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개원의협의회가 2027년도 환산지수 연구용역에 의료계 추천 연구자를 포함시키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처음 받아냈다.
그동안 환산지수 연구는 건강보험 재정의 핵심 변수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의견이 공식적으로 반영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이번 답변은 형식적 협상을 넘어 실질적 참여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8일 열린 대한개원의협의회 제36차 추계연구교육 학술세미나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태 회장은 이번 성과의 함의를 짚으며 향후 변화를 예고했다.
박 회장은 "공단과 만나 환산지수 용역 연구자에 의료계 추천 인사를 넣어주겠다는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용역 연구에 의료계 추천 인사가 포함된 적은 없었다. 들어가게 되면 SGR 모형을 개편할 때 우리의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개협은 이러한 부분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구조 개혁 없이는 일차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현행 SGR 모형은 원가 이하 수가를 전제로 설계돼 의원급 희생을 고착화했고, 왜곡된 목표진료비와 자의적 변수 변경으로 협상의 합리성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의원급 진료비 점유율은 2000년 35.5%에서 지난해 20.7%로 줄었고, 지난 6년간 누적 수가 인상률 14.7%는 협약 임금 인상률(25.3%)과 최저임금 인상률(30.98%)을 한참 밑돌았다.
강창원 보험부회장은 "현행 SGR 모형은 1차 의료 원가 이하의 수가를 기준으로 설계돼 의료기관의 희생을 강요하는 기형적 구조를 고착화시켰다. 실제로 의원급 진료비 점유율은 2002년 35.5%에서 2024년 20.7%까지 급감했고, 코로나19 시기 반등에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6년간 누적 수가 인상률은 14.7%에 불과한데, 협약 임금 인상률은 25.3%, 최저임금 인상률은 30.98%였다. 직원 임금은 두 배로 오르는 동안 수가는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개인적으로 직원들에게 수가 인상률만큼 보전해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토로했다.
대개협은 또 정부의 '1.98% 인상률 가정'을 협상의 본질을 왜곡하는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강 부회장은 "정부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향후 수가 인상률을 1.98%로 가정한 것은 과거 수치를 답습한 소극적 추계에 불과하다. 이는 법적 상한선이 아닌데도 기만적으로 활용돼 책임 회피 수단이 되고 있다"라며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일차의료 기반 건강·돌봄'을 약속했다면 재정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국고지원만 법대로 이행했더라면 21조 6700억원의 미지급액이 누적되지 않았을 것이고, 밴딩 폭은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협상 절차 자체의 불합리성도 도마에 올랐다. 박 회장은 "수가 협상이 결렬되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리는데, 우리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 독일처럼 중재위원회를 만들어 한 번 더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밴딩 폭의 한계와 SGR 순위 족쇄가 의원급 협상력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고 짚었다. 박 회장은 "밴딩 폭이 1조3천억원 수준이면 그 안에서 몇 퍼센트를 두고 다툴 뿐이다. 의미 있는 협상을 하려면 밴딩 자체를 늘려야 한다. 이번에도 의원급은 SGR 순위 5위에 머물러 협상력이 약했다. SGR 순위에 따라 배분되는 구조에서는 최하위 집단이 2%면 그 이상을 절대 넘을 수 없다.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한계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이번 협상을 앞두고 ▲SGR 모형을 의료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실제 원가 기반의 새로운 결정 모형으로 전환할 것 ▲밴딩 폭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방안 마련 ▲수가협상 결렬 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대신 최종 의결 권한을 가진 별도 중재위원회 신설 ▲2027년도 환산지수 연구용역팀에 의료계 추천 연구자를 포함할 것 ▲유형별 총진료비 산출 시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모든 별도 지급 항목을 포함·반영할 것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된 국고지원 의무를 즉각 이행하고 2024년까지 누적된 미지급 추정액 21조 6700억원을 수가 정상화에 투입할 것 등 6대 핵심 요구안을 제시했다.
강 부회장은 "2027년 수가협상은 단순히 숫자를 정하는 과정이 아니라 대한민국 1차 의료를 정상화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돼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와 연대해 이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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