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 마약류 수거·폐기 활성화, 적절한 인센티브 고민 필요"

[인터뷰] 권태협 한국병원약사회 이사(경북대학교병원 약제부장)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9-24 06:00

권태협 한국병원약사회 이사(경북대병원 약제부장). 사진=한국병원약사회 기자단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의료용 마약류 사용이 증가하면서, 복용 후 남은 약이나 변질·변패 등으로 사용되지 못한 마약류 수거·폐기 관리체계를 활성화 하기 위해 환자와 병원, 약국에 적절한 인센티브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권태협 한국병원약사회 이사(경북대학교병원 약제부장)는 최근 전문지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잔여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센티브(보상)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약사의 소명의식, 그리고 약사법에 나와있는 약사의 의무에 따라 참여하고 있는 약사, 약국들이 있지만, 보상 없는 업무 과중, 혹시 모를 마약류 관련 사고에 대한 부담감 등이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의 확대를 막는 장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태협 이사가 재직 중인 경북대학교병원 약제부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병원-문전약국 연계 잔여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을 올해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 사업 운영방식에는 다소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진행됐던 사업은 7월부터 11월까지 마약류 처방을 받은 환자 중 외래약국에서 투약을 받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통해 잔여 마약류가 있는지 확인하고, 잔여 마약류가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2차 상담을 실시해 처방 현황 등을 파악하고 발생 사유까지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한 뒤 문전약국으로 수거 및 폐기를 안내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올해에는 병원 업무 가중에 대한 목소리를 반영해 운영방식을 축소했다. 병원에서는 상담 대신 환자들에게 안내문을 배포하고, 약국을 안내하는 정도로만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권 이사는 "아무래도 지난해와 같은 방식으로는 병동 업무에도 과중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지원하는 병원이 적었다"며 "상담 업무를 줄이면서 지난해보다 올해 참여하는 병원과 약국의 수가 증가해 각각 5개, 11개가 됐다. 이에 전체적인 사업 규모는 커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2년 연속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에 대한 관련 안내를 꾸준히 진행한 결과,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수거한 마약류는 지난해 17박스에서 올해 51박스로 약 3배 증가했다. 꾸준한 안내가 환자들의 마약류 수거에 대한 이해도와 인지도를 높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권 이사는 "지난해 사업을 수행할 때 병원에서는 기존에 하던 업무 외에 추가 업무로 상담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근무약사들의 동기부여도 해야했고, 인센티브도 고민해야 했으나 지원이 하나도 없어서 진행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약국 또한 사업 참여에 회의적인 곳이 많았다. 병원에서도 잔여 마약류를 보관하기 어렵기 때문에 약국에 잔여 마약류를 보관할 수 있는 금고가 필요하고, 관련 업무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제도적, 경제적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과 노력 대비 보상이 적으니 유입 요소가 없었다.

환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자기가 약을 가지고 있으면 부담없이 먹을 수 있고, 나중에라도 사용할 수 있는 약인데 이걸 왜 폐기해야 하느냐, 보상은 없냐고 문의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권 이사는 "지난해 실시한 사업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잔여 마약류로 돌발성 통증 관리를 위한 속방형 마약성 진통제가 지속형 마약성 진통제의 12배 가까이 처방을 받고 있었다"며 "지속형과 달리 속방형은 환자가 통증 강도에 따라 스스로 조절하는데, 환자들이 약물 의존성과 중독을 염려해 견디기 힘든 통증에만 사용하는 등 약물 사용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충분한 통증관리가 이뤄지지 못한 채 잔여 마약류가 발생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또 환자들이 약을 수거, 폐기하는 것이 약을 '버린다'고 생각해 아까워하는 부분이 있다"며 "잔여 마약류는 이미 필요가 없어진 약이다. 따라서 이를 수거·폐기하고, 환자가 적절한 통증 관리가 가능한 약을 다시 받아 건강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권 이사는 "그러나 수거·폐기 사업 진행에 허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가 말로만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참여 병원과 약국에 필요한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고민해 시행해준다면 좋겠다"면서 "개인적으로 잔여 마약류를 수거·폐기할 수 있도록 가져온 환자에게 보상을 해준다면 이 사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안내문을 나눠주고 회수를 약속한 환자들에게 에코백을 나눠주는 정도다. 그러나 반납을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자신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는 교육과 함께 환자가 잔여 마약류를 반납할 때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계속해서 이 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정부 관계자나 식약처에 제안해야 될 것 같다"며 "단순 약사의 봉사차원이 아닌, 보건소나 국가기관 등에서 이 사업을 책임감 있게 지원해야 확실하게 잔여 마약류 수거 및 폐기에 동참하는 병원과 약국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보기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 투여 환자 2000만명 넘어…지속 증가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 투여 환자 2000만명 넘어…지속 증가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원장 손수정)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보고된 의료용 마약류 취급내역을 분석해 '2024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국가승인통계)'를 24일 발표했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마약류 제조업자, 도매상, 의사, 약사 등 마약류 취급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용 마약류의 취급정보를 전산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식약처는 2019년부터 매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에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의료용 마약류 처방·조제

의료용 마약류 사용 환자, 53.9%가 잔여약 보유

의료용 마약류 사용 환자, 53.9%가 잔여약 보유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의료용 마약류를 사용한 환자들 중 53.9%가 잔여 마약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병원약사회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 종합병원-문전약국 연계 모델' 연구(연구자 권태협, 이형순, 정경주)에 따르면, 연구 참여 병원인 경북대학교병원에서 마약류를 처방받은 167명의 외래 방문환자에 대해 1차 상담을 실시한 결과, 53.9%인 90명이 잔여 마약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보유 환자는 77명으로 46.1%를

의료용 마약류 관리 사각지대 존재…政, 관련 기준 확대 공감

의료용 마약류 관리 사각지대 존재…政, 관련 기준 확대 공감

[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의료용 마약류 사용이 늘면서 의료기관 마약류 관리자 지정 기준 확대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는 마약류 관리자 업무량에 관한 분석 연구를 통해 관련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환우 입장에서 제언하는 내용과 맥이 닿는다. 윤정이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약제부 조제팀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기관 마약류 관리 강화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의료용 마약류 관리자 현황과 문제점을 짚으며, 의료용 마약류 관리자 지정 기준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병원약사회 환자 안전·

'종합병원-문전약국 연계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 시범 운영

'종합병원-문전약국 연계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 시범 운영

최근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중독·불법유통 등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해지면서 지난 2022년부터 식약처와 대한약사회는 사용 후 남은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본 사업은 약국을 방문하는 환자로부터 잔여 마약류 의약품을 약사가 안전하게 수거해 보관하고 이를 수거업체로 전달해 폐기하는 사업으로 경기도 전역에서 5개월간 시범사업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69개 약국이 참여한 가운데 총 9024개 마약류 수거 555kg 폐기로, 의료용 마약류가 환자에게 처방된 후 상당히

올해 하반기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 실시

올해 하반기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 실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하반기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폐기 사업’을 실시한다. 사업 기간은 올해 12월까지다. 31일 식약처는 펜타닐 패치 등 투약 후 남은 의료용 마약류가 오남용되거나 불법 유통되는 걸 예방하는 게 목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수거·폐기 사업은 부산, 인천 등 6개 광역시와 경기도 부천시에 소재한 종합병원 인근 약국 100개소에서 진행된다. 식약처는 특히 올해 사업에서 경북대학교병원과 함께 펜타닐 패치 등 의료용 마약류 처방량 대비 복용량, 잔여량 등 조사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