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냉장고 안 리모컨' 프로젝트 창작자 이창희, 김현정, 조은선, 이인현, 우단비. 사진=조해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치매와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갖고 있던 두려움과 선입견을 허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고 배울 수 있었다. 우리 주변에 치매안심센터가 있다는 사실도 새로 알았고, 한국에자이와 협력한 것과 같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기관이 같은 지지해준다면, 아픔이 있더라도 외롭지만은 않겠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5명의 치매 경험전문가(초기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당사자/ 이정자, 박상철, 최만호, 이우순, 김순길)와 '기억의 짝꿍'을 이뤄 약 5개월간 함께 시간을 보내며 회화, 조형, 드로잉, 영상, 글, 그림책 등 다양한 창작물을 완성한 5명의 창작자(김현정, 우단비, 이인현, 이창희, 조은선)는 최근 메디파나뉴스와 만나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 '냉장고 안 리모컨' 프로젝트는 치매 생태계 구성에 진심인 한국에자이가 치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보다 치매 친화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진행하는 기획들 중 하나다.
특히 '냉장고 안 리모컨'은 치매 극복 및 치매 환자들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 마련을 위해 지정한 '치매 극복의 날(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인 9월 21일에 즈음해 전시를 계획, 노원구치매안심센터, 내마음은콩밭협동조합, 놀배즐 등과 협력했다.
그 결과,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시 노원구청 1층 쉼터에 마련된 '냉장고 안 리모컨' 전시에 다섯 짝꿍이 함께 공동작업으로 완성한 작품들을 올렸고,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180석 강당을 채운 토크쇼를 진행하며 수개월에 걸친 프로젝트를 마침내 완료했다.
'냉장고 안 리모컨' 프로젝트 소개 패널. 사진=조해진 기자
프로젝트에 참여한 창작자들은 SNS를 통해 프로젝트를 접하거나 프로젝트 홍보물을 본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지원해 면접을 본 뒤 최종 선정돼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각자의 이유에 따라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되고, 최종 선정됐지만, 프로젝트 시작 전 막상 '치매'인 어른들을 마주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하나도 없었다면 거짓말이리라. 창작자들은 경험전문가분들이 어디까지 활동이 가능할 것인지, 봉사활동 개념으로 가야하는 것인지, 미디어에서 본 것 같이 대하기 어렵지는 않을까와 같은 여러 생각들로 인해 덜컥 겁이나기도 했다고 솔직한 당시의 심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5명의 창작자 모두 경험전문가들을 만난 뒤 그러한 생각들은 기우였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반갑게 자신들을 맞아주고, 무뚝뚝한 것 같지만 이 자체가 증상일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배우고, 예술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들을 꺼내보일 때 보이는 밝은 모습들, 오히려 자신이 까먹은 걸 기억하고 이야기해줄 때, 굉장히 도전적이고 개방적인 모습 등 여러 일상의 순간순간에서 짝꿍과의 프로젝트는 유쾌하고 즐거운 추억이 됐다. 단순히 추억으로만 남은 것이 아니라 작품을 완성해 전시를 함으로써 이들이 대중에 자리잡힌 인식과 달리 예술적 작품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현정(문화심리상담분석가)-이정자 짝꿍은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이정자 경험전문가가 직접 이야기를 쓰고 그린 '사람과 사람 사이' 소설 그림책을 완성했다. 김현정 창작자 또한 이정자 경험전문가와의 소통을 통해 느낀 바를 솔직한 글로 풀어냈다.
우단비(화가)-박상철 짝꿍은 현재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초점을 맞춰 박상철 경험전문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다양한 그림 작품들을 '기억 드로잉'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했다.
이인현(작가, 서점 주인)-최만호 짝꿍은 최만호 경험전문가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 조각들을 이인현 작가가 36개의 글로 담았다. 최만호 경험전문가의 사진 뒤에 각 조각글을 담고 퍼즐처럼 맞추면 최만호 경험전문가의 전체 사진이 완성되는 퍼즐과 같은 작품 '호경'을 완성했다. '호경'은 일본에서 자랐던 최만호 경험전문가의 일본 이름이다.
김현정-이정자 '사람과 사람 사이' 그림책. 사진=조해진 기자
(왼쪽)우단비-박상철 '기억 드로잉' (중앙, 오른쪽)이인현-최만호 '호경'. 사진=조해진 기자
(왼쪽)조은선-김순길 '자기만의 빛으로 살아갑니다' (오른쪽)이창희-이우순 '기억의 커튼'. 사진=조해진 기자
이창희(조각가)-이우순 짝꿍은 스스로 순간을 잊은 기억에 안타까워하면서도 곧 다른 형태를 보며 새로운 기억을 떠올려 이야기를 하다보면 결국 그 기억들이 다시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에서 착안해 '작은, 소중한 사랑들을 기억의 커튼에 걸어줘요'라는 참여형 전시 조형물을 제작했다.
