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교육부가 의대생 복귀를 공식 수용하면서, 갈등은 오히려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복귀는 결정됐지만 형평성 논란과 교육 부담, 내부 균열, 제도적 공백 등 복잡한 쟁점들이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다.
교육부는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의 제안을 받아들여, 유급 또는 제적 대상자도 2학기부터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본과 4학년의 8월 졸업, 의사 국가시험 추가 시행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5일 발표된 '의대생 복귀 및 교육에 대한 정부 입장'에서 교육부는 "각 대학의 자율성과 책임성 하에 학사 운영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사실상 복귀 수용 방침을 확정했다. 학칙을 변경해 1학기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도 2학기부터 복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집중 수업·계절학기를 통해 부족한 학점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유급은 학칙상 유지되지만 제적은 하지 않겠다는 점에서 실질적 불이익 없이 대부분 복귀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 본과 4학년은 내년 8월, 본과 3학년은 2027년 2월 또는 8월 졸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교육부는 국시 추가 시행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예외적 조치가 반복될 경우 일회성 구제가 관행처럼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시가 상황에 따라 열리는 '임시 시험'처럼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본과 3·4학년 일부 학생들이 8월 졸업을 앞두고 있어 기존 국시 일정과 충돌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통상 국시는 매년 9~11월 실기, 이듬해 1월 필기로 나뉘어 시행되는데 8월 졸업자는 원칙상 응시 자격이 없다. 이대로라면 이들은 내후년에야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셈이어서,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추가 시험 일정을 논의 중이다.
사실 이번 논의는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2020년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국시를 거부한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2021년 이례적으로 상·하반기 두 차례 실기시험을 시행한 바 있다. 당시에도 형평성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는 "국민 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었다.
의료계는 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의대 졸업자 또는 6개월 이내 졸업 예정자'에게 주어진다는 점에서, 내년 3~5월 사이 실기시험이 한 차례 추가 시행되고 이어 필기시험이 치러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편, '의대생 복귀에 특례를 주지 말라'는 취지의 국민동의청원은 열흘 만에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으며 국회 회부 요건을 충족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복귀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 선배 의사들은 "긴 시간 고생한 의대생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학생들이 제자리로 돌아와 훌륭한 의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격려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복귀한 학생들의 자유의지와 자긍심을 존중해야 한다"며 교수진의 신뢰 회복 노력과 상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과정 운영은 각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하며, 40개 의대의 여건은 천차만별"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반면 본과 4학년의 8월 졸업, 이른바 '코스모스 졸업'에 대해서는 혼란만 가중시키고 교육의 질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와 서울특별시의사회는 "2026년 2월 졸업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며 "8월 졸업은 의료 공백 최소화라는 대원칙에도 맞지 않고, 교육과 수련 연속성 모두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복귀생과 기존 복귀자 간의 형평성 문제도 새로운 갈등 요소다. 앞서 복귀했던 일부 학생들은 "강경파 학생들과 같은 일정으로 수업을 듣고 같은 졸업 혜택을 누리는 건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부 복귀생을 둘러싼 '감귤' 비하 논란, 따돌림 우려도 제기되면서 대학들은 서약서를 통해 "학습권 침해 및 부당한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명시하기도 했다.
교육 현장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각 대학은 계절학기, 주말 강의, 온라인 수업 등을 동원해 압축 교육을 준비 중이다. 1년 과정을 반기에 몰아넣는 행정 편의주의가 교육의 내실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수진 사이에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수업 일정을 조정하고 기존 재학생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는 작업까지 겹치며 학사 운영의 복잡도는 급증하고 있고, 필요한 재정과 행정 부담은 전적으로 대학과 교수진에 떠넘겨지고 있다. 복귀 이후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성장시킬지는 결국 정부가 아닌 교육 현장의 몫으로 남는다.
무엇보다 이번 정부 발표에는 사과나 재발 방지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비판의 핵심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환자·소비자 단체들은 의대생에 대한 과도한 특혜나 무비판적 수용 분위기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은 향후 동일한 방식의 집단행동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들은 "복귀가 과거의 반복이 되지 않도록 반드시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환자기본법·피해보상법·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등 입법 조치를 촉구했다.
복귀는 현실이 됐다. 그러나 그것이 곧 '정상화'를 의미하진 않는다. 교육의 질, 시험의 공정성, 정책의 일관성, 그리고 국민 신뢰라는 네 가지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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