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지방의료원 악순환 지목‥'국가 책임'에 초점

병상가동률 60% 미만·적자 1600억‥투자 부진·인력 유출 악순환
복지부 인력·시설 지원에도 효과 불분명‥지자체 재정 편차 심화
공공병원 설립·예타 면제 논란‥국감서 중앙정부 책임론 도마 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9-12 11:3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방의료원을 둘러싼 구조적 위기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인력 유출과 재정 적자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국가가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여부를 올해 국정감사의 핵심 이슈로 끌어올린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 : 51개의 결정적 질문'에 따르면,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2025)'에서 지방의료원은 시·도 단위 진료권을 기반으로 지역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지역책임의료기관' 역할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작은 규모, 열악한 시설과 장비, 의료인력 부족, 재정 한계 등 복합적인 문제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면서 투자 부진·인력 유출·재정 악화라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

실제 병상가동률은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35개 지방의료원 중 절반 이상이 60%에도 못 미쳤으며, 의사 정원 279명 대비 현원은 189명에 그쳐 인력난이 심각하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적자도 줄지 않고 있다. 2023년 기준 대부분의 의료원이 최소 10억원에서 최대 15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35개 의료원의 총 적자 규모는 1600억원에 달했다.

2005년 '지역거점공공병원 육성 정책' 시행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지방의료원 35개소와 적십자병원 6개소는 진료과목 수, 병상 규모, 진료역량 면에서 거점병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인력 지원, 시설·장비 보강, 역할·기능 강화, 운영·경영 지원 등을 추진해왔다. 반면 입법조사처는 "2024년 의료대란으로 의료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의료원의 인력 지원 사업이 적극 추진되기도 했지만, 기능 강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부족하다. 장기적·종합적 관점에서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시니어의사 지원사업은 13개 시·도 32개 의료기관에서 75명이 근무하고 있으나, 의료취약지 병원은 7곳에 불과했다. 필수의료과(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26명에 그쳐 전체의 35%에 머물렀다. 국립대병원 소속 의사가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에서 진료·수련을 담당하는 '공공임상교수제' 역시 정원 충족률이 16%에 불과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복지부가 공공병원 경영혁신 지원사업을 통해 약 1000억원을 투입했지만 기관별 최대 지원액은 32억원에 그쳤다. 입법조사처는 "설립과 시설·장비 구입비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하지만 운영비 대부분은 지자체가 감당한다. 재정 여건과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편차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지역거점공공병원, 지역책임의료기관, 포괄2차 종합병원 등 공공의료 거버넌스가 얽혀 있는 현실을 짚으며, 정부가 지방의료원의 기능을 어디까지 확장할 의지가 있는지 따져 물었다. "지방의료원이 포괄2차 종합병원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중앙정부는 진료 기능 강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맡고 있으며,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최근 부천시의료원 설립 조례 통과 등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병원 설립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서도 지역 공공병원 20개소 이상 신·증축이 계획됐다.

공공병원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두고 복지부는 "2021년 11월 정부가 경제성 외에도 공공의료 및 지방의료원의 특수성이 반영되도록 예타 평가기준을 개선한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국가재정법에 따른 예타 조사 대상에서 지방의료원을 제외하는 방안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정부가 공공병원 확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복지부는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의료개혁에 따른 비상진료체계 운영에 기여한 공공병원의 정상화와 발전을 지원한다며 지자체로부터 혁신계획을 제출받아, 평가 결과를 토대로 지원금을 배분해왔다. 그럼에도 지방의료원은 "등급만 통보받았을 뿐, 평가의 공정성이나 정부가 원하는 방향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입법조사처는 "복지부는 해당 평가를 통해 지방의료원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혁신방안은 무엇인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지방의료원 표준운영지침(2016)' 개선 필요성이 논의됐다. 국립중앙의료원 측도 지방의료원의 설립 목표와 총칙 등을 포함한 지침 보완 필요성을 복지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성남시의료원이 대학병원 위탁운영 승인을 복지부에 요청하는 상황에서, 입법조사처는 표준운영지침에 공공병원의 대학병원 위탁 관련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복지부가 지방의료원 표준운영지침을 개선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앙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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