조은선(순수회화작가)-김순길 짝꿍은 성실하게 노원구치매안심센터를 다니며 기억을 붙잡고자 하는, 일상을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순길 경험전문가를 부엉이에 빗댄 작품 '자기만의 빛으로 살아갑니다'를 전시했다. 알츠하이머를 의미하는 보라색으로 표현한 부엉이가 더 잘 보이는 사회에서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하나의 책으로 그리고 영상으로 담았다.
'냉장고 안 리모컨' 프로젝트에 진심을 담아낸 창작자들은 다음에도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과 함께 어떤 방향으로 개선된다면 좋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안하는 등 치매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Q. 프로젝트에서 '치매 환자'가 아닌 '치매 경험전문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표현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
조은선 :경험전문가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잘 만든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김순길 짝꿍과 같이 10번의 만남을 했을 때 치매 '환자'라고 느낄 수 없을 만큼 깊은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80년의 인생을 살고 있고, 현재도 치매와 동행하고 있기 때문에 경험전문가라는 말은 너무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창희 : 처음에 치매안심센터에서 간호사 선생님과 수업을 들었다. 치매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외할아버지도 치매가 있었는데 증상이 심했다. TV 같은 미디어에서 치매라는 질환을 과격하게 다루고 있는데, 그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오히려 제가 까먹을 때 짝꿍이 알려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경험전문가로부터 제가 더 배운 게 더 많은 것 같다.
이인현 : 처음 인스타그램에서 공고를 봤을 때 경험전문가라는 표현이 정말 좋았다. 어떤 마음으로 치매에 대해 접근하고 있는지 잘 느껴졌다. 프로젝트를 하면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창작하는 마음, 자유와 같은 것들이 중요한데, 경험전문가라는 표현에서부터 그런 부분들이 많이 느껴져서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다. 만호님과 함께여서 배운 것도 많지만, 프로젝트 전체가 세심하고, 이들에게 잘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고, 창작자들의 자유 역시 존중을 많이 해주시는 부분들이 좋았다.
김현정 : 짝꿍을 만나면 만날 수록 인생 선배, 나의 할머니를 만나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 사람의 병명이 생각나지 않는다. 경험전문가라는 말이 우리와 당사자들에게도 좋고, 치매에 대한 인식개선을 하기에도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라는 말을 편하게 많이 쓰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듣는 사람들의 경우는 오히려 그러한 단어에서 감동적인 서사들을 많이 발견하기도 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치매나 경도인지장애와 같은 단어들이 조금 더 유하게 사용된다면 좋겠다.
우단비 :경험전문가라는 말이 잘 맞는 것 같다. 그 말 그대로 치매를 부드럽게 표현한다기보다 어르신들 자체가 경험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짝꿍과 편해지고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삶에 대해 아주 명료하게 이야기를 한다. 명언들이 쏟아질 때도 있다. 우리도 다 아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항상 뒷전에 놓는 이야기들을 단호하게 짚으실 때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말 경험전문가라는 말이 딱인 것 같다.
Q. 프로젝트를 통해 치매에 대한 생각이 기존과 어떻게 달라졌나.
조은선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주변에서 한 명도 보지 못한 상황에서 김순실 짝꿍을 만났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일상화 된, 심각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동안 부모님의 활동이 많으면 가만히 계시라고 했는데, 프로젝트를 하고난 뒤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해드리고 있다. 치매가 사회적 활동이 줄고 고립이 되기 때문에 더 악화되는 것 같다. 우리의 울타리 안에 깊이 들어와 일상화가 된다면 좋겠다.
이창희 : 짝꿍 선생님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셨는데 결코 어색한 순간이나 이야기가 끊긴 적도 없었다. 계속 다른 이야기를 하고 하는 것이 재밌었고, 결국엔 기억이 연결되는 것들을 느꼈다. 또한 이렇게 치매안심센터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 치매를 겪었던 할아버지는 시골에 계셨어서 이런 센터가 있는지 잘 모르셨다. 센터의 존재와 그 의미를 알게 된 만큼 엄마, 아빠도 혹시 기미가 있다면 이런 센터가 있고, 너무 좋은 복지가 있으니 무조건 활용해야 한다고 알리고 있다.
