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이상지질혈증 치료에서 약을 기피하고 건강기능식품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진료 일선에서 갖는 우려도 끝나지 않고 있다. 당장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질환 특성에 부작용 우려를 부추기는 음모론이 더해지면서다. 치료시기를 늦춰 치료 효과를 낮추는 것은 물론, 간 수치 증가와 같은 악영향을 더하는 사례로 이어지기도 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기피하며 약 대신 건기식을 선택하고, 결국 간 수치 상승 등 부작용을 안은 채 진료실을 다시 찾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된지 20년도 넘은 '홍국'은 최근까지도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막는 사례로 꼽힌다.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돼 약을 처방한 환자가 몇 달 뒤 간 수치 상승이란 부작용을 안고 방문했을 때, 스타틴 대신 복용한 약물을 추적해보면 홍국이 언급되는 사례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태인 한국건강검진학회 대외협력이사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고지혈증으로 약을 처방해주고 두 달 정도 뒤 피 검사를 하기 위해 연락하면 더러 오지 않는 분들이 있다"며 "몇 달 지나서 와서 보면 간 수치가 높아져서 오는데, 얘기를 듣다 보면 홍국이 언급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간 수치가 올라갈 때 음주와 약물복용을 고려한다. 유난히 수치가 달라졌을 땐 약을 점검하는데, 건기식이 발견되는 식"이라며 "단순 비교는 어려워 건기식만을 원인으로 단정지을 순 없지만, 끊으면 간 수치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유력한 가능성으로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 원료별 정보에 따르면 홍국은 쌀에 홍국균을 접종해 고체발효시킨 후 분말화해 제조하는 것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돼 있다. 다만 간 질환이 있거나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섭취를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이 치료제가 아닌 건기식이 선택되는 현상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질환 특성에다 스타틴에 대한 음모론까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태인 이사는 "고지혈증은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회피하려는 심리가 있다. 의사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주지 않는 이상 생활습관 조정으로 해결해보려 하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는 음모론"이라고 지적했다.
유병률이 높은 이상지질혈증에서 대표적인 약제인 스타틴은 온라인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는 타깃이다. 보건의약계 타 직역부터 심지어는 이상지질혈증과 거리가 있는 타과 전문의까지 유튜브 등을 통해 스타틴 무용론을 제기한다. 근거가 낮은 논문을 선택적으로 인용해 무용론을 제기하고, 낮은 확률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만을 부각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일부 사례에서 스타틴 무용론 이후 건기식이나 한약, 진료방식 등을 소개하는 행태다. 약에 대한 부작용을 부각시킨 뒤 우려를 파고드는 식이다. 치료 시기를 늦추는 것은 물론 간 수치가 높아지는 등 환자 건강에 악영향을 더하는 셈이다.
곽경근 서울시내과의사회장은 "마치 스타틴을 먹으면 즉시 횡문근융해증이나 간 손상이 동반되는 것처럼 우려해서 약 대신 건기식을 먹고 건강이 나빠져서 오는 경우가 있는데, 임상을 하다 보면 한 번씩은 다 겪는 현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의약품은 광고를 할 수 없지만 건기식은 가능한 상황이 정보량 차이를 만들고 네거티브 음모론으로까지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이창현 건강검진학회 이사는 "내과 쪽에선 비만과 고지혈증 관련한 건기식 정보가 너무 많은데, 건기식 홍보만이 아니라 약에 대한 네거티브 음모론까지 만들어지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고지혈증은 병이고, 건기식이 아닌 약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성질환 진료현장에서 이 같은 현상을 체감하고 있는 전문의들은 윤리의식 준수와 잘못된 정보를 담은 광고에 대한 정정 기전 및 제재, 나아가서는 관련 법률적 가이드라인 마련 등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곽경근 회장은 "의사가 아닌 사람이 얘기 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의사가 잘못된 주장을 하는 건 무책임한 행태"라며 "의협이나 학회, 의사회 등에서 잘못된 광고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면 정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그렇지 않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는 등 강력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인 이사는 "건기식 의미가 과장돼 정상적 치료를 방해할 정도가 돼선 안 된다"며 "현저히 낮은 부작용을 부풀려 호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회 차원에서 홍보도 필요하겠지만 의료계와 약계, 업계가 개선을 위한 컨센서스를 모으고 나아가선 관련한 법률적 가이드라인도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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