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계약제도, 대등성·투명성 결여‥"중재기구·범위 확대 절실"

보험자 중심 구조·불투명한 협상, 제도 본래 취지 훼손
해외는 대등한 협상·독립 중재·포괄계약·다년계약으로 안정성 확보
의료정책연구원 "협상구조 개선·범위 확대·투명성 강화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8-14 11:1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우리나라 수가계약제도가 2001년 도입 이후 '보험자와 공급자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협상을 통해 의료수가를 결정한다'는 본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조적 한계와 대등성 부족, 협상 범위의 협소함, 불투명한 절차 등으로 제도 신뢰가 약화돼 협상 구조·범위·절차 전반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의료정책연구원의 '외국의 수가계약제도 사례 연구'에 따르면, 현재 제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협상 주도권을 갖고 재정운영위원회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결정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공급자인 의료계의 협상력과 계약 당사자 권한이 제한되며, 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이 환산지수를 일방적으로 결정·고시한다.

가입자 중심 구성과 정부 영향력이 큰 구조는 공급자와 보험자 간 협상력을 불균형하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해외 주요국은 협상 당사자가 대등하게 참여하는 기구를 운영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의 Medical Services Commission(MSC)은 정부, 의사회, 공익 대표가 각각 3명씩 동수로 참여해 수가를 결정하며, 공익 대표는 의사회와 정부가 공동으로 지명한다.

독일 연방공동위원회(G-BA)는 보험자, 의사, 병원, 치과의사, 중립적 의장·위원으로 구성돼 있고, 프랑스는 보험자연합과 4개 의사조합이 동등하게 협상하며 의사조합 과반 찬성으로 협상안을 확정한다. 일본 중의협 역시 공급자·지불자·공익위원의 3자 구성을 원칙으로, 공급자와 지불자 각 7명, 공익위원 6명이 균형 있게 참여한다.

협상 결렬 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중재·조정제도도 특징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2017년부터 Binding Arbitration Framework(BAF)를 도입해 수가 협상과 분쟁을 해결한다. 중재위원 3명은 양측이 신뢰하는 독립·공정 전문가로 선정되며, 결정에는 법적 구속력이 있다.

독일은 보험자협회와 의사협회 간 협상이 결렬되면 G-BA의 중립적 의장과 다자구성 위원회가 조정·중재를 맡고, 일본 중의협은 합의가 어려울 경우 공익위원의 중재와 다수결로 결정을 내린다.

의사회가 권고안을 먼저 마련해 협상 기구가 이를 검토·승인하는 구조도 공통적이다. 캐나다 BC주는 의사회 산하 수가위원회(Tariff Committee)가 기본 권고안을 만들고, MSC가 이를 승인하거나 수정한다. 정부 측 인사 3명은 투표권 없이 회의에 참여해 논의 효율성과 행정 간소화를 돕는다. 프랑스에서도 의사조합이 공식 협상안을 제출하며, 이는 협상의 출발점이자 정부 최종 승인 대상이 된다.

계약 범위도 단순 수가를 넘어선다. 캐나다 BC주의 Physician Master Agreement(PMA)는 의료수가와 보상 체계, 의사 인력 배치, 질 관리, 정책 협력 등을 포괄하며 지불보상 방식, 지역 불균형 해소, 질 지표, 근무환경 개선, 분쟁 해결 메커니즘까지 포함한다. 독일 G-BA도 의료서비스 질 관리, 비용 효율성, 대상 환자군 정의, 품질 보장 요건, 기존 치료법과의 비교, 추가 이점 평가, 참조가격제도 적용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협상한다.

이들 국가는 협상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년 계약으로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캐나다는 3~4년, 프랑스는 5년, 일본은 2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다.

연구원은 개선 방안으로 ▲공급자-보험자 대등 지위 보장과 공익위원 중립성 강화 ▲수가계약 범위 확대 ▲협상 결렬 시 독립·중립 중재기구 설치 ▲협상 과정·자료·결과의 투명성 확보를 제안했다.

공급자가 계약 당사자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보완하고, 양측이 자료 요청권을 동등하게 가지며, 협상 근거와 재정추가분(밴드) 결정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환산지수 외에도 상대가치점수표, 약제·치료재료 가격, 주요 정책 변경 사항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하며 3~5년 단위의 다년계약제를 도입해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수가계약제도의 본래 취지인 보험자와 공급자 간 합리적이고 공정한 계약, 의료서비스 질 향상, 국민 의료비 부담의 적정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며 "협상 구조의 대등성, 중재기구 도입, 계약범위 확대, 투명성 강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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