이인현 :프로젝트를 하면서 치매 어르신들에 대해 선입견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번 기회에 그분들과 긴밀하고 오랜,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경험전문가 최만호 선생님을 만나서 시간을 보냈는데 삶의 깊이, 여러 사건이 많더라. 잘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치매는 알츠하이머가 치매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짝꿍인 만호님은 뇌출혈로 치매가 온 상황인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시지만 말하고 싶을 때는 엄청 잘하신다. 증상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가진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누구나 기억하고, 잊는 방식이 다를 것이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꺼내주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현정 : 선생님의 옛날 기억들 그녀가 가진 삶의 서사들을 문학작품으로 꺼내서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굉장히 도전적이고 개방적이고 재밌으시다. 오히려 삶과 죽음이란 양극단이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분들을 짠하게 봤던 적이 있다. 지금은 그 행동이 오만했다고 생각한다. 이정자 짝꿍님은 경도인지장애인데 아직 치매 판정을 받지 않았다. 매일 안부를 묻고, 집에 가서 작업을 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본인의 노력으로 인해 치매로 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경도인지장애가 생겼더라도 내가 노력하면 지연시키고,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매안심센터도 처음 알았지만, 한국에자이의 활동이 인상 깊었다. 아픔이 있을 때 고립되지 않겠다. 사회가 날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안도감이 많이 들었다.
우단비 :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치매 증상이 있었다고 했지만 직접 보지는 못했다. 첫 만남을 하기 전 어르신들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까 활동이 얼마나 가능한 것인지 물었다. 하고 싶어서 지원했음에도 치매를 모르니까 덜컥 겁이 났다. 그러나 막상 오고 나서는 직접 경험을 해봐야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미디어로 접하는 것 외에도 무기력하거나, 화를 내거나, 무뚝뚝한 모습들도 증상일 수 있는 것 등 다양한 사실들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왼쪽부터) '냉장고 안 리모컨' 프로젝트 창작자 우단비, 이창희, 이인현, 조은선, 김현정. 사진=조해진 기자
Q. 예술 활동이 초기 치매,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완화하거나 지연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을까.
조은선 : 작업을 하면서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짝꿍인 김순길 선생님을 만났고, 주인공은 선생님이라고 말씀드릴 때마다 정말 기뻐하시면서 자존감이 많이 높아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치매 당사자가 같이 하는 활동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 짝꿍이 먼저 저에게 그림을 보여주셨는데 정말 잘그렸더라. 몸이 더 불편해지면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셔서 조금씩 알려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시고 그리기도 잘그렸다. 자신이 이만큼 그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얻어 즐겁게 그리기 시작했다. 다만 작업을 바꾸게 계기가 된 계기가 있는데, 하얀색 점토를 보면서 옛날 이야기, 추억 이야기를 하며 조금씩 기억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작품 방향을 바꾸게 됐다. 이 프로젝트도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남겠다고 생각했다.
이인현 :처음에 몇 번 뵙고 나서는 '이 프로젝트가 짝꿍의 증상에 도움이 되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중간부터는 잊어버렸다. 그저 함께 어떻 활동을 했는지만 기억에 남았다. 만호님의 삶은 단순하다. 오전에는 센터에서 안내봉사를 하고, 집에 갈 때는 1~2시간을 걸어서 가고, 집에 가면 TV를 보거나 책을 본다. 일본에서 오래 생활을 하셨었기 때문에 한국에 친구분들이 많이 없는데, 갑자기 삶에 제가 나타나서 이야기도 같이 하고 문자를 하루에 한번씩 하며 안부를 물으니까 친구2가 되어드린 것 같아 뿌듯했다.
김현정 :증상 완화에 대한 생각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진행했지만, 이후 치매 생태계 세미나에 참석해 들은 내용으로는 '그들의 안전보다 안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프로젝트 활동이 경험전문가들의 안녕에 기여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것을 젊은 사람과 함께 한다는 설렘, 즐거움을 드린 것 같다. 짝꿍에게도 하나의 새로운 무언가를 드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단비 :그림을 그릴 때 어르고 하나하나 지시를 해드리긴 했다. 이런 걸 다 그리라고 하느냐는 모습으로 웃으시면서도 다 그리신다. 제가 기여한 바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짝꿍과 프로그램할 때는 지금만 재밌게 잘 보내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만날 때마다 다시 말씀드려야 하지만, 그냥 함께하는 상황들이 재밌었다.
Q. 프로젝트 작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 있었나.
조은선 : 심각한 것을 유머러스하고 단순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가인데 이게 민폐가 되지 않나 고민도 했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하고 난 뒤 작가들과 어르신들이 또 만나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1대1로 작업을 할 때 재밌어 하시는 것 같다.
이창희 : 원래 하는 작품들은 조금 더럽고 예쁜 작업이 아니다보니까 그런 부분이 걱정이 됐고, 제 짝꿍은 7일 중에 8일이 바쁜 인싸다. 그래서 약속 맞추기 어려웠던 점이 힘든 점이었다.
