 즉시 적용된다.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도 관건이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금융권 등에서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도 곧바로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을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까지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상장사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환원을 제도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 만큼, 시행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처럼 충실의무 뿐만 아니라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까지 본격 예고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18일 국무회의에 앞서 자기주식을 경영 안정화에 활용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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