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산부인과醫, 임신중절 법안·미프진 도입 "시기상조"

사회적 합의 없는 '인공임신중지' 용어 변경·급여화에 반발
"불법 유통 근절과 제도 정비 없이 미프진 허용은 위험"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9-15 05: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인공임신중절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 말까지 보완입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지만, 국회와 정부는 합의안을 내놓지 못한 채 법적 공백을 방치했다. 이로 인해 여성과 의료진 모두 불확실성과 혼란 속에서 불법 시술과 불법 약물 유통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 허용 한계를 삭제하고, '인공임신중절수술'이라는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변경하는 한편, 약물을 통한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담고 있다.

의료계는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안전장치 없이 추진되는 변화가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국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14일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재유 회장은 "오랫동안 의학적·산부인과적으로 사용돼 온 '인공임신중절'이 적절하다. 모호한 '인공임신중지'라는 표현은 불필요한 혼란만 초래한다"고 말했다.

법안에 포함된 숙려기간과 공기관 상담 의무화, 급여화 논의 역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도 취지는 여성의 신중한 결정을 돕는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안전한 시기를 놓치게 하거나 불필요한 절차로 환자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는 상담은 권고될 수 있으나 강제해서는 안 되며, 급여화도 개인적 선택에 공공재를 투입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봤다.

김 회장은 "숙려기간을 강제하고 상담을 의무화하면 여성들이 적절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상담은 권고 차원에 머물러야지 법적 강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신중절은 개인적 선택의 결과다. 건강보험 적용은 타당하지 않으며 기존 의료법 제14조에 한해 제한적으로만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여성 자기결정권 존중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다. 산부인과계는 임신 초기에는 본인의 동의만으로도 중절이 가능해야 한다고 공감했으나, 의사의 권리에 대해서는 법적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병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의사의 양심과 윤리에 따라 낙태 시술을 거부할 권리는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추진 중인 '미프진(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도입은 또 다른 논란이다. 해외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불법 유통으로 인한 무분별한 복용으로 불완전 유산, 대량출혈, 감염, 발열, 극심한 복통 등 부작용이 보고됐다. 제도적 안전장치 없이 허용될 경우 여성 건강과 생명이 직접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미프진은 자궁외임신·병합임신 여부를 배제하고 반드시 임신 초기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전문의 진단 없이 복용하면 불완전 유산, 대량출혈, 패혈증 같은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합법화 논리에 대해서도 "불법이 만연하니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범법행위 묵인에 불과하다. 정부는 도입보다 불법 유통 단속과 실태조사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산부인과계는 법·제도 정비 없는 상태에서 약물만 도입된다면 의료 현장은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숙려기간 제도와 맞물려 수술적 중절은 줄고 손쉽게 구입 가능한 약물 사용만 늘어난다면 의료분쟁과 여성 건강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처방 및 관리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약국에서 직접 판매해야 접근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하지만, 의료계는 그럴 경우 부작용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환자 안전 관리가 어려워진다고 바라봤다.

김 회장은 "정부가 약국 판매를 강행한다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분쟁만 확대된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원내 처방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안전성·제도적 장치 없는 미프진 도입은 불가하다. 불법 유통 근절과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하며, 낙태 관련 보완입법 없는 상태에서의 약물 도입은 국민 안전을 위협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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