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아닌 '비만병'…인식 개선과 치료 환경 변화 필요"

비만병, 지방세포 기능 장애+호르몬과 신경학적 조절 이상 상태
식이요법+운동만으로는 체중감량 상태 지속 유지 어려워
생활습관 개선 기반 다진 후 개인별 맞춤 처방 있어야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9-03 13:30

최성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사진=조해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비만은 단순한 현상이 아닌 '병(Disease)'이라는 개념으로 다뤄야 한다." 

최성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2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한국릴리가 개최한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국내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첫번째 발제를 맡아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비만병의 유병률은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비만이라고 하는 것이 게으르고, 음식을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하는 어떤 생활 습관에 관련된 것으로 인지하고 있는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라면서 "비만이 '질환'이라는 것에 대한 낮은 인식과 치료 장벽으로 인해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비만병에 대한 인식 개선과 치료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비만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의 38.4%가 '비만병'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이는 2013년 전체 비만병 유병률 30.6% 대비 10년 사이 유병률이 약 7.8%p 늘어난 수치다. 특히 젊은 층의 남성 환자들의 비만병 유병률은 49.6%, 여성들은 27.7%로, 남성 성인 비만병 환자의 비율이 더 크게 증가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모든 단계의 비만병 유병률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2013년 대비 2022년 BMI가 30 이상인 2단계 비만병 유병률은 1.6배, BMI 35 이상인 비만병 유병률은 2.6배로 증가했다. 

최 교수는 "비만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알아보면, 만성질환에  사망률을 올린다는 인식은 87%가 인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63%는 비만을 식사량과 운동을 조절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면서 "비만병을 인지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인식하는 분들은 38% 수준에 그쳤다"고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비만병 발표 자료. 사진=조해진 기자
또한 비만병 치료를 적극 권장하기 어려운 현실적 이유는 ▲비만치료제 비용이 비싸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큼 ▲비만진료 위한 시간 부족 ▲영양 및 운동 상담에 대한 교육수가 없음 등이 주요 요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2022년 기준 과체중·비만으로 정의할 수 있는 환자군은 25억명으로, 이 중 8억9000만명 정도가 비만병에 들어간 환자로 팬데믹과 같은 상황"이라며 "환자 BMI가 27.5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기대 여명이 2년 가까이 줄고, BMI가 30이 넘어가게 되면 4년 가까이 기대 여명이 줄어들기 때문에, 비만은 삶의 길이를 줓이는 역할을 하는 '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 교수는 "비만을 병이라고 이야기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실질적으로 몸에 지방 세포들이 쌓이게 돼 과도한 지방 상태에 도달하면 간, 심장 등의 조직에 '이소성 지방(Ectopic Fat)'이 늘어난다"며 "이소성 지방은 조직의 이상기능들을 일으키게 되고, 이 이상기능들 때문에 여러가지 장기에 문제가 발병한다. 실질적으로 이소성 지방과 장기들의 문제가 일어나는 상황이 겹치게 되기 때문에 비만을 병이라고 진단하는 것에 대해 관련 학회에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비만병은 유전적인 요인(Genetic)도 있지만 ▲후성유전학적 요인(Epigenetics) ▲환경적 요인(Encironment) ▲사회경제적 지위(Sociocultural) ▲행동적 요인(Behavioral) ▲생리적 요인(Physiological)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만병과 연관해 식욕조절이 많이 언급되는데, 식습관이 일부 영향을 주긴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뇌의 신경학적 조절, 호르몬 체계가 문제라고 언급했다. 즉, 비만병은 지방세포의 기능 장애와 뇌-장-지방조직이 분비하는 호르몬과 신경학적 조절 이상이 얽혀 생기는 복잡한 질환으로, 단순히 개인 의지 문제로만 볼 수 없고 다학제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비만병 발표 자료. 사진=조해진 기자
일명 '요요'라는 리바운드 현상이 나타나는 것 또한 삶의 패턴이 잘 유지되지 않아서도 있지만, 우리 몸이 생물학적 적응으로 기존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프로세스가 작용하는 원인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가 몸무게를 줄이더라도 식사나 운동 같은 조치로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며, 비만병 환자에게는 적극적인 수술이나 약물과 같은 개입이 들어가 환자들이 더 오래 체중감량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단순히 식사와 운동만으로 체중 감량 및 유지하는 것과 어떠한 개입이 들어가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줬을 때 체중 감량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러한 비만병 환자들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관련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근거들은 이미 잘 나와있다"며 "실질적인 인식이 되지 않아 적절한 치료 및 관리가 늦어지는 것이다. 비만병에 대한 인식이 잡혀, 빨리 알게 되면 이런 상황들을 합병증으로 진행하기 전에 조치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저널 '란셋'을 통해 전 세계 비만 전문가들이 더이상 BMI로만 비만병을 평가하지 말자는 의견을 개진한 것을 인용하며, 단순히 키와 몸무게만으로 사람의 비만 상태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생겼는가, 관절염이나 수면 무호흡증이 심한가 등 동반질환 정도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한비만학회에서도 이러한 개념들을 보완하면서 비만병에 대한 진단 기준을 보완해 한국의 데이터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비만병은 지방세포 기능 이상을 포함해 여러 대사, 임상적 문제를 동시에 갖기 때문에, BMI뿐만 아니라 여러 동반질환을 함께 봐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일본의 경우 약물치료를 시작하기 전 적극적인 영양 치료를 6개월 이상 진행한 후 생활이 습관화가 되면 약물치료를 병요하고 있다. 최근 비만병 관련 가이드라인은 환자 개별적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영양과 운동에 관련된 프로그램으로 기본 토대를 마련한 뒤 약물 처방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만을 '비만병'으로 부르게 되면 생활습관 개선을 체념하고 약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의견이 현장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좋은 의견이다. 비만을 비만병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제시한 것은 아직까지도 생활습관에 대한 것, 미용적인 부분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크기 때문에 질환으로서의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생활습관 역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관련 교육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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