이인현 : 만호님이 저희 서점에 오시기도 했었는데, 또 가도 되는지 물어보시는 데 조금 애매하다. 낯선 길을 찾아오도록 하는 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직접 모시러 가기도 물리적 시간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이 다양한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자연도 같이 보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안심센터 안에서만 만나 조금 아쉬웠다. 다음에는 야외활동을 단체로 계획해서 소풍을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현정 : 창작자분들도 다양한 지역에서 왔다. 노원구만이 아니라 다양한 치매안심센터에서 지역별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젊은 작가들이 각 지역마다 참여한다면 좋을 것 같다.
우단비 : 일산에서 노원구까지 와야해서 거리가 멀다는 점이 힘들었다.
Q. 지금 기억의 짝꿍들이 취업을 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조은선 : 순길님은 은퇴기간이 길었어서 현재 상황을 봤을 때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성향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순길님의 경우 부끄러워 하시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지만, 자신이 어떠한 형태로든지 어떤 것을 하고자 한다면 가능할 것 같다.
이창희 : 우순님은 기존에 했던 일보다는 시니어 미술작가를 하신다면 잘하실 것 같다. 시니어분들이 키링을 만들어서 플리마켓을 하는 것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말씀을 잘하셔서 강사나 모델, 가수, 원데이 클래스와 같은 부분도 가능할 것 같다.
이인현 : 만호님은 지금 센터에서 안내봉사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떤 일이든 책임이 주어지면 본인이 충분히 소화해서 할 수 있겠다 싶다. 복잡한 일은 어렵겠지만, 사회에서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한 의지나 자세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김현정 : 일자리를 어디까지 정의를 내리느냐의 문제인 거라고 생각하는데, 엄청난 생산적 일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 하고 있는 것도 다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자님은 이미 치매안심센터 홍보를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가서 홍보하는 것보다 직접 알리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 버스정류장에서도 센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홍보대사를 자청하고 있어 이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단비 :상철님의 경우는 개인적인 상황이 노력만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과거에 센터 외부로 이동한 적이 있는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봐서 같이 겁이 났다. 일자리는 본인이 필요하다고 하시지 않는 이상 잘 모르겠다. 꼭 금전적인 일을 하지 않더라도, 아내, 손자, 손녀 보는 재미로 지내고 있기 때문에 그냥 같이 여행 다니시면서 즐겁게 지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Q. 한국에자이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는데, 제약사의 사회공헌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조은선 : 사회적 관심이 많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치매안심센터도, 한국에자이도 처음 알았다. 프로젝트가 굉장히 세련됐다. 다른 프로젝트는 촌스럽거나 뻔한 것들이 많았는데, 5개월이라는 시간을 준 것도 좋았고, 이렇게 할 게 많은지도 처음 알았다. 집중해서 치매와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걸 이어받아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창작자로서 운이 좋게 잘 만났다고 생각하고, 많은 걸 배웠다. 이번 프로젝트가 어떤 면에서는 다섯 작가의 성장스토리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창희 : 아예 모른다는 건 어떻게 보면 누군가를 사회에서 분리시키고, 차별이 발생하게 하는 부분인 것 같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상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어서 좋았다. 교육이 돼야 차별도 없고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에 사회공헌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인현 : 한국에자이에 감사드린다. 창작지원금을 주셔서 큰 동력이 됐다. 친구들에게 한국에자이를 많이 소개해서 SNS 팔로우를 많이 했다. 저랑 치매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런 곳에 관심을 가지려면 어떤 안내자가 문을 열어 안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프로젝트가 치매 생태계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창작자로서의 정체성도 잘 지킬 수 있도록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맨처음 회의할 때 어느 정도의 자유를 줄 것인가를 물어보면 말로는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하지만 제시하는 바가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정말 자유를 보장해주셔서 감사했다.
김현정 : 저는 제약회사 안에서 사회 혁신을 한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음모를 꾸미는 이미지였는데 사회복지를 하고, 사회혁신을 위해 투자한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에자이와 같은 기업이 10개 정도 지역에 있으면 붐이 될 수 있겠다고도 생각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자는 마음이 생겼다. 또한 다양한 큰 기업들이 힘을 합쳐 더 좋은 프로젝트들이 많이 생긴다면, 치매뿐만 아니라 육아와 같은 분야에도 다양하게 활동한다면 좋겠다. 또한 치매 환자들을 돌보는 보호자들의 자조모임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들도 예술로 치유를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단비 : 열려있고 젊은 기업 같다.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각이 열려있기 때문에 창작자들에게도 자유를 주는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약회사 하면 딱딱한 이미지였는데, 제약회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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