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약사의 '포괄적 약물 관리' 20여년…보건의료 효율성 향상"

7일 대한약사회관서 '2025 PHCCC 정기학술대회' 열려
토드 소렌슨 교수, 미국 '포괄적 약물 관리(CMM)' 소개 
약물 전문가로서의 약사 역할 중요성 강조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9-08 05:56

'2025년 PHCCC 정기학술대회' 토드 소렌슨 미네소타 약대 교수 온라인 강연. 사진=조해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미국에서는 '포괄적 약물 관리(Comprehensive Medication Management, CMM)'가 약사들의 필수적인 역할로 자리잡았다. CMM은 환자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보건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며, 의료비용을 줄이는 핵심 전략이다." 

토드 D 소렌슨(Todd D. Sorensen) 미네소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7일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관 4층 강당에서 열린 '2025년 한국약사커뮤니케이션과커뮤니티케어학회(PHCCC) 정기학술대회'에 연자로 참여해 '지역 약사의 CMM 도입 지원(Supporting Adoption of CMM by Community Pharmacists)'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소렌슨 교수는 "미국에서 지역 약사들이 CMM을 도입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CMM은 미국에서 약사들에게 필수적인 역할이며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CMM 실행에서의 세 가지 핵심 요소로 ▲전문가로서의 실무 철학(philosophy of practice) ▲약사가 직접 수행하는 환자 진료 과정(patient care process) ▲이를 뒷받침하는 실무 관리 체계(practice management system) 등을 언급했다.

소렌슨 교수는 "약사가 환자를 평가하는 것은 다른 의료 전문가들이 환자의 문제를 파악할 때 따르는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정보를 평가하고, 약물 치료 문제 목록을 작성하는 구체적이 과정이 있다는 것이 다르다. 이는 약사 고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약사가 환자의 전반적인 상황을 평가해 약물 치료의 적절성·효과성·안전성·복용 편의성을 판단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약료의 핵심"이라며 "약사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의사, 간호사 등 환자 치료 팀 전체와 협력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약사는 팀 내에서 약물 전문가로서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2025년 PHCCC 정기학술대회' 토드 소렌슨 미네소타 약대 교수 강연 현장. 사진=조해진 기자
소렌슨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환자가 진료실에 오면 약사는 먼저 환자가 복용하는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한 모든 약물 정보를 수집하고, 환자의 질환 상태, 검사 결과, 치료 목표 등을 함께 고려해 약물의 적절성을 평가한다. 

만약 약물이 효과적이지 않다면, 용량이 부족한 것인지, 약물 상호작용 때문인지, 환자가 복용을 잘 따르지 못해서인지 등 이유를 찾아야 하고, 약물 안전성 문제와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고려해 약물의 간소화 및 대체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임상 현장에서의 CMM 과정이다. 

소렌슨 교수는 "이 모든 과정은 환자의 목표와 선호를 반영해 '환자 중심'으로 이뤄지며, 환자의 목표 달성까지 반복적,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서 "환자의 상태는 시간이 지나며 변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환자를 재평가하고 치료 계획을 수정하며 추적 관리함으로써 약물 치료는 일회성 서비스가 아닌 지속적 관리 서비스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지역 약사사회에서 CMM이 확산된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로 '만성질환 환자 증가와 의료비용 문제'를 꼽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물 관련 문제가 흔히 발생하고, 이는 의료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CMM은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목받았다. CMM을 시행한 환자 집단에서 의료비용이 줄어들고, 입원율과 응급실 방문 횟수가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옴으로써, 환자 개인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소렌슨 교수는 "미국의 보험사와 보건 프로그램은 점차 CMM을 보상체계에 포함시키는 중이다. 약사가 CMM 서비스를 제공하면 일정한 비용을 지급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는 약사들에게도 중요한 동기부여가 됐다.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약사들이 적극적으로 CMM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모든 주에서 동일하게 보상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일부 지역에서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렌슨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CMM은 점차 확산하는 추세라고 했다. 특히 팀 기반 진료(Team-Based Care)가 강조되는 환경에서 약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네소타주에서 운영 중인 '건강 협력 모델(Health Care Home model)'에서는 환자가 치료 목표 설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료진과 약사가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을 마련한다. 

미국 내 여러 지역에서 진행된 '약국 기반 CMM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지역 약국에서 직접 CMM을 제공해 환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약국에서 CMM을 제공한 경우 접근성을 높이고 조기 개입이 가능해져 더 많은 환자가 혈압·혈당을 조절했고, 불필요한 약물 사용도 줄었다. 
'2025년 PHCCC 정기학술대회' 토드 소렌슨 미네소타 약대 교수 강연 현장. 사진=조해진 기자
토드 소렌슨 교수는 "약사가 환자의 삶에 깊이 개입해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이 직업의 가치를 다시금 실감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약사 교육과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약사들이 대학시절부터 CMM과 관련된 실습과 교육을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졸업 후에도 자연스럽게 CMM 실무에 적응할 수 있고, 미국에서의 CMM 확산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소렌슨 교수는 "CMM의 또 다른 핵심은 다학제 협력이다. 의사는 질환 진단과 치료 방향을 제시하고, 약사는 약물 관리 전문가로서 개입하며,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러한 협력 속에서 환자는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0여년간 이를 발전시켜왔고, 현재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한국에서 CMM 실행이 어려운 상황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소렌슨 교수는 "CMM 실행의 첫번째 장벽은 항상 보상 문제"라고 공감하며 "명확한 보상 메커니즘이 없으면 약사들은 자원 투입을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약사들이 CMM을 수행할 준비가 됐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문성 개발과 교육이 매우 중요하며, 의사와 간호사가 약사의 역할을 지지하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하면 지속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역 약국이 CMM을 시작한 후 효율적으로 운영되기까지 최소 6개월, 일상 업무의 일부로 자리잡기까지는 1년쯤 걸린다면서, 소규모의 일부 환자로 CMM을 시작해 자신감을 쌓은 뒤 시스템을 확대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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