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팬데믹, 패혈증…조기 인지·관리체계 필요"

한국패혈증연대(KSA) 공동 주최…'2025 세계패혈증의 날 심포지엄' 개최
“패혈증은 시간과의 싸움…진단·치료 과정의 제도적 보완 과제”
정부 “법적 근거·예산 확보 과제…성과 관리 체계 마련할 것”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9-13 05:57

김세라 병원중환자간호사회 회장, 이주선 질병관리청 보건연구관, 서지영 한국패혈증연대(KSA) 회장, 박성훈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패혈증은 '보이지 않는 팬데믹'으로 불릴 만큼 전 세계적으로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 대응은 미흡해 조기 인지와 빠른 대응을 위한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항생제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동시에 적시에 사용해 환자가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울러 패혈증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낮은 만큼 적극적인 홍보와 국민적 캠페인이 병행돼야 한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12일 한국패혈증연대(KSA)과 대한중환자의학회, 질병관리청 공동 주최로 삼성생명 일원역빌딩에서 열린 '2025 세계패혈증의 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세계 패혈증의 날(World Sepsis Day)은 2012년 세계패혈증연대(Global Sepsis Alliance, GSA)에 의해 처음 제정된 이후 매년 9월 13일 패혈증의 위험성과 치료 중요성을 알리는 날로 기념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2017년 제70차 총회에서 ‘패혈증 결의안’을 채택해 이를 전 세계 보건 과제로 지정하며 각국의 관리 강화를 촉구한 바 있다.

심포지엄의 첫 연자인 박성훈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는 'Global Sepsis Alliance's Strategic Vision'을 발제로 "패혈증으로 매년 수천만 명이 사망하지만 여전히 세계 보건의제에서 간과되고 있는 보이지 않는 팬데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들은 법과 제도로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질병관리청 지원으로 KSA cohort를 운영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정책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나라도 세계패혈증연대의 2030 Global Agenda에 발맞춰 예방·조기 발견·표준 치료·성과 평가를 포괄하는 국가행동계획(NAP)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연자인 서지영 한국패혈증연대(KSA) 회장(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호흡기내과 교수)은 한국 상황을 짚으며 패혈증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서 교수는 2020년 란셋(Lancet) 자료를 인용해 "2017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5000만명의 패혈증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100만명이 사망했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20%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패혈증 사망자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구 고령화와 항생제 내성 확산에 따른 결과로, 골든타임 내 조기 진단과 대응 체계 강화를 강조했다. 

아울러 KSA의 성과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구축 ▲진료지침 개발 ▲초기처치 흐름도 마련 ▲의료진·대중 교육자료 개발 등을 소개했다.

발제 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현장 의료진의 시각에서 다양한 현실적 문제들이 제기됐다.

김세라 병원중환자간호사회 회장(서울아산병원)은 "패혈증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환자 상태를 얼마나 빨리 인지했는지가 생존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패혈증 조기 인식 지연 사례가 많음을 지적하며 Sepsis Early Warning Score, 전자의무기록 기반 자동경고시스템 도입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한 다학제 협력 기반 프로토콜과 간호사 교육 체계 확립이 환자 예후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의사가 처방하고 약국을 거쳐 환자에게 투여되기까지 골든타임인 1시간 이내에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해외처럼 응급카트(코드블루박스)에 항생제를 비치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패널들은 진단과 치료과정의 재정적·정책적 보완 필요성도 짚었다.

성흥섭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학과 교수는 "패혈증 환자는 임상적으로 가장 위중한 환자군에 속하며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모든 패혈증 환자에서 혈액 배양 양성이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혈액배양 양성이 확인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패혈성 쇼크(shock) 발생 위험이 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목할 것은 'ASP(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 프로그램)' 시행 환경에서 분자 신속진단검사를 추가하면 ASP 단독 시행보다 사망률을 더욱 낮출 수 있다는 메타분석 결과가 있다. 즉 분자신속진단검사는 ASP에 분명한 added value를 제공한다. 따라서 패혈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분자신속진단검사와 ASP의 결합전략은 우리나라 의료환경에서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혈액 배양 양성 환자에서는 분자 신속진단검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급여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패혈증의 낮은 사회적 인식과 항생제 사용 문제에 대한 의견도 이어졌다.

이수환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패혈증이라는 용어 자체가 일반인에게 생소하다"며 알기 쉬운 용어로의 변경 및 홍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항생제 오남용은 해롭지만, 패혈증은 단순한 감기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며 환자들이 스스로 복용을 중단해 병을 악화시키는 문제를 지적하며 오남용에 대한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사용법에 대한 홍보 병행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발생 환경에 따라 대응이 달라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김 교수는 "병원 내 패혈증 의심 환자는 항생제 투여로 인한 부작용 위험이 낮을 수 있지만, 응급실 환자는 상황이 불명확해 무조건 골든타임 내 투여보다 정확한 검사 후 투여가 보다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25 세계패혈증의 날 심포지엄'이 한국패혈증연대(KSA), 대한중환자의학회, 질병관리청 공동 주최로 삼성생명 일원역빌딩에서 개최됐다. 사진=김원정 기자
정부 차원의 정책적 한계와 과제도 언급됐다.

이주선 질병관리청 보건연구관은 "패혈증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미비하다보니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면서도 "하지만 WHO 제70차 총회에서 패혈증에 대한 대응 전략 수립을 요구하면서 질병관리청도 폐혈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Sepsis 2030 Global Agenda에서 권고하는 방향에 맞춰서 패혈증 관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패혈증연대(KSA)가 보유한 2만건 이상 레지스트리 자료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활성화를 위해 공개 범위 등을 고민하고 있다. 또 데이터에 대한 편향성과 기준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부분도 같이 고민하겠다. 아울러 패혈증에 대한 전 국민 대상 캠페인을 확대하고, 패혈증 대신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만드는 것도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또 "의료질 평가 지표들을 도입해서 성과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제도화하는 것을 최종적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여러 패널들이 심포지엄에서 제안해 준 재정·수가지원, 항생제 내성 관리정책 등도 숙제로 안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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