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응급실, AI로 의료진-보호자 대화 장벽 허물기 시도된다

삼성서울병원 손명희 교수 "의료진-보호자 소통 돕는 커뮤니케이션 에이전트 개발 중"
"의료진과 보호자 언어 달라"…현장 중심 설계로 개발 박차
"EMR 연동 아닌 대화 데이터 학습해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7-24 12:48

삼성서울병원의 손명희 교수가  '소아 응급의료에서 의료 AI 적용 사례 및 도전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소아 응급실에서 의료진과 보호자 간 대화를 도와 의료서비스를 향상시키는 인공지능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에이전트 개발이 주목된다. 서로 다른 언어와 감정을 가진 이들의 대화를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양방향 AI 커뮤니케이션 에이전트를 통해 진료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의료 서비스를 보다 인간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손명희 교수는 23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열린 2025년 1차 원탁회의에 나와 '소아 응급의료에서 의료 AI 적용 사례 및 도전 과제' 발제를 통해 이 같은 과제 수행 과정을 공유했다.

손명희 교수는 "의정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사직 이후 의료공백으로 환자 입장에서는 진료를 충분히 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하고, 의사들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상황에 업무 부담이 있었다"며 "이러한 소아응급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도입하면 될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또 "소아 응급실에 오는 모든 환자들은 본인들이 제일 급한 환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사들은 한정된 인원이 효율적으로 환자를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를 분류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래서 트리아지(triage, 응급환자분류)만 할 뿐, 왜 그렇게 트리아지가 되고, 이로 인해 환자가 조금 더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설명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며 손명희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AI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보호자와 의료진 간의 소통을 중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에이전트'가 중요하다고 보고 시중 솔루션을 검토했으나, 적절한 모델을 찾지 못해 결국 자체 개발에 나섰다.

개발에 앞서 그는 소아 응급실 현장을 직접 관찰하며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떤 대화를 기반으로 AI를 학습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더불어 주관적인 시각을 보완하기 위해 제3자의 도움을 받아 객관적인 시선으로도 현장을 분석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손 교수는 중요한 차이를 발견했다. 의료진과 보호자 간에 사용하는 언어의 결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손 교수는 "소아응급실을 찾는 어머니들이 원하는 AI 에이전트와 의사 및 간호사가 원하는 에이전트가 달랐다. 환자·보호자는 화난다, 슬프다, 놀랍고 속상하다, 감사하다 등 감정적인 문장들이 인터뷰에 들어가 있었다. 반면 의료진 인터뷰에는 감정적인 것은 거의 없었다"고 짚었다. 

이러한 차이를 인식한 손 교수는 하나의 AI로 모든 사용자와 동일하게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와 의료진 각각에 맞춰 다른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양방향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받아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쳤지만 아직 해당 에이전트는 출시되지 않은 상태다.

출시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손 교수는 "소아응급은 너무 잘 아는 영역이다 보니 제 기준에 맞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며 "계속해서 더 발전시키고 진정 마음에 드는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제가 원하는 커뮤니케이션용 AI는 단순히 EMR(전자의무기록)과 연동되는 수준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며 "의무기록에는 환자와 의사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실제 소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